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證 '배당사고'로 불똥 튄 공매도 논쟁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 2018.04.16 06:10

[여의도 이슈+]삼성證 유령주 사고, 증권업계 "공매도 전면폐지 요구는 과해"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이사가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한국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사 대표이사 간담회'에서 김기식 금융감독원장의 발언을 심각한 표정으로 듣고 있다.
기사를 쓸 때 지켜야하는 원칙 중 하나는 피동표현을 줄이는 것입니다. 가급적 피동표현을 능동표현으로 바꿔야 읽기 쉽다는 원칙인데요. 유독 피동표현을 피할 수 없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최근 삼성증권이 일으킨 112조원대 유령주식 배당·유통 사태가 그렇습니다. 삼성증권 일부 직원이 유령주식을 매도한 것을 놓고, "공매도를 했다"가 아닌 "공매도가 됐다"고밖에 표현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주식이 들어온 경위를 떠나 삼성증권 직원들은 계좌에 입고된 주식을 팔았기 때문에, 공매도를 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주식을 산 사람도 시장에 매물로 나온 물량을 실제 투자금으로 샀으니 공매도 주식을 샀다고 볼 순 없는데요. 사태 당일 착오배당 사실을 깨달은 삼성증권이 유령주를 원상 복구하면서 없는 주식을 판, 일종의 무차입 공매도가 '돼'버린 결과입니다.

몇몇 증권맨들은 사태당일 "사실상 주식결제를 이행하지 못 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시장에 풀린 유령주식의 결제를 모두 이행하면 공매도로 보기 어렵다"는 해석도 내놨습니다. 공매도가 아니라 금융사고의 일종이라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결과적 공매도 논란은 이번 사태의 파장을 키웠습니다. 개인에게 금지돼있는 공매도 규정상 기관과 외국인에게만 유리하다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시각에 따른 효과입니다. 공매도 폐지를 요구하는 청와대 청원이 시작 이틀여만에 답변 기준인 20만을 넘어설 정도입니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지나치다"라고 억울해 합니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공매도가 금지돼 있었다면 유령주식 유통이 안 됐을까요"라고 반문합니다. 삼성증권의 배당주 입력과 주식 거래 시스템의 문제이지 공매도가 사태를 키운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다른 증권사 고위 임직원은 "현재 시장에서 허용하는 공매도를 하기 위해선 빌려온 주식을 엄격하게 검수하는 등 내부통제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고 말합니다. 사고의 위험성이 있지만 필요한 제도인 만큼 조심스럽게 운용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물론 이번 사태에서 공매도가 개인 투자자들의 분노에 불을 당긴 것은 사실이지만 이번 사태가 곧바로 공매도 전면 폐지 근거가 되기엔 논거가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입니다. 공매도에 대한 개인 투자자들의 시선을 재확인했다는 데 의미를 둬야합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공매도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이 우려스럽다"며 "접근성을 달리하는 것은 맞지만 일본처럼 개인에게 공매도를 열어주는 방안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말했습니다. 삼성증권 사태를 맞아 공매도에 대한 보완도 함께 논의해보는 것도 생산적일 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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