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존에 지친 이들을 위한 책방…동네서점의 부활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8.04.05 16:18

단 한 종류만 팔거나 책 만드는 기계도 도입…아마존엔 없는 경험 제공

/사진=셰익스피어앤컴퍼니 SNS
1995년 아마존 등장 이후 서점들은 생존의 위기에 처했다. '아포칼립스(파멸)'이라는 말이 서점가를 덮쳤다. 서점의 패망은 시간 문제였다. 미국 2위 서점체인 보더스가 2011년 폐점했고 1위 반스앤노블 역시 고전하고 있다. 그런데 최근 몇 년 사이 그 틈새를 뚫고 미국 동네서점들이 부활하고 있다.

4일(현지시간) 미국서점협회(ABA)에 따르면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새 미국 독립 서점은 40% 증가한 2321개를 기록했다. 1995년부터 2000년까지 43% 매장이 사라졌던 것과 비하면 극적인 반등이다. 독립 서점들의 매출도 지난 해 전년보다 2.6% 증가했다. 앞서 2015년에는 10%, 지난해에는 5%의 신장률을 보였다.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의 라이언 라파엘리 교수는 독립 서점의 부활에 대해 "아마존의 최저가, 빠른 배송보다 개인적이고 고차원적인 경험을 추구하는 독서가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독립 서점 체인 ‘셰익스피어 앤 컴퍼니’는 '에스프레소 북 머신' 정책을 도입해 독서가들을 사로잡고 있다. 에스프레소 북 머신은 말 그대로 커피 한잔 즐기는 사이 고객이 원하는 어떤 책이든 즉석에서 인쇄해 준다. 고객은 태블릿PC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고르기만 하면 된다. 대형서점이 취급하지 않는 지역 작가의 책까지 700만권이 넘는 책을 자유롭게 고를 수 있다. 고객이 직접 쓴 글이나 자녀가 그린 그림을 모아 책으로 엮어주기도 한다. 서점 입장에서는 재고 관리가 필요 없고 고객은 희귀하거나 나만의 책을 살 수 있다. 이 기계의 별명도 '21세기의 구텐베르크'이다.

미국 찰스톤의 책방 '퀄키'는 아무 때나 문을 열지 않는다. 지역 작가들의 모임, 시 낭송 모임 등 행사가 있는 날에만 문을 연다. 굳이 아마존과 경쟁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책 진열도 베스트셀러가 아니라 지역 작가들의 신간 순으로 배치한다. 지난 한해에만 191명의 작가가 이곳을 방문했다. 입소문을 타자 유명 인사들도 참여하겠다고 나섰다. 페이스북 최고운영책임자(COO) 셰릴 샌드버그의 토크 콘서트도 열 계획이다.


특별한 경험을 추구하는 작은 책방들은 전 세계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일본에서는 주인이 엄선한 단 한 종류의 책만 판매하는 서점도 있다. 도쿄에서도 가장 땅값이 비싼 곳 중 하나인 긴자에 위치한 '모리오카 서점'은 매주 한 종류의 책을 판매한다.
스코틀랜드 위그타운의 서점 '오픈 북'. /사진=오픈북 SNS.

스코틀랜드에서는 고객이 직접 심야 서점의 주인이 될 수 있다. '오픈 북'이라는 서점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영업을 한 뒤 이후 시간은 숙박공유업체 에어비앤비를 통해 38유로(약 5만원)에 임대를 해준다. 손님들은 서점을 빌려 파티를 할 수도 있고, 해변 풍경을 보며 밤새 독서에 빠질 수도 있다.

라파엘리 교수는 "독립 서점들이 성공하는 공식은 사람들이 모이는 공간으로 만들고, 특별한 책을 소개하고, 하나의 커뮤니티를 만드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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