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펙사벡'으로 癌완치 도전…'게임체인저' 노린다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 2018.04.12 04:25

[진격의 K-Pharm, 글로벌 현장]4-①암 완치에 도전 신라젠

편집자주 | 1999년 토종 신약 1호 '선플라주'가 탄생하면서 우리나라는 신약개발국 지위를 얻었다. 이 때부터 2016년까지 우리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연 평균 1.6개씩 신약을 꾸준히 탄생시켰다. 신약개발 노력은 '글로벌 K-Pharm'의 자양분으로 작용했다. 오늘날 제약·바이오산업은 고부가 '4차 산업' 견인차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현재는 미래의 거울이다. 대표 기업들의 글로벌 이정표를 따라 미래 청사진을 그려본다.

그래픽=최헌정 디자인 기자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첫 품목허가를 받은 우리나라 의약품은 2003년 LG생명과학 팩티브였다. 그로부터 14년이 지났지만 FDA 승인 의약품은 모두 6개에 지나지 않는다. 그것도 항생제나 혈우병치료제, 바이오시밀러 등이었다. 근본적인 의미의 혁신신약은 아직까지 없다.

이런 의미에서 신라젠은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임상 3상 중인 펙사벡은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는 세계 최초 신약이다. 세계 첫 바이러스 항암제(고형암)인데다 말기암 환자에게서 암세포가 사라진 완전관해(CR) 사례가 속속 보고되고 있다. 세계 항암제 시장에서 파급력이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라젠은 국내 제약·바이오 역사를 다시 쓰는 사건의 중심에 서 있다.

◇암세포 사멸시킨 뒤 백신 작용 = 펙사벡(JX-594) 원료는 천연두 바이러스다. 200년전 천연두로 속절없이 목숨을 잃던 시절 에드워드 제너가 소 축사에서 발견한 인류 최초 백신이다. 우두 바이러스라고 하는데 소 천연두에 감염된 농장 어린이들이 인간 천연두 때문에 죽지 않는 현상을 발견한 뒤 우두 바이러스를 백신으로 개발한 것이다.

우두 바이러스를 항암제로 쓰는 원리는 이렇다. 우두 바이러스에서 자기복제에 필요한 티미닌 키나아제(TK) 유전자를 제거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펙사벡을 혈관을 통해 침투시킨다. 펙사벡은 TK유전자를 찾아다니다 TK유전자가 풍부한 암덩어리를 발견한다. 펙사벡이 TK유전자를 빨아들이는 동안 암은 더 이상 확장을 못하고 파괴된다. 이 때 면역체들이 달라붙어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대학(UCSF)은 펙사벡이 종양 내 혈관을 바이러스 감염시켜 면역계가 종양과 바이러스 결합체를 사멸시키는 현상도 발견했다. 그 뒤에는 면역계가 종양 단백질(항원)을 인식해 암이 재발해도 즉시 공격하는 백신 기능까지 확인했다.

이 같은 기전은 펙사벡이 제대로 기능을 하면 암 완치가 가능하다는 기대를 갖게 한다. 기대는 현실에서 부분 증명이 됐다. 간암 말기 환자 30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2a상에서 2명 환자에게 암세포가 완전히 사멸된 완전관해가 관찰됐다. 말기 신장암 환자 17명으로 대상으로 한 임상2상 역시 1명에게서 완전관해가 확인됐다. 세계 유일한 간암 치료제 넥사바는 아직까지 완전관해가 보고되지 않고 있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사진제공=신라젠
◇고형암 전반으로 적응증 확장 시도 = 펙사벡은 이론적으로 모든 고형암에 통한다. 신라젠이 주도해 상업용으로 개발 중인 분야는 간암 뿐이지만 지금까지 전임상, 임상으로 확인된 치료 분야는 신장암, 췌장암 등으로 다양하다.

현재 프랑스 사노피가 최대주주인 미국 리제네론과 신장암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미국 국립암연구소(NCI)는 대장암, 프랑스 트랜스진은 유방암 치료제 개발에 펙사벡을 이용하고 있다. 리제네론과 공동 개발 중인 신장암 치료제는 미국에서 임상 1상, NCI의 대장암 치료제 역시 1상, 트랜스진의 유방암 치료제는 유럽에서 2상 중이다. 트랜스진은 또 고형암 전반을 살펴보는 1상을 별도로 진행하고 있다.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바이러스 항암제는 암젠의 임리직이 유일하다. 임리직은 그러나 피부암에만 효과가 있다. 구완성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펙사벡은 암 살상 바이러스 치료제 중 암젠의 임리직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 속도가 빠르다"며 "임리직은 피부암과 구강점막암에만 적용할 수 있지만 펙사벡은 전신에 적용 가능해 확장성이 우수하다"고 말했다.

◇탁월한 확장성, "항암제 시장 게임 체인저" = 신라젠의 목표는 명료하다. 펙사벡을 유수 항암제들의 중심에 세우겠다는 것이다. 이는 항암제들이 펙사벡에 의존하게 만드는 전략으로 구현되고 있다. 펙사벡과 함께 해야 약효가 극대화 되게끔 데이터를 유도하는 것이다.

이는 세계 항암제 개발 트랜드인 병용투여 방식이기도 하다. 상호보완적 관계를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 발상은 면역항암제의 선구자격인 머크의 키트루다와 임리직을 피부암 환자에게 병용투여 한 결과 33% 완치율이 확인된 데서 비롯됐다.

펙사벡이 암덩어리를 깨면 면역항암제로 인해 기능이 업그레이드된 면역계가 암 살상률을 높인다. 현재 키트루다와 함께 세계 3대 면역항암제인 옵디보, 여보이를 비롯해 리제네론의 REGN2810,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 트레믈리무맙 등과 더불어 시도되고 있다. 간암 치료제 넥사바와도 같은 방식으로 임상3상이 진행 중이다.

문은상 신라젠 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적응증 확대와 병용치료법 개발, 신규 제품 개발을 통해 글로벌 항암제 시장의 게임 체인저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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