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보다 강북? '마포'로 가는 고위공무원들

머니투데이 세종=양영권 기자 | 2018.04.14 05:00

[관가엿보기]김동연 김부겸 등 공덕동 인근에 전세 거주…서울청사·여의도 가깝고 KTX 이용도 편해 고위공무원들 선호

정부부처 고위공무원 A 씨는 현재 살고 있는 서울 강남 지역에서 한강 이북의 마포로 이사하는 것을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길에 버리는 시간'을 줄이기 위해서다.

집무실은 세종시 청사에 있지만 일주일에 한 번 내려가기도 쉽지 않다. 각 부처 장·차관급 회의와 각종 대외 행사를 챙기고 국회 협의를 하느라 서울 광화문 인근에 있는 정부서울청사와 여의도 국회에서 시간을 보내는 게 대부분이다. 강남에서 광화문이나 여의도까지 가려면 1시간 이상은 잡아야 한다.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최적지가 마포구 공덕동이라는 게 A 씨의 결론이다. 서울역이 지근거리여서 세종시 내려갈 때 KTX를 이용하기도 편하다.

서울 마포가 고위공무원들의 주거지로 떠오르고 있다. 과거 과천청사 시대엔 경기 과천이나 안양, 의왕 등이 공무원들이 선호하는 동네였다면, 세종청사 시대엔 서울청사와 국회와 가깝고 세종 이동이 편한 곳을 선호하게 된 것이다. 실거주가 목적이기 때문에 전세계약으로 입주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작년 경기 의왕에 있는 아파트 전세를 처분하고 마포구 아현동에 있는 공덕자이에 전세로 들어갔다. 남쪽으로 마포대교만 건너면 여의도에 진입할 수 있고, 정부서울청사도 자동차로 약 20분에 출퇴근할 수 있다. 그는 서울 도곡동에 아파트를 보유하고 있지만 사는 건 마포구를 택했다. 김 부총리는 지난해 8월 "출퇴근 거리가 너무 멀기 때문"이라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이사 이유를 남기기도 했다.

구윤철 기재부 예산실장도 분당에 전세로 살다가 지난해 1급 승진과 함께 마포에 새로운 둥지를 틀었다. 구 실장은 주상복합건물인 마포구 신공덕동의 한 주상복합건물에 전세로 입주했다. 세종시에도 아파트가 있어 서울과 세종시를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조규홍 기재부 재정관리관도 공덕동의 한 아파트에 전세로 살고 있다. 세종시에는 본인 소유의 아파트 한 채가 있으며, 배우자 명의로 인근 청주시 오송읍에 오피스텔에도 전세로 입주해 있다.

여의도 정치인 출신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은 같은 마포구 내에서 이동했다. 여의도에 보다 가까운 마포역 인근 도화동 아파트 전세 계약을 해지하고 서울청사에 좀 더 가까운 공덕역 인근 아파트 전세를 신규 계약했다. 행안부는 정부서울청사에 입주해 있는 몇 안되는 부처 중 하나다. 공덕동 삼성래미안아파트엔 같은 행안부 고위 공무원인 김현기 지방재정경제실장이 살고 있다. 이재홍 고용노동부 고용정보원장도 공덕동 삼성래미안 아파트 입주민이다.

정부 부처 관계자는 "고위공무원 정도면 대부분 자녀들도 장성해서 학군을 따질 필요가 없어진다"며 "업무 장소가 서울과 세종시 등으로 떨어져 있다 보니 시간을 아낄 수 있는 곳을 찾기엔 선택지가 넓지 않아 공덕동 인근으로 모여드는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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