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3년새 2배 급성장"… 수제맥주에 취한 한국

머니투데이 조성훈 기자, 지영호 기자, 이민하 기자, 강기준 기자, 고석용 기자 | 2018.04.12 05:30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종합)

편집자주 |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썼다. 진짜 우리 맥주는 맛이 없는걸까. 주세법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돼 수제맥주가 날개를 달면서 이런 '편견'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급성장하는 수제맥주시장을 분석해본다.



수제맥주 면허, 3년새 두배…'홍종학 효과'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① 규제완화 타고 100개 회복, 수입맥주와 유통경쟁 걸림돌


국내 수제맥주(크래프트맥주) 면허가 12년 만에 100개를 회복했다. 특히 최근 3년여간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급성장세를 이어간다. 이달부터 소규모 주류의 시설기준 완화와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수제맥주시장의 폭발적인 팽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수제맥주협회가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54개였던 수제맥주 면허는 지난해 95개까지 늘었고, 올 들어 3월 말까지 7개가 추가됐다. 2006년 100개로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세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업체당 2~3개의 면허를 보유한 곳이 있지만 숫자가 적고, 양조시설이 없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은 통계에서 빠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곳 이상의 수제맥주 회사가 설립된 것으로 추산된다.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수제맥주 전도사'로 불리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발의한 주세법 개정안 효과가 크다. 중소규모 맥주업체의 세율 인하와 음식점 납품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이 법은 2014년 발의돼 2016년에 통과됐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주세법 시행령은 수제맥주 시장의 진입장벽을 한층 더 낮출 것으로 보인다. 용량제한과 주세부담, 판로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우선 세금경감혜택을 받는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의 발효규모는 담금·저장조 기준 기존 75㎘에서 120㎘까지 늘어났다. 기존 대비 생산량을 60%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규모제한 기준을 넘어서면 대기업 맥주업체와 같은 세금이 매겨져 수제맥주업체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왔다.

소규모 맥주시설의 과세표준 경감범위도 확대됐다. 수제맥주업체의 세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다. 과세표준의 40%를 인하해주는 기준을 연간 출고량 기준 300㎘에서 500㎘로, 60% 인하 기준도 100㎘에서 200㎘로 확대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간 500㎘를 생산하는 소규모 맥주제조사의 제조원가를 1억원으로 가정할 때 연간 과세표준 경감 규모는 종전 3960만원에서 현재 5280만원이다. 차액에 주세 72%를 적용하면 이전보다 950만원의 세금을 덜 낸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기대감은 크다. 다품종 고품질 맥주 제조가 가능한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세금감면 혜택으로 수제맥주업체들의 시설투자와 인력확충이 기대된다"며 "특히 시설기준이 120㎘로 변경되면서 투자가 늘고 공장 등 설비증축을 준비하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올해 말까지 면허기준 12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초기 단계라는 점은 시장확대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맥주시장 규모는 4조원으로 이중 수제맥주 시장는 200억원, 0.5%에 불과하다. 수제맥주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내 수제맥주 비중이 20%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1979년 89곳에 그쳤던 미국 내 맥주 양조장은 홈브루잉(자가 양조) 합법화를 계기로 2012년 2456곳까지 늘었고 이중 수제맥주가 2401곳이나 된다.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세법 개정 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입맥주의 잠식은 수제맥주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관세율 하락과 선호도 증가로 수입맥주 수입액은 2011년 5845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6269만달러로 성장했다. 연 성장률은 27.6%다.

수제맥주업계가 유통망 규제완화에는 미온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세법 시행령에 따라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됐지만 '4캔에 1만원' 공세를 펼치는 수입맥주와 경쟁하기란 만만치 않다. 협회 관계자는 "경감 혜택에도 수입맥주를 상대로 경쟁력이 없어 소매점 유통 수제맥주 업체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규모 맥주 제조사에 대한 실질적 혜택을 늘리기 위한 추가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 읽어주는 MT리포트
지영호 기자



'맥주순례 떠나볼까' 상권지형 바꾸는 수제맥주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② 경리단길·연남동 등 핫플레이스 가득 채운 수제맥주펍


