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계절' 봄…직장인들 "축의금 부담 어쩌나"

머니투데이 이동우 기자 | 2018.04.13 04:00

결혼비용 2억원↑ "어쩔수 없다"…계좌번호 찍기도 "성의 없어"

김현정디자이너

서울에 거주하는 회사원 김주원씨(가명·29)는 최근 대학 동창의 연락을 받고 고민에 빠졌다. 평소 자주 연락을 하는 사이가 아니었던 동창이 김씨를 청첩 모임에 초대하면서다.

김씨는 모임 당일 일정이 있어 참석이 어렵다고 전했지만 속이 개운치 않았다. 어떤 식으로든 결혼식에 축의금을 전달해야 할 것 같은 압박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결혼의 계절' 봄이 돌아왔지만 많은 직장인이 말 못 할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잦은 청첩 모임과 노골적으로 축의금을 요구하는 분위기에 경제적·심리적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12일 결혼업계에 따르면 봄·가을은 결혼식이 집중되는 계절이다. 결혼전문업체 듀오웨드의 2002~2015년의 조사를 보면 가을인 10월(13.2%)·11월(12.5%) 결혼식이 가장 많았고, 봄인 5월(11.7%)·4월(10%)이 그 뒤를 이었다.

일부 직장인은 봄철 결혼식이 몰리며 이미 경조사비 부담에 허덕이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경조사비가 포함된 가구 간 이전지출은 지난해 106만원에 달한다.

회사원 윤모씨(38)는 이번 달에만 벌써 3명의 지인으로부터 결혼식에 초대받았다. 윤씨는 "매년 결혼 시즌이 되면 현금이 수십만원씩 빠져나가다보니 솔직히 경제적인 부담이 크다"며 "인간관계를 생각하면 안 낼 수도 없다"고 말했다.

청첩 모임과 결혼식이 겹치며 불참하는 경우가 발생하자 수년 전부터는 청첩장에 신랑이나 신부의 계좌번호를 찍어 돌리기도 한다. 기존 종이 청첩장을 모바일 청첩장이 대체해 가는 추세에서 축의금 문화도 편의성이 강조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한 반응은 '성의 없다'와 '편리하다'로 엇갈린다. 대전에 거주하는 강모씨(54)는 "청첩장에 계좌번호를 찍어 보내는 것은 아무래도 예의가 없어 보인다"며 "모바일 청첩장도 성의없다고 생각되는데 계좌번호는 너무 앞서가는 것 같다"고 말했다.

공공기관에 다니는 회사원 김모씨(33)는 "어차피 결혼하는 사람이 자기가 뿌렸던 돈을 받아가는 성격이라 크게 문제없어 보인다"며 "오히려 배달 사고를 피할 수도 있고, 결혼식에 꼭 참석하지 않아도 되니 편리하다"고 했다.

청첩장을 돌리는 예비부부들 입장에서도 할 말은 있다. 결혼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당하려면 축의금을 많이 모으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듀오웨드의 '결혼비용 실태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신혼부부의 평균 결혼비용은 신혼집 1억6791만원을 포함해 총 2억3085만원에 달했다.

지난달 결혼식을 올린 강모씨(32)는 "축의금 없이 결혼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문제"라며 "나름대로 예의를 갖춰서 결혼식에 초대하려다 보니 청첩 모임에만 300만원 이상을 지출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의 축의금 문화가 과도한 측면이 있다며 줄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임운택 계명대 사회학과 교수는 "우리가 알고 있는 축의금, 청첩 등은 과거 어려운 시절 상부상조 하던 문화가 이어져 온 것"이라며 "저출산과 1인 가구가 늘어나는 등 결혼 문화가 급변하는만큼 기존의 관행은 바꿀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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