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연기금 및 증권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과 사학연금·공무원연금·교직원공제회 등 주요 연기금이 삼성증권과의 주식 거래를 중단했다.
삼성증권이 배당금 착오 지급으로 시가총액의 30배를 웃도는 '유령 주식'을 발행하는 등 내부 통제 시스템의 허점을 드러낸 것과 관련, 연기금들이 거래 안정성의 저하를 우려하며 잇따라 거래를 끊은 것이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 관계자는 "배당 사고 이후 삼성증권의 거래 안정성 여부가 도마에 올랐다"며 "어제(9일)부터 국민연금기금의 주식 직접운용에 한해 삼성증권과의 거래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그는 "위탁운용 거래 중단 여부는 금융감독원 조사 결과가 나오면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민연금은 이번 사고가 삼성증권의 시스템적 결함에서 비롯된 것으로 판단했다. 김기식 금감원장도 이날 서울 여의도 금투센터에서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증권회사 대표이사 간담회'를 열고 "이번 사건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고 회사 차원의 시스템적 문제인 것 같다"며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있어 투자자 신뢰를 무너트린 전반적인 문제"라고 지적했다.
자본시장의 '큰손'인 국민연금이 삼성증권과 주식 거래 주문을 끊으면서 삼성증권 법인 영업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말 기준 국민연금기금의 국내 주식 투자금은 131조5000억원에 달한다. 국내 46개 증권사와 거래하고 있다.
맏형격인 국민연금이 삼성증권과 거래 중단에 나서자 다른 연기금의 동참도 잇따랐다. 사학연금(4조2028억원·이하 지난해 말 국내 주식투자 규모)과 공무원연금(2조422억원) 교직원공제회(3조2099억원·지난해 6월 말)도 삼성증권과 거래 중단을 결정했다.
사학연금 주식운용 관계자는 "사고가 난 지난 6일 이후 삼성증권 계좌로 주문을 하지 않고 있다"며 "오늘자로 직접운용은 물론 자산운용사에 맡긴 위탁운용 모두 거래를 잠정 중단키로 했다"고 밝혔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연기금은 잦은 매매를 지양하고 수수료율도 저렴해서 거래를 중단하더라도 삼성증권의 수익성에 큰 영향을 주지는 않는다"면서도 "문제는 상징성이 큰 연기금의 이러한 조치가 다른 기관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유치하는데 악재로 작용해 전체 법인영업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성훈 삼성증권 대표는 이날 금감원장 주재로 열린 간담회에 참석해 "투자자는 물론이고 국민께 심려 끼쳐 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금융당국과 협의해 빠른 시일 내 피해보상 최종안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구 대표는 "실수가 일어날 것에 대비해 시스템을 완벽히 해야 하는데 (대비하지 못한) 잘못도 있다"며 시스템의 전면 개선도 추진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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