수제맥주 애호가가 증가하면서 각양각색의 수제맥주펍(pub)도 늘고 있다.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 ‘수제맥주 골목’부터 익선동 ‘한옥맥주펍’까지 다양한 맛과 콘셉트의 수제맥주펍들 덕분에 ‘펍크롤링’(Pub Crawling·다양한 맥주펍을 다니며 맥주 맛보기)을 즐기는 순례자들까지 생겨났다. 상권의 지형까지 바꿔놓는 수제맥주펍은 최근 전통시장이나 공업단지 등에도 둥지를 틀면서 지역상권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수제맥주 애호가의 성지 '경리단길'=서울 용산구의 이태원 경리단길은 수제맥주 애호가들의 '성지'다. 골목 초입에 몰려있는 수제맥주펍들로 '맥주골목'을 형성했기 때문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기자인 다니엘 튜더가 만든 '더부스', 경리단길에서 시작해 제주도까지 확장한 '맥파이', 피자 안주로 유명한 '매드테이블' 등 맥주 애호가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이색 펍이 가득하다.

경리단길의 한 수제맥주펍 /사진=고석용 기자
최근 기자가 찾은 경리단길에는 가게 앞마다 테이블을 펴놓고 '길맥'(길거리 맥주)을 즐기는 인파들로 가득했다. 다양한 손님층은 이곳의 매력이다. 외국인 손님도, 중년 부부도 만날 수 있다. 이곳에서 만난 손님 이 모 씨는 "다양한 맛의 수제맥주는 물론 시끄러운 노랫소리가 가득한 시내 호프집보다 조용하면서도 활기찬 이곳 특유의 분위기가 좋다"고 말했다.

경리단길은 다양한 종류의 수제맥주펍들 덕에 '맥주순례'의 장소가 되기도 한다. 포털 검색창에 '경리단길 수제맥주 순례'를 입력하면 블로그 게시물만 1만여 개가 검색된다. 지난해 여름에는 CJ제일제당과 함께 '왕맥(왕교자+맥주)위크'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등 명실상부한 맥주성지로 거듭나고 있다.

◇연남동·익선동의 랜드마크로 우뚝=서울 마포구의 연남동과 종로구 익선동은 젊은이들의 대표적인 데이트코스다. 이곳에도 지역 특성을 활용한 수제맥주펍이 등장하면서 손님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익선동은 100여채의 한옥이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수제맥주펍 '크래프트루'와 '아트몬스터', '에일당', '행아웃' 등도 한옥을 그대로 둔 채 간단한 내부리모델링만 거쳤다. 그 덕에 익선동은 한옥 거리를 산책하다가 수제맥주로 갈증을 채우려는 청춘들로 밤낮없이 북적인다.

연남동 경의선 숲길은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닮아 '연트럴파크'라는 별명이 붙었다. 연남동의 수제맥주펍들은 연트럴파크의 매력을 그대로 이용했다. 창가 자리에서 연트럴파크를 조망할 수 있는 '크래프트한스' '코지엠'등 대형 맥주펍은 물론, 골목 구석마다 톡톡 튀는 소규모 맥주펍도 즐비하다.

뚝도시장 '성수제맥주-슈가맨(왼쪽)'과 문래동 '올드문래' /사진=고석용 기자

◇문래동·뚝도시장 '죽은 상권도 살린다'=최근에는 전통시장이나 공업단지 골목 등에서도 수제맥주펍이 영토를 넓히고 있다. 수제맥주펍으로 손님들이 몰리면서 주변 상권 부활까지 이끄는 모습이다.

서울 성동구 뚝도시장의 '성수제맥주-슈가맨'과 영등포구 문래동 철공소골목의 '올드문래'가 대표적이다. 전통시장 안에 입점한 성수제맥주는 인근 시장의 순대·홍어 등을 안주로 사 먹을 수 있다. 젊은이들이 몰리며 다소 썰렁했던 전통시장까지 들썩이는 모습이다.

