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산시, "화랑유원지 추모공원 건립 추진"= 경기 안산시 단원구에 위치한 화랑유원지에는 세월호 희생자를 기억하는 합동 분향소가 있다. 2014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분향소는 오늘(16일) '세월호 참사 4주기' 영결식을 마지막으로 철거된다.
대신 이곳에는 희생자 봉안시설을 포함해 세월호 추모공간이 새로 들어선다. 제종길 안산시장은 지난 2월20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2020년까지 화랑공원에 추모공간을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자녀들을 가슴에 묻은 단원고 유가족의 의견과 지난해 9월 화랑공원을 1순위로 선정한 국무조정실의 세월호 추모공간 조성지 결정 연구용역을 따른 결정이다.
◇시민들의 휴식공간, 납골당 납득 어려워= 이 같은 시의 결정에 일부 안산시민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인다. 안산 중심부에 위치해 오랫동안 시민들의 휴식공간 역할을 해온 화랑유원지를 추모공원으로 바꿀 수 없다는 것. 일부 시민은 '화랑유원지 세월호 납골당 반대 시민행동'(화랑시민행동)을 결성해 화랑유원지 내 추모공간 건립 반대 입장을 적극 표명하고 있다.
정 대표는 이어 "시민들은 추모공간 건립 자체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며 "다만 부곡동 하늘공원묘지, 와동 꽃빛공원 등 기존 공원묘지에 추모공간을 건립해 시민들의 상처를 줄이자는 것"이라고 추모공간 변경을 촉구했다.
화랑유원지 내 추모공간 건립 취지를 동의하는 시민도 있다. 슬픔을 함께 나누기 위해 접근성이 좋은 곳에 위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안산에 거주하는 이모씨(31)는 "화랑공원은 이미 4년 동안 분향소가 자리했던 곳"이라며 "봉안시설을 지하화한다면 크게 꺼림칙할 일도 아닐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심 추모공간, 해외도 있어= 안산시는 도심 한복판 추모공간이 오히려 침체된 안산의 분위기를 끌어올릴 수 있다며 시민들을 다독이고 있다. 환경친화적이고 독창적인 복합문화공간을 마련해 지역 발전에 이루겠다는 것이다. 시는 단원고등학교에서 내려다 보이는 상징적인 의미와 동시에 인근 초지역세권과 연계해 지역 경제를 살리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아 국제적인 관광명소로 가꾼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도심 내 추모공간이 혐오시설이 아닌 관광명소로 자리매김한 해외 사례도 있다. 독일의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공원이 대표적이다. 베를린 시내 중심가에 위치한 관광명소인 이곳에는 2차대전 당시 독일 나치에 학살된 유대인을 기리는 잿빛 비석 2711개가 늘어서 있다.
일본 히로시마는 1945년 원자폭탄에 붕괴된 '원폭 돔'(히로시마 상업전시관)을 그대로 두고 약 14만명의 희생자를 기리는 위령탑과 각종 조형물을 세운 평화공원을 조성했다. 반쯤 무너지고 골조만 남은 건물이 우뚝 서 있지만 흉물스럽다기보다 이 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전쟁의 경각심을 일깨우는 상징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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