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수제맥주 면허, 3년새 두배…'홍종학 효과'

머니투데이 지영호 기자 | 2018.04.12 05:01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①규제완화 타고 12년만에 100개 회복…수입맥주와 유통경쟁은 걸림돌

편집자주 |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썼다. 진짜 우리 맥주는 맛이 없는걸까. 주세법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돼 수제맥주가 날개를 달면서 이런 '편견'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급성장하는 수제맥주시장을 분석해본다.

국내 수제맥주(크래프트맥주) 면허가 12년 만에 100개를 회복했다. 특히 최근 3년여간 2배 가까이 늘어나는 등 급성장세를 이어간다. 이달부터 소규모 주류의 시설기준 완화와 세금감면 혜택이 주어지는 점을 고려하면 수제맥주시장의 폭발적인 팽창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11일 수제맥주협회가 국세청과 식품의약품안전청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14년 54개였던 수제맥주 면허는 지난해 95개까지 늘었고, 올 들어 3월 말까지 7개가 추가됐다. 2006년 100개로 집계된 이후 처음으로 세자릿수를 기록한 것이다. 업체당 2~3개의 면허를 보유한 곳이 있지만 숫자가 적고, 양조시설이 없는 프랜차이즈 가맹점 등은 통계에서 빠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100곳 이상의 수제맥주 회사가 설립된 것으로 추산된다.

수제맥주 시장이 급성장한 배경에는 '수제맥주 전도사'로 불리는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발의한 주세법 개정안 효과가 크다. 중소규모 맥주업체의 세율 인하와 음식점 납품 허용 등을 골자로 한 이 법은 2014년 발의돼 2016년에 통과됐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된 주세법 시행령은 수제맥주 시장의 진입장벽을 한층 더 낮출 것으로 보인다. 용량제한과 주세부담, 판로규제 완화가 핵심이다. 우선 세금경감혜택을 받는 소규모 맥주 제조면허의 발효규모는 담금·저장조 기준 기존 75㎘에서 120㎘까지 늘어났다. 기존 대비 생산량을 60% 늘릴 수 있다는 의미다. 규모제한 기준을 넘어서면 대기업 맥주업체와 같은 세금이 매겨져 수제맥주업체의 가이드라인으로 작용해왔다.

소규모 맥주시설의 과세표준 경감범위도 확대됐다. 수제맥주업체의 세 부담을 줄이는 방향이다. 과세표준의 40%를 인하해주는 기준을 연간 출고량 기준 300㎘에서 500㎘로, 60% 인하 기준도 100㎘에서 200㎘로 확대됐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연간 500㎘를 생산하는 소규모 맥주제조사의 제조원가를 1억원으로 가정할 때 연간 과세표준 경감 규모는 종전 3960만원에서 현재 5280만원이다. 차액에 주세 72%를 적용하면 이전보다 950만원의 세금을 덜 낸다는 설명이다.

업계의 기대감은 크다. 다품종 고품질 맥주 제조가 가능한 토양이 만들어졌다는 평가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세금감면 혜택으로 수제맥주업체들의 시설투자와 인력확충이 기대된다"며 "특히 시설기준이 120㎘로 변경되면서 투자가 늘고 공장 등 설비증축을 준비하는 곳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협회는 정부의 이번 조치로 올해 말까지 면허기준 120개까지 늘어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초기 단계라는 점은 시장확대 기대감을 증폭시키는 요인이다. BNK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맥주시장 규모는 4조원으로 이중 수제맥주 시장는 200억원, 0.5%에 불과하다. 수제맥주 선진국이라 불리는 미국 내 수제맥주 비중이 20%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평가다. 1979년 89곳에 그쳤던 미국 내 맥주 양조장은 홈브루잉(자가 양조) 합법화를 계기로 2012년 2456곳까지 늘었고 이중 수제맥주가 2401곳이나 된다.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주세법 개정 효과에도 불구하고 수입맥주의 잠식은 수제맥주의 성장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관세율 하락과 선호도 증가로 수입맥주 수입액은 2011년 5845만달러에서 지난해 2억6269만달러로 성장했다. 연 성장률은 27.6%다.

수제맥주업계가 유통망 규제완화에는 미온적인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주세법 시행령에 따라 대형마트, 백화점, 편의점까지 판매할 수 있게 됐지만 '4캔에 1만원' 공세를 펼치는 수입맥주와 경쟁하기란 만만치 않다. 협회 관계자는 "경감 혜택에도 수입맥주를 상대로 경쟁력이 없어 소매점 유통 수제맥주 업체는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규모 맥주 제조사에 대한 실질적 혜택을 늘리기 위한 추가 방안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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