철공소 골목에 옛 공장을 개조해 만든 올드문래는 문래동의 숨겨진 명소다. 다소 생뚱맞은 공단 한 가운데에 있지만, 입소문을 듣고 찾아온 손님들로 가득하다. 공단을 창작단지로 만드려는 문래동 예술촌 작업과 함께 오래된 공단지구의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고석용 기자



수제맥주 급성장에 대기업도 '눈독'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③ 신세계푸드 시작으로 오비맥주·SPC·LF·진주햄 등 가세

데블스도어 론칭 3주년 기념 스페셜에디션 3종. (왼쪽부터) △서울 임페리얼 스타우트 △하남 페일 에일 △해운대 다크 바이젠/사진 제공=신세계푸드
데블스도어 1호점 센트럴시티점 /사진 제공=신세계푸드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세를 보이면서 국내 식음료 분야 대기업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신세계그룹 계열 식품회사인 신세계푸드가 세운 데블스도어(DEVIL’s DOOR)가 대표적이다. 2014년 첫 선을 보인 데블스도어는 개점 초기부터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각별히 신경을 쓴 것으로 알려졌다. 첫 매장을 낸 지 만 3년 만에 160만잔(370㎖ 기준) 이상을 판매하며 안착했다. 현재 서울 센트럴시티와 스타필드 하남, 부산 센텀, 제주 신화월드 등지에 4개 매장을 운영 중이며 6종의 수제맥주를 판매중이다.

신세계 푸드 관계자는 "2014년 당시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과 함께 당사 외식사업과 시너지가 예상돼 뛰어들었다"면서 "대형매장 위주로 운영하고 맥주제조 설비가 필요해 매년 한 곳 정도 매장을 늘려가는 정도로 확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세계푸드는 데블스도어의 수제맥주를 편의점과 슈퍼마켓 등지에 유통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양산맥주 1위 업체인 오비맥주 역시 자회사인 'ZX벤처스'를 통해 수제맥주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6년 말 서울 강남역에 수제맥주 브랜드 '구스아일랜드 펍(PUB)'를 열면서 수제맥주 사업에 뛰어들었다. 현재 서울 강남과 종로에 2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앞서 오비맥주의 모회사인 AB인베브는 2000년대초 미국 시카고 지역 크래프트 맥주회사 구스 아일랜드(Goose Island)를 인수했으며, 현지 생산한 맥주를 병입해 국내 수입맥주 전문 펍에 판매하고 있다. 양산맥주는 카스로 공략하되 젊은 층의 고품질 수제맥주 수요도 잡겠다는 포석이다.

오비맥주는 지난 3월에는 국내 수제맥주 브랜드인 '더 핸드앤몰트 브루잉 컴퍼니'(핸드앤몰트)의 지분 100%를 인수해 업계를 놀라게 했다. 핸드앤몰트의 경기 남양주시 양조장은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 최고의 양조장으로 선정된 바 있다. 핸드앤몰트는 남양주시 인근에 새로 공장을 세우고 보리와 홉, 효모 등을 국산화하는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이밖에도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이 독일식 요리와 수제맥주를 제공하는 '그릭슈바인'을 운영하며 유럽 등지에서 크래프트 비어를 수입해 판매 중이다. 중견기업인 진주햄도 2015년 국내 수제맥주 회사인 '카브루'를 인수해 서래마을에 맥주 펍 '공방'을 운영하고 있다.

패션업체인 LF 역시 지난해 초 주류 유통사인 인덜지 지분을 인수하고 크래프트 비어 공장을 설립해 수제맥주 시장에 뛰어들 준비를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1호 수제맥주 회사인 세븐브로이는 홈플러스와 손잡고 '지역 맥주 시리즈'(강서·달서·전라·서초 맥주 등)를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한 수제맥주 업계 관계자는 "최근 수제맥주 시장이 성장세에 접어들면서 대기업들도 잇따라 시장에 뛰어드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이 M&A를 통해 시장에 진입하면 영세 수제맥주 업체들의 입지가 좁아질 것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조성훈 기자



수제맥주에 반한 VC '뭉칫돈' 투자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④ 최근 5년간 600억 투자…초기투자로 수익극대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정보기술(IT), 바이오 업종 등에 주로 투자하던 벤처캐피탈(VC)들도 수제맥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초기 시장에 투자해 수익률을 극대화하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11일 수제맥주와 VC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업체 세븐브로이는 최근 민간 엑셀러레이터 '레이징'과 20억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투자는 지난해 7월 맺은 10억원 투자계약에 이은 후속투자다.

세븐브로이는 투자금으로 경기도 양평에 1만1000㎡(약 3300평) 규모의 추가 양조장과 병·캔 용기공장을 짓고 있다. 올해 상반기까지 제2공장을, 내년까지 제3공장을 완공해 생산량을 늘릴 계획이다. 이 회사의 '강서맥주'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들과의 행사에서 만찬주로 마시면서 한때 품절사태를 겪기도 했다.

