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벚꽃축제를 마냥 즐길 수 없는 이유

머니투데이 김영선 기자 | 2018.04.13 05:00
4월이 되면 으레 기다려지는 게 벚꽃축제다. 구만리 떨어진 미국 워싱턴D.C.에서도 벚꽃축제가 한창이다.

미국의 벚꽃축제인데 보도는 미국 언론이 아닌 일본 언론에서 더 많이 나온다. 사실 일본이 만든 것이기 때문이다.

워싱턴 벚꽃축제는 1912년 일본이 미국에 3000여 그루의 왕벚나무를 기증하면서 시작됐다. 일본은 이를 통해 미·일 관계가 얼마나 돈독한지 홍보했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벚꽃은 일본과 미국의 유대가 강하다는 걸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미국 부부의 인터뷰를 소개하기도 했다. 워싱턴 벚꽃축제에선 일본 문화를 알리는 행사도 열린다.

우리나라 벚꽃축제도 거슬러 올라가면 시작은 일제 시대이다. 1920년대 문화통치로 노선을 바꾼 일본은 창경궁에 벚나무를 심고 1924년부터 벚꽃놀이를 시작했다. 이것이 우리나라 벚꽃축제의 시초다.

의도는 다르지만 목적은 같다. 일본의 긍정적 이미지를 심기 위함이다. 우리야 이런 유래를 알기 때문에 의미를 되짚어보며 벚꽃축제를 즐기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호의로 받아들일 뿐이다.


최근 '재팬패싱'이란 말이 자주 나온다. 한·미·중의 대북 외교전에서 일본만 소외됐다. 미국의 철강 관세 부과에서도 일본은 최대 동맹국임에도 제외되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공은 공, 사는 사'를 내세우는 사업가 출신 미국 대통령의 출현에 따른 일시적 현상이다. 미국 정·재계엔 여전히 친일 인사가 많다. 백악관과 미 의회, 언론을 움직이는 유수의 싱크탱크들은 정파에 관계없이 대부분 일본의 지원을 받는다.

외교는 장기전이다. 100년 넘게 꽃 피우고 있는 워싱턴 벚나무는 이미 미국인들의 일상이 됐다. '재팬패싱'은 오래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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