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손길 불편해요"…'산책 스트레스' 받는 반려견

머니투데이 박가영 인턴기자 | 2018.04.21 06:31

다가가기 전 견주 동의 구하고 개 행동 살펴야…멀리서 지켜보는 게 최선

지난 10일 반려견과 함께 연남동 경의선숲길에 산책을 나온 견주들의 모습. /사진=박가영 인턴기자
"불쑥 다가와 귀엽다며 만지는 사람들 많죠. 그럼 당연히 애들이 놀라서 짖는데 그걸 보고 사납다 하고…. 차라리 못 본 척 지나쳐 줬으면 해요."

지난 10일 오후 4시 연남동 경의선숲길(연트럴파크)에서 만난 임지형(38·가명)씨는 반려견과 산책할 때마다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소연했다. 즐거운 산책 시간을 방해하는 '낯선 손길' 때문이다.

매일 산책길에서 강아지를 무턱대고 만지려 하는 사람들을 만난다는 게 그의 설명. 공원 벤치에 앉아 임씨와 이야기를 나누는 10분 동안에도 지나가던 행인 4명이 다가와 임씨의 반려견을 쓰다듬으려 했다.

임씨는 "낯선 사람이 두부(임씨의 반려견)를 만지려고 하면 '물어요'라고 에둘러 거절 표현을 하는 편"이라며 "개가 예민하기도 하지만 짖거나 물면 주변에 피해를 끼칠까 걱정된다. 근데 종종 깐깐하게 군다는 사람들이 있어 당혹스럽다"고 말했다.

이처럼 산책 중인 반려견을 함부로 만지는 사람들로 인해 견주와 반려견이 불편을 겪는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반려견 두 마리를 키우는 박수민(51·가명)씨는 "반려견 관련 사건·사고가 많아지면서 산책할 때 괜히 눈치를 보게 돼 힘든데, 묻지도 않고 개들을 만지는 무례한 사람들이 많아 산책이 더 힘들어진다"고 토로했다.

이는 견주 뿐 아니라 반려견 입장에서도 괴로운 일이다. 동물심리전문가 한준우 서울연희학교 교수는 "만지는 것 자체가 개들한테 엄청난 스트레스가 된다"고 설명했다. '개통령'이라 불리는 반려견 행동 전문가 강형욱 훈련사도 EBS '세상에 나쁜 개는 없다'에서 "강아지에게 인사한다고 말하고 억지로 만지면 '추행'이나 다름 없다"고 비판했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자 타인의 손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반려견을 보호하기 위한 캠페인도 등장했다. 일명 '옐로 도그 프로젝트(The Yellow Dog Project)'로, 목줄에 노란 리본을 달거나 노란 스카프를 멘 개는 '만지지 말아 달라'는 반려문화 운동이다. 비반려인도 펫티켓(펫+에티켓)을 지켜야 한다는 취지에서 시작됐다.

/사진=부산국제반려동물산업박람회 인스타그램 화면 캡쳐

2012년 캐나다에서 처음 시행된 이 캠페인은 현재 전 세계 약 40여 개 국에서 진행 중이다. 국내에서도 ‘노란리본 운동’이 지난해 부산국제반려동물산업박람회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소개된 후 확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반려견 산책에서 비롯되는 불편과 갈등을 줄이기 위해서는 비반려인도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반려인은 반려견에게 다가가기 전 먼저 견주에게 양해를 구해야 한다. 이후 무릎을 굽혀 반려견과 눈높이를 맞추고 손등 냄새를 맡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견주의 허락을 받았다고 무작정 반려견을 만져서도 안 된다. 손등을 내밀었을 때 다가올 때는 만져도 좋지만, 고개를 돌린다거나 혀를 날름거리는 등의 행동은 스킨십을 거부하는 표현이기 때문에 접근을 자제해야 한다.

특히 반려견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거나 웃으며 다가가는 등 무심코 하는 행동들이 개들에게 위협으로 느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보통 개들은 공격하기 전 눈을 똑바로 마주치고 이빨을 드러낸다. 낯선 사람이 이와 비슷한 행동을 하며 다가오면 자신을 공격한다고 받아들여 불안해하거나 물 수도 있다.

산책하는 개를 대하는 가장 올바른 자세는 역시 다가가지 않는 것. 한 교수는 "지나가는 아기가 귀엽다고 다가가서 얼굴을 쓰다듬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냐"고 반문하며 "지나가는 개를 만지는 것도 이와 마찬가지로 상식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타인의 반려견이 귀엽고 예쁘더라도 멀리서 지켜보는 게 최고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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