강서맥주 품절 사태는 주로 IT·헬스케어·신재생에너지 분야에 투자를 해왔던 레이징의 눈길을 끄는 계기가 됐다. 레이징 관계자는 "해외 맥주시장을 보면 주류 시장에서 수제맥주 비중이 15% 정도 차지하는데 국내 시장은 아직 5%에도 못 미쳐서 성장 가능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며 "수제맥주 산업의 특성이 설비·장치산업이나 수처리 환경 분야와 겹치는 부분이 있던 것도 중요한 요인이 됐다"고 투자배경을 설명했다.

세븐브로이뿐 아니라 어메이징브루어리, 제주브루어리, 플래티넘브루어리, 더부스, 코리아크래프트브루어리 등 다른 수제맥주업체들도 VC들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2014년 이후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500억~600억원 규모의 VC 자금이 투자된 것으로 추정한다.

성수동맥주로 잘 알려진 어메이징브루잉컴퍼니는 알토스벤처스와 본엔젤스벤처파트너스에서 후속투자를 받아 경기 이천시에 연간 120만 리터 규모의 양조장 설립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그동안 성수동, 잠실, 송도 등에 세운 매장(펍) 내 소규모 시설에서 맥주를 만들어왔다. 이천 양조장 준공으로 매장뿐 아니라 마트·편의점 등으로 판매망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동강에일맥주로 유명한 '더부스'는 2015년 업계에서 처음으로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10억원을 조달했다. 이후에도 크라우드펀딩과 IBK캐피탈, SBI인베스트먼트, 메디치인베스트먼트 등에서 100억원 이상을 유치했다. 투자금으로 미국 유레카 맥주 공장을 인수하고 미국 시장에도 진출했다.

제주브루어리는 UTC, SBI, 한빛인베스트먼트에서 40억원을 유치했다. 이 회사는 제주도에 최대 2000만 리터 규모의 수제맥주 생산이 가능한 양조장을 갖추고 있다. 대형 주류회사인 하이트, 오비맥주, 롯데주류에 이어 4번째로 큰 시설이다. 이외에도 미래에셋벤처투자와 산은캐피탈은 인디아페일에일(IPA)로 유명한 플래티넘에 40억원 가량을 투자했다.

VC업계에서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이 향후 10년 간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벤처투자업계 관계자는 "수제맥주 시장은 잠시 왔다 사라질 현상이 아닌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라며 "앞으로 5~10년 내에 IT분야 못지 않은 가파른 성장세를 만들어낼 것"이라고 했다.

이민하 기자



수제맥주 '4캔에 1만원' 못하는 이유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⑤ 수입맥주와 과세 역차별…발목잡는 규제들 해소해야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의 대형마트·편의점 유통이 가능해졌지만 업계는 아직 풀어야 할 규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무섭게 시장을 점유해가는 수입맥주와의 과세 역차별 논란과 수제 생맥주 배달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수제맥주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업체의 가장 큰 고충은 수입맥주와의 세금 역차별 문제다. 국내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 기준이 달라 국내 업체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대표적인 수입맥주 할인이벤트인 '4캔에 1만원' 행사도 사실상 국내 업계 입장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행 주세법과 교육세법은 국내맥주의 경우 '출고원가'를,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신고가'를 과세표준으로 한다. 여기에 주세 72%와 교육세 21.6%(주세의 30%)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출고원가와 수입신고가의 결정적 차이는 이윤의 포함 여부다. 국내맥주 과세표준인 출고원가에는 이윤이 포함돼 있지만 수입업체의 과세표준 수입신고가에는 이윤이 제외돼있다.

이 같은 세금 구조는 판매가격의 차이로 나타난다. 예컨대 제조원가 1000원에 500원의 이윤을 남긴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맥주는 '원가+이윤 1500원'에 대한 과세로 2904원이 소비자가로 결정되는 반면, 수입맥주는 '원가 1000원+과세 936원'에 이윤 500원을 붙여 2436원에 소비자가가 결정되는 식이다.

이는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부가세 등이 제외된 가상 가격으로 업계는 실제 판매가격 현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내맥주가 수입맥주에 비해 세금 비중은 높고 이윤은 낮은 것이다.

