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가 잘못 지급한 주식 약 2000억원 어치를 내다판 삼성증권 직원들은 어떤 법적 책임을 져야할까? 형사상 '점유이탈물횡령죄' 처벌과 민사상 부당이득 반환청구 또는 손해배상청구 소송 등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8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 임직원들이 내다판 물량은 약 500만주로, 전일 종가(3만9800원)로 팔았을 경우 약 2000억원 어치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가상의 주식이 잘못 배당됐더라도 이미 제3자에게 팔아버렸다면 이를 주식으로 회수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주식이 이미 제3자에게 넘어갔다면 이를 돌려받기는 힘들 것"이라며 "물론 잘못 배당된 주식이라는 것을 알고 받았다면 돌려받을 수 있지만 그렇지 않다면 선의의 제3자의 이익은 보호해야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직원이 주식을 팔아 챙긴 이익은 부당이득 반환청구 소송으로 돌려받을 수 있다. 이상훈 변호사는 "회사 입장에서 주식으로 돌려받긴 힘들겠지만, 주식을 팔아서 수익을 본 직원에게 이를 돌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며 "스스로 돌려주지 않으면 민사소송을 통해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부당이득 반환이 이뤄지지 않아 회사가 손해를 입었다면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할 수도 있다.
만약 직원이 회사에 이를 돌려주지 않는다면 형사 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 법조계 전문가들은 '점유이탈물 횡령죄'가 적용될 수 있다고 봤다. 점유이탈물 횡령은 유실물 등 타인의 점유를 이탈한 금품을 횡령하는 범죄로, 1년 이하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다.
법무법인 한누리의 김주영 변호사는 "잘못 배당됐다는 것을 몰랐다고 보긴 힘들고, 알면서도 현금화했다면 점유이탈물 횡령죄로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실제 은행 계좌에 잘못 입금된 돈을 써버린 사건에서 대법원은 "송금 절차 착오로 입금된 돈을 임의로 인출해 소비한 행위는 횡령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주가 하락으로 손해를 본 주주들이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주주의 손해를 회사에 물을 수 있을 것인지를 놓고는 의견이 갈린다. 김 변호사는 "회사가 고의로 주가 조작을 한 것은 아닌 만큼 회사의 업무상 착오와 주가하락 사이의 인과관계가 얼마나 인정될지가 핵심"이라며 "회사가 업무상 실수로 가공의 물량을 창출하고, 직원이 유통시켜 주가 하락으로 이어졌다고 본다면 인과관계가 인정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변호사는 "주식을 잘못 배당한 회사의 과실과 잘못 받은 주식을 팔아버린 직원의 잘못 등 두 가지 차원에서 생각할 문제"라며 "회사의 잘못으로 보고 손해배상을 인정할 경우 손해 범위가 너무 넓어질 수 있어 법원이 사건을 맡더라도 판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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