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풍에 사망사고 났는데…긴급재난문자 '조용'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 2018.04.11 13:40

10일 순간풍속 20~30㎧ 강풍 전국 휩쓸어… 긴급재난문자 알림 보낸 곳 5개 지역 불과, 기준 강화해야

11일 오전 강원도 강릉시 교동 인도에 가로수가 지난밤 강풍으로 뿌리째 뽑혀 쓰러져 있다. 전날 오후 11시 기준 북강릉 최대순간풍속은 32.1㎧를 보였다. 강원도에 발효됐던 강풍특보는 이날 오전 5시를 기해 모두 해제됐다. /사진=뉴스1
순간풍속 20~30㎧에 달하는 강풍이 전국 곳곳을 휩쓸면서 피해가 잇따랐다. 강풍에 1톤 트럭이 뒤집히는 사고가 발생하고 사망자까지 생기면서 강풍의 위험성을 제대로 인지해야 한다는 조언이 잇따른다.

지난 10일 서울을 포함한 일부 내륙과 서해안·동해안에 강풍 특보가, 주요 공항에는 강풍 및 윈드시어(이륙·착륙) 특보가 발효됐다. 하지만 강풍에 대한 경각심이 크지 않은데다가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지역이 손에 꼽히는 등 안전 관리에 구멍이 뚫리면서 사고가 잇따랐다.

◇1톤 트럭 뒤집히고 사망자까지
10일 강풍주의보가 내려진 부산에서는 이날 오후 순간최대풍속이 25㎧를, 인천에서는 순간최대풍속이 22㎧를 기록하는 등 전국 곳곳에서 강풍이 불었다. 강풍주의보는 △육상에서 풍속 14㎧ 이상 또는 순간풍속 20㎧ 이상 △산지에서 풍속 17㎧ 이상 또는 순간풍속 25㎧ 이상이 예상될 때 발효된다.
밤새 강풍특보가 내려진 부산에 강한 바람으로 인한 피해가 잇따라 발생한 가운데 지난 10일 밤 사하구의 한 대형마트 외벽에 걸려 있던 대형 현수막이 강풍에 찢겨져 있다./사진=뉴시스
강풍 피해도 속출했다. 10일 오후 1시쯤 인천 중구 경동 배다리사거리 한 오피스텔 신축 공사장에서 15층 아래로 안전 펜스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해 공사장 아래 주차된 차량 4대가 파손됐다. 오후 10시쯤에는 부산 진구 전포동의 한 아파트 공사현장의 표지판에 맞은 행인이 어깨를 다쳐 인근 병원으로 이송됐다.
인천공항과 서해안 전지역에 윈드시어가 발효된 10일 오후 6시40분께 인천대교 남단에 강력한 회오리 바람으로 인해 트럭 한대가 전복됐다. /사진=뉴시스
오후 6시50분쯤 인천대교 남단에서는 1톤 트럭이 강풍에 쓰러지기도 했다. 사망 사고도 발생했다. 오후 3시30분 인천 서구 왕길동 한 건설 폐기물 업체에서 A씨가 강풍에 날아온 합판에 맞아 숨졌다.

◇재난처럼 강풍 부는 데도 휴대폰은 '조용'… 긴급재난문자 구멍

마치 재난상황을 방불케 하듯 곳곳에서 강풍이 불었지만 몇몇 지자체를 제외하면 국민의 휴대폰은 조용했다.

10일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 곳은 △오후 2시 인천시 중구 △오후 9시 강원도 속초시 △오후 9시30분 강원도 고성군 △오후 9시50분 강원도 양양군 △밤 10시30분 강원도 강릉시 등 5개 지역에 불과했다.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각 시도 또는 시군구는 강풍의 경우 주간(오전 6시~오후 9시) '경보'일 때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11일 국가법령정보센터의 재난문자방송 기준 및 운영규정에 따르면 각 시·도 또는 시·군·구는 강풍의 경우 주간(오전 6시~밤 9시) '경보'일 때만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다. 10일에는 사망 사고가 발생한 인천시 서구를 비롯 대부분의 지역에서 강풍 '경보'가 아닌 '주의보'가 내려져 있었기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지 않았던 것.

더군다나 규정에는 야간(밤 9시~다음날 오전 6시)에는 강풍 '경보'의 경우에도 발송하지 않도록 돼있다. 하지만 강풍주의보가 발효된 곳에서 사고가 잇따르면서, 재난문자 발송 기준이 너무 느슨하다는 비판이 나온다.

자발적으로 긴급상황을 판단, 추가 피해를 줄인 지자체도 있었다. 이날 밤 10시30분 발송한 강원도 강릉시 재난안전과 관계자는 "대규모 재난 상황을 제외하고 야간 긴급문자 발송은 의무가 아니지만 전국 곳곳에서 사고가 발생하고, 강릉시에서 '강풍경보'도 발효돼 긴급상황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사진=이미지투데이
◇"강풍시 안전규칙 지켜야"
기상청은 강풍이 당분간 소강상태일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강풍이 불 경우 적절한 안전수칙을 지킬 것을 당부했다.

윤기한 기상청 사무관은 "10일 낮 일본 남쪽 이동성 고기압이 천천히 이동하고, 북서쪽에선 저기압이 빨리 내려오면서 기압 밀도가 강해져 강풍이 불었다. 또 밤에는 저기압이 지나면서 비가 내려 한랭전선으로 바람이 세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11일을 기점으로 강풍이 소강상태로, 당분간은 강풍이 불지 않을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윤 사무관은 이어 강풍이 불 경우 안전수칙을 지킬 것을 주문했다. 그는 "순간 최대풍속이 빨라도 잠깐 사람이 흔들릴 수는 있지만 사람이 날아가거나 쓰러질 정도는 아니다"라면서도 "운전 중 속도를 줄이고, 가급적 외출을 삼가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그는 또 "기둥이 부러질 수 있는 나무나 현수막 등이 날아올 수 있으니 주의해야하며, 강풍이 지나간 후 땅바닥에 떨어진 전깃줄에 가까이 가는 것은 위험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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