여기에 수입맥주가 대량 수입으로 물류비를 점점 낮추고 있고 올해부터는 미국과 EU의 맥주 관세도 철폐되면서 수입맥주의 수입신고가는 국내맥주의 출고원가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그나마 국내 맥주 대기업들은 대량생산·유통으로 소비자가를 낮추고 있지만, 영세 수제맥주업체 입장에선 이들과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수제맥주는 대기업처럼 대량생산 대량유통이 불가능하니 출고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제맥주가 대형마트·편의점에 입점할 기회는 생겼지만 수입맥주와의 가격경쟁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제맥주펍(pub)의 배달판매(통신판매) 금지도 업계의 손발을 묶어두는 규제로 꼽힌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국세청의 주류 통신판매에 관한 고시는 "음식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주문 받은 음식에 '부수하여' 함께 주류를 배달하는 것은 주류 통신 판매로 보지 아니한다"며 그밖에 배달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치킨전문점에 치킨을 주문하며 맥주를 '부수'로 배달주문 하는 것은 가능하나, 맥주펍에 맥주를 주문하며 치킨을 '부수'로 배달주문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부수로 판매하는 것의 기준에 대한 국세청의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석용 기자



수제맥주 창업해볼까…"무리한 투자는 위험"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⑥ 양조시설 갖춘 매장 10억 이상 필요


이달부터 소규모 주류의 시설기준 완화와 세금감면 혜택을 골자로 한 주세법이 시행됨에 따라 수제맥주 창업에 관심이 커지고 있다. '십중팔구 망한다'는 창업에서 실패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충분한 시장 검토와 면밀한 투자계획이 필요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 창업은 생산 방식에 따라 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우선 매장(펍)에서 수제맥주를 직접 생산, 판매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양조시설(부르어리)이 필요한 만큼 초기 투자비용 부담이 크다.

매장이나 양조시설 규모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서울 지역 500㎡(약 150평) 기준 약 10억~20억원 가량의 비용이 든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매장 면적은 최소 100㎡(30평) 이상이다. 업계관계자는 “독일산 고급장비를 쓰면 예상 비용에 '0'이 하나 더 붙는다”며 “개인이 양조시설까지 갖추고 매장을 하기엔 부담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매장에서 수제맥주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위탁생산, 판매하는 방법도 있다. 양조업체에 자신의 레시피대로 수제맥주 생산을 주문하는 식이다. 양조시설을 갖추지 않아도 되는 만큼 초기 투자비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대다수 국내 수제맥주 업체들도 초기 이 같은 방식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위탁생산 방식으로 매장을 여는 게 어려워졌다. 마진이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조업계가 주문을 기피해서다. 또다른 업계관계자는 "개별 주문을 받아봐야 제조원가에 비해 주문량이 적어 이윤을 남기기 어려운 현실"이라며 "인기가 높았던 수제맥주 브랜드 대부분이 이미 위탁생산을 포기한 상태"라고 말했다.

가장 손쉬운 창업 수단은 수제맥주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여는 것이다. 수제맥주 프랜차이즈도 양조시설을 갖춘 곳은 세븐브로이, 바이젠하우스 등 손에 꼽힌다. 대부분의 프랜차이즈는 양조업체에 수제맥주 생산을 위탁하고 이를 가맹점에 유통시키는 구조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창업비용은 면적·인테리어·입지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초기 투자비용의 상당수가 상가권리금이나 보증금 등으로 잡히고 인테리어 비용도 사업주 마음이다 보니 특정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수입맥주에서 수제맥주 프랜차이즈로 전환한 A사의 경우 임대료 등을 제외한 창업 초기 투자비용은 66㎡(약 20평) 기준 약 9000만원이다. 매장 임대 보증금을 제외한 인테리어, 기자재, 가맹비 등을 합친 금액이다.

프랜차이즈 창업에서 또 다른 고려대상은 고정비용이다. A사 가맹점 매출 상위 30%(66㎡ 기준)의 월 고정비용은 약 1900만원이다. 원재료가 1000만원, 임대료가 280만원, 인건비가 400만원, 운영비가 200만원 정도다. 월 평균 매출은 2800만원 정도로 900만원 이상의 수익이 나온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사전에 충분한 시장 파악을 하고 경제적 상황을 고려한 창업을 권유한다.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불어닥친 하우스맥주 열풍으로 막대한 자본이 시장에 투입됐음에도 실패했다는 점은 반면교사 삼아야 할 대목"이라며 "노후준비용 창업이라면 충분한 시장파악 이후 최소자본으로 시작하는 것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이라고 충고했다.

