[르포]SK인천석화의 벚꽃엔딩

머니투데이 인천=안정준 기자 | 2018.04.17 14:00

부실 대명사였던 SK인천석유화학, 그룹 수출형 성장동력으로 환골탈태

SK인천석유화학 사내 벚꽃 동산. 1.5km 산책로를 따라 약 600그루 벚꽃이 울창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지난 16일 인천시 서구에 위치한 SK인천석유화학 사내 벚꽃 동산. 약 600그루 벚꽃이 울창한 군락을 이룬 1.5km 산책로를 따라 인천 시민들이 삼삼오오 모여 봄을 즐기고 있었다. 김수민(44·가명)씨는 "올해 벚꽃이 평소보다 풍성한 것 같다"며 "회사도 잘된다는 말을 들었는데, 앞으로도 이곳 벚꽃 동산이 지역 명소로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매년 4월 일주일간 시민에게 개방하는 벚꽃축제이지만, 올해 행사는 SK인천석유화학에 조금 더 의미가 깊다. 한때 인천 산업계 부실의 상징이었던 이 회사가 수출 약진을 바탕으로 SK이노베이션의 핵심 석유·화학 자회사로 자리매김했기 때문이다.

1969년 출범 당시 이곳의 이름은 경인에너지개발이었다. 현대정유로 경영권이 이전됐다가 2001년 부도가 발생해 법정관리의 쓴맛을 봤다. 'SK인천정유'라는 이름으로 SK그룹 품에 안긴 건 2005년이었다. 최태원 그룹 회장이 당시 인수작업을 주도했다. 2013년 인적분할 된 뒤 'SK인천석유화학'으로 SK이노베이션 자회사 5곳 중 한 곳으로 출범했다.

지금의 이름으로 다시 태어난 뒤에도 부진은 이어졌다. 출범 첫해 790억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이듬해도 적자였다. 낮은 생산효율 탓에 공장은 최소한으로 움직였고, 취약한 재무구조 탓에 구성원 급여 지급도 빠듯했다. 인천 시민들의 불안감도 커졌다. 벚꽃 동산에서 만난 김 씨는 "어려운 회사라는 인식이 강했다"며 "지역 경기도 좋지 못해 안타까웠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반전은 2015년 시작됐다. 496억원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했고 2016년과 2017년 영업이익은 각각 3745억원, 3965억원으로 수직상승했다.

비결은 단순 정제시설에서 고수익 석유화학 공장으로의 '딥체인지'(Deep Change, 사업구조 근본 혁신)였다. 회사는 총 1조6200억원을 투입해 2014년 단일공장 국내 최대규모인 연산 130만톤 파라자일렌(PX) 설비를 추가했다.

PX는 페트병과 합성섬유의 원료가 되는 고부가화학제품으로 중국 수요가 급증했다.

SK인천석유화학 전경/사진제공=SK이노베이션

이곳에서 생산되기 시작한 PX는 전량 수출됐다. 2014년 6091억원이던 PX 수출 규모는 지난해 1조5035억원으로 두 배 이상 불었다. 같은 기간 SK인천석유화학의 전체 수출은 2조6749억원에서 3조6671억원으로 뛰었다. 2014년 34% 수준이던 수출 비중은 2017년 50.6%가 됐다. PX가 회사 체질을 수출 주도형으로 바꿨다.

체질전환은 곧바로 국가와 지역 경제에 일조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지난해 국세와 지방세로 1조5300억원을 냈다. 적자에 허덕이던 2014년까지 세금을 통한 경제 기여도는 '제로'였다.

재도약에 성공한 SK인천석유화학이지만, 세계 석유·화학 시황 변수에 또 다시 직면할 수 있다. 회사는 과거의 아픔을 바탕으로 이에 대한 대비도 해둔 상태다.

SK인천석유화학 관계자는 "초경질원유와 경질원유, 고유황 중질원유 등 다양한 원료를 시황 변화에 따라 빠르고 유연하게 투입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해 놨다"며 "경쟁사 대비 상대적으로 안정적 수익구조를 갖췄다고 자부한다"고 말했다.

SK인천석유화학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상압증류공정(CDU)과 초경질원유분리공정(CSU)을 동시에 갖춘 곳이다. CDU는 원유를 LPG, 납사, 등유, 경유, 중유로 분리하는 설비이며 CSU는 경질유를 포함한 초경질원유까지 분리할 수 있다. 외부 변수에 따라 설비를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셈이다.

베스트 클릭

  1. 1 '보물이 와르르' 서울 한복판서 감탄…400살 건물 뜯어보니[르포]
  2. 2 '공황 탓 뺑소니' 김호중…두달전 "야한 생각으로 공황장애 극복"
  3. 3 김호중 팬클럽 기부금 거절당했다…"곤혹스러워, 50만원 반환"
  4. 4 생활고 호소하던 김호중… 트롯 전향 4년만 '3억대 벤틀리' 뺑소니
  5. 5 "사람 안 바뀐다"…김호중 과거 불법도박·데이트폭력 재조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