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수제맥주 '4캔에 1만원' 못하는 이유

머니투데이 고석용 기자 | 2018.04.12 05:05

[韓 수제맥주에 취하다]⑤수입맥주와 과세 역차별...발목잡는 규제들 해소해야

편집자주 | 2012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지는 '한국 맥주가 북한 대동강 맥주보다 맛없다'고 썼다. 진짜 우리 맥주는 맛이 없는걸까. 주세법 개정으로 규제가 완화돼 수제맥주가 날개를 달면서 이런 '편견'을 뒤집을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급성장하는 수제맥주시장을 분석해본다.

주세법 개정으로 수제맥주의 대형마트·편의점 유통이 가능해졌지만 업계는 아직 풀어야 할 규제가 많다고 입을 모은다. 무섭게 시장을 점유해가는 수입맥주와의 과세 역차별 논란과 수제 생맥주 배달금지 등이 대표적이다. 수제맥주 활성화를 위해서는 더 많은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수제맥주업체의 가장 큰 고충은 수입맥주와의 세금 역차별 문제다. 국내맥주와 수입맥주의 과세 기준이 달라 국내 업체에 불리하다는 주장이다. 수제맥주업계 관계자는 "편의점의 대표적인 수입맥주 할인이벤트인 '4캔에 1만원' 행사도 사실상 국내 업계 입장에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현행 주세법과 교육세법은 국내맥주의 경우 '출고원가'를, 수입맥주의 경우 '수입신고가'를 과세표준으로 한다. 여기에 주세 72%와 교육세 21.6%(주세의 30%)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출고원가와 수입신고가의 결정적 차이는 이윤의 포함 여부다. 국내맥주 과세표준인 출고원가에는 이윤이 포함돼 있지만 수입업체의 과세표준 수입신고가에는 이윤이 제외돼있다.

이 같은 세금 구조는 판매가격의 차이로 나타난다. 예컨대 제조원가 1000원에 500원의 이윤을 남긴다고 가정할 경우 국내맥주는 '원가+이윤 1500원'에 대한 과세로 2904원이 소비자가로 결정되는 반면, 수입맥주는 '원가 1000원+과세 936원'에 이윤 500원을 붙여 2436원에 소비자가가 결정되는 식이다.

이는 판매관리비, 마케팅비, 부가세 등이 제외된 가상 가격으로 업계는 실제 판매가격 현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주장한다. 국내맥주가 수입맥주에 비해 세금 비중은 높고 이윤은 낮은 것이다.


여기에 수입맥주가 대량 수입으로 물류비를 점점 낮추고 있고 올해부터는 미국과 EU의 맥주 관세도 철폐되면서 수입맥주의 수입신고가는 국내맥주의 출고원가 수준으로 낮아진 상황이다. 그나마 국내 맥주 대기업들은 대량생산·유통으로 소비자가를 낮추고 있지만, 영세 수제맥주업체 입장에선 이들과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수제맥주는 대기업처럼 대량생산 대량유통이 불가능하니 출고원가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수제맥주가 대형마트·편의점에 입점할 기회는 생겼지만 수입맥주와의 가격경쟁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제맥주펍(pub)의 배달판매(통신판매) 금지도 업계의 손발을 묶어두는 규제로 꼽힌다. 지난해 7월 개정된 국세청의 주류 통신판매에 관한 고시는 "음식점에서 전화 등을 통해 주문 받은 음식에 '부수하여' 함께 주류를 배달하는 것은 주류 통신 판매로 보지 아니한다"며 그밖에 배달판매는 금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치킨전문점에 치킨을 주문하며 맥주를 '부수'로 배달주문 하는 것은 가능하나, 맥주펍에 맥주를 주문하며 치킨을 '부수'로 배달주문 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부수로 판매하는 것의 기준에 대한 국세청의 답변이 없는 상황"이라며 "시장을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를 규제가 가로막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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