☞ 읽어주는 MT리포트
지영호 기자



제주 대표 수제맥주 도전하는 20대 토박이들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스타트UP스토리]⑦ 강규언·문성혁 제주지앵 대표

강규언 제주지앵 대표 /사진 제공=제주지앵

"'제주소주'하면 한라산 소주잖아요. '제주맥주'하면 제주지앵이 생각나게 하는 게 목표입니다."

지난해 5월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맥주페스티벌 GKBF(Grand Korea Beer Festival). 2시간30분의 대기줄을 자랑했던 업체가 있었다. 제주도 토박이 고등학교 동창 강규언·문성혁(29) 대표가 함께 만든 수제맥주 '제주지앵'이다. 맥주에 감귤을 섞어 '감귤맥주'를 선보인 제주지앵은 이날 축제 하루에만 3000잔, 1000리터의 맥주 판매 기록을 세웠다.

강 대표는 감귤맥주를 만든 계기에 대해 묻자 "운명처럼 시작됐다"고 표현했다. 제주대 생명공학과에서 식품·발효를 전공한 강 대표가 교내 '맥주실험실'에서 우연히 '감귤맥주'를 개발한 것이 시작이었다. 방학을 맞아 서울에서 제주로 내려온 문 대표는 강 대표의 감귤맥주 맛에 단박에 꽂혀버렸다. 자신들의 정체성인 '제주' 지역색을 살린 것도 매력이었다. 문 대표는 "무조건 팔아보자"며 사업을 제안했다. 2014년 강 대표의 레시피가 문 대표의 추진력을 만나 제주지앵이 시작됐다.

처음 맥주를 선보인 것은 제주대 교내 축제였다. 마침 학교축제와 일정이 맞아 테스트도 할 겸 맥주를 선보였다. 하지만 맥주를 아무리 시원하게 팔아도 돌아오는 반응은 미지근했다. 강 대표는 "개성을 살리자니 소비자들을 잡아두기 어려웠고, 개성을 버리자니 수제맥주의 의미가 사라졌다"며 "절충점을 찾는 게 중요했다"고 말했다. 두 대표는 처음부터 재료 특성과 양조법을 다시 공부했고 수십 번의 시행착오 끝에 페일에일 버전인 '헤비'와 에일 버전인 '라이트' 버전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하지만 고비는 계속됐다. 강 대표는 "겨우 발품을 팔아 양조시설을 마련했지만, 기껏 만든 맥주 2000리터를 통째로 버린 적도 있다"고 회상했다. 같은 레시피를 사용했지만 맥주실험실과 양조시설에서 탄생한 맥주 맛이 달랐기 때문이다. 장비의 미묘한 차이로도 맛이 완전히 달라졌다. 발효가 제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강 대표는 "계속 실험하고 레시피를 바꿔보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 제공=제주지앵
우여곡절 끝에 탄생한 제주지앵의 감귤맥주가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2015년 GKBF를 통해서다. 잔에 감귤을 꽂아 판매하는 전략이 SNS에서 통했다. 강 대표는 "GKBF 페이스북 페이지에 올라간 제주지앵의 사진이 5만개가 넘는 '좋아요'를 받았다"며 "입소문을 듣고 온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당황했다"고 말했다. 청년 두 명이 아무리 뛰어다녀도 기다리는 손님은 줄지 않았고, 준비한 맥주는 금방 동나버렸다. 강 대표는 "정신없었지만 황홀했던 기억"이라고 회상했다. 첫해부터 '대박'을 친 제주지앵은 매년 GKBF에 참가해 대박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주지앵 두 청년 대표들의 올해 계획은 서울 유통이다. 현재 제주지앵을 맛보기 위해서는 제주도에 와서 맥주가 납품되는 펍이나 식당에 가야한다. 제주지앵은 오는 5월 예정된 GKBF 이후 서울에 본격적으로 유통을 계획하고 있다. 올 여름에는 버스킹 같은 인디 문화를 접목해서 제주지앵 펍(pub)도 만들 계획이다. 강 대표와 문 대표는 "열심히 하다 보면 진짜 시원한 제주지앵을 먹고 싶어서 제주도에 찾아오는 사람도 생기지 않겠냐"며 웃어보였다.

