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국토부의 '영혼없는' 반성문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 2018.04.04 03:30
소위 '공무원은 영혼이 없다'고 한다.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성을 의미하는 것이지만 종종 '영혼 없이 일한다'거나 '소신이 없다'는 말로 비춰지기도 한다.

지난달 29일 있었던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이하 혁신위)의 발표가 그런 모양새였다. 국토교통부는 민관 합동으로 구성한 혁신위를 통해 그동안 잘못됐던 국토교통 정책을 점검하고 개선하기 위한 취지라고 설명했지만 정권 교체 이후 으레 하는 '영혼없는 반성문' 낭독처럼 보였다.

이날 혁신위가 지적한 개선권고안은 대출규제 완화, 양도소득세 완화, 재건축 규제 완화와 같이 박근혜정부에서 추진했던 정책이 대부분이었다. 이명박정부의 대표사업 중 하나였던 경인 아라뱃길도 도마에 올랐다. 혁신위는 정책 결정 과정상의 잘못을 지적한 것이라고 했지만, 사실상 이전 정부 '망신주기' 성격에 가까웠다.

혁신위 구성이 현 정부와 가까운 성향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는 말도 발표장 곳곳에서 나왔다. 위원장인 김남근 변호사는 진보 성향인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부회장이자 참여연대 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민간위원 대부분은 시민단체 활동 경력이 있거나 사회운동을 해 온 인사들이었다.


이들이 이전 정부의 정책이 잘못됐다고 지적하면 국토부는 "반성합니다"라고 인정하며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하겠다는게 개선권고안 발표의 주요 내용이었다. 부동산 경기 상황과 필요에 따라 추진했던 이전의 부동산 정책이 모두 '적폐'가 되는 순간이었다.

정책에 대한 평가는 반드시 필요하다. 그리고 이러한 평가는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해야 한다.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공무원은 그대로인데 정권이 바뀌었다고 자기부정하는 것은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음에 정권이 바뀌면 그때는 '부동산 경기를 침체시킨 규제 강화가 잘못'이라는 영혼없는 반성문을 쓰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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