고석용 기자



美 수제맥주 폭풍성장…밀레니얼세대 주도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⑧ 맥주시장서 나홀로 성장… 젊은층 입맛 신제품 찾아 이동

/AFPBBNews=뉴스1

미국에서는 맥주 시장이 침체기를 맞은 가운데 수제맥주만 홀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11일 미국 소매 데이터 제공업체 IRI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맥주 판매량은 전년보다 0.4% 감소한 340억달러(약 36조원)를 기록했다. 미국 맥주 시장은 매년 1% 안팍의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수제맥주는 급성장 중이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5.6%(40억달러), 판매량도 3.6% 증가했다.

수제맥주 양조장 수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 양조협회에 따르면 2016년 기준 5301개였던 양조장 수는 지난해 6000개를 돌파했다. 1999년만 해도 1564개였는데 19년만에 3.8배 가량 증가한 것이다. 이는 1920년대 금주령이 내리기 전인 1873년 4131개의 양조장을 기록한 후 최고치다.

이러한 흐름은 주류 시장을 주도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 출생한 세대)의 입맛이 변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2020년까지 미국 인구의 3분의 1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고, 연간 구매력도 2000억달러(약 211조원)에 달해 시장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밀레니얼 세대는 건강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어 알콜 섭취는 줄인다. 맥주 시장이 매년 축소되는 이유다. 대신 술을 마실 땐 특별한 경험을 주는, 프리미엄 주류에 관심을 보인다.

기성 맥주들은 규모가 워낙 커 시장 상위권은 장악하고 있지만 매출은 매년 줄고 있다. 버드와이저, 버드라이트, 밀러라이트, 쿠어라이트 등 대형 맥주 제품 매출은 전년보다 2.9%(약 4억달러, 약 4230억원) 감소했고, 판매량 역시 3.8% 줄었다.

늘 미국 시장 랭킹 3위 안에 들던 버드와이저는 지난해 10년여만에 4위로 밀려나기도 했다. 매출은 7억1780만달러를 기록, 전성기인 1988년에 비하면 3분의 1 토막난 수준이다.

/사진=Samuel Adams SNS

수제맥주의 외형이 커지고 있지만, 이 안에서도 밀레니얼 세대의 취향이 갈린다. 밀레니얼 세대는 사람들이 많아찾아 대형화되고, 흔해진 수제맥주는 외면하고 계속해서 새로운 수제맥주를 찾아 옮겨가는 경향을 보인다.

IRI월드와이드에 따르면 수제맥주로 성공한 사무엘 아담스는 지난해 전체 판매량이 11.8% 감소했고, 시에라 네바다 페일 에일도 9.1% 줄었다. 2015년만해도 미국 맥주 판매 순위에 없었던 이들이 지난해 나란히 18,19위에 오른 것과는 대조적인 현상이다.

반면, 신진 수제맥주는 두자릿수 가파른 성장을 기록 중이다. 미시건 파운더스 브루잉 컴퍼니는 IPA(Indian Pale Ale) 붐을 타고 지난해 매출이 42.6%, 판매량은 51.8%나 폭등했다. 미국에서 IPA 맥주는 지난 한해에만 50.3%나 성장했다.

이밖에 지역 소규모 양조장인 벨 브루어리(18.6%), 스톤 브루어링(14.5%), 스위트워터 브루어링(15.9%), 파이어스톤 워커(16.2%) 등도 큰 폭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글로벌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대량생산 제품을 거부하고 '수제', '장인정신' 등 자신만의 고유한 취향을 나타내려는 식음료 소비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강기준 기자

베스트 클릭

  1. 1 '선우은숙 이혼' 유영재, 노사연 허리 감싸더니…'나쁜 손' 재조명
  2. 2 '외동딸 또래' 금나나와 결혼한 30살 연상 재벌은?
  3. 3 '눈물의 여왕' 김지원 첫 팬미팅, 400명 규모?…"주제 파악 좀"
  4. 4 '돌싱'이라던 남편의 거짓말…출산 앞두고 '상간 소송'당한 여성
  5. 5 수원서 실종된 10대 여성, 서울서 20대 남성과 숨진 채 발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