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중국 특색'이 세계와 만날 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 2018.04.03 05:00
당이나 정부가 주관하는 주요 행사들이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되는 중국에서 최대 연례 정치행사인 양회(전국인민대표대회,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는 흔치 않은 공개 이벤트다. 올해 양회는 5년 단위로 있는 국가 고위직 인선, 정부기구 개편에다 세계의 이목이 집중됐던 국가 주석 임기 규정 철폐 개헌까지 예정돼 있어 취재 열기가 더 뜨거웠다.

우리 국회 격인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가 개헌안을 처리한 지난달 11일. 대회가 열린 베이징 인민대회당은 여느 때처럼 경계가 삼엄했다. 몇 번의 검문검색을 거쳐서야 대회당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오후 3시 회의가 시작되자 묘한 긴장감이 흘렀다. 검표 위원 선출, 투표용지 배부 등 표결을 위한 절차가 착착 진행됐다. 개헌안의 운명을 좌우할 전인대 대표단의 투표가 시작되자 보안 요원들이 취재진 등 방청객들에게 잠시 퇴장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초부터 표결과정은 공개를 하지 않기로 돼 있었다. 하지만 취재진이 워낙 많아 짧은 시간에 제대로 통제가 되지 않았다. 혼란스러운 상황이 연출되자 결국 퇴장 없이 방청을 허용하는 것으로 조정됐다.

그렇게 공개된 표결 과정은 우리가 생각하던 것과 완전히 달랐다. 별도의 기표소 없이 앉은 자리에서 기표가 이뤄졌다. 배부된 펜을 받아 자신의 자리에서 찬성, 반대, 기권란을 선택해 기입했다. 이어 A4 크기 만한 투표용지는 접지 않고 그대로 투표함에 넣게 했다. 무기명 투표이긴 했지만 비밀투표로 보기는 힘들었다. 투표 결과도 그랬다. 찬성 2958표, 반대 2표, 기권 3표, 무효 1표. 찬성률 99.8%로 거의 만장일치에 가까웠다. 이번 개헌안의 내용을 놓고 외부에서 '독재 회귀'라며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것과 달리 투표 결과는 딴판이었다. 이런 투표 방식에 대해서도 외부에서만 관심을 가질 뿐 내부에선 별다른 문제제기가 없다.

중국에 와서 가장 많이 듣는 말 중 하나가 '중국 특색'이다. 전통적인 마르크스-레닌주의에다 자본주의적인 요소를 가미한 자신들만의 독특한 정치, 경제, 사회 구조를 설명하는 말이기도 하지만 외부의 비판에 대한 대응 논리로도 자주 등장한다. 만리방화벽(Great Firewall)으로 불리는 광범위한 인터넷 감시 검열, 언론 통제, 당과 정부의 지나친 경제 개입, 불공정한 기준 등 문제 제기가 있을 때면 "서구의 눈으로만 바라봐선 안된다"고 반박한다. '중국 특색'을 이해하고 인정해 달라는 것이다.

물론 모든 국가가 같은 시스템을 갖고 있을 수는 없다. 그것을 강요해서도 안된다. 특히 13억 인구와 광활한 영토를 가진 중국이 공산당을 중심으로 한 국가 리더십을 유지하기 위해선 '그들만의 특색'이 필요하다


하지만 이런 차이가 다른 국가의 이익과 충돌할 때는 사정이 달라진다. '중국 특색'이라는 말로 모든 것이 용인될 수는 없다. 개헌안 표결 방식처럼 '내치'로 국한될 수 있는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중국 경제가 성장할수록, 국제 사회에서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충돌 지점은 늘어난다.

미국과 중국간의 무역 전쟁도 이런 요소가 다분하다. 1985년의 플라자 합의 때 처럼 추격자를 제압하려는 패권국의 의지가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고 봐야하지만 미국이 '할 일'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중국 자본과의 합작 요구 등 '중국 특색'의 규제로 자국 기업의 기술이 중국으로 새어나가고 불공정한 경쟁에 처해 있다고 생각하는 국가들이 미국 외에도 많기 때문이다.

세계 2위 경제 대국으로 부상한 중국은 이제 세계 선두 국가가 되겠다는 야망을 드러내고 있다. 이 꿈을 이루기 위해선 '중국 특색'과 외부 세계와의 조화와 타협이라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미국과의 무역 전쟁이 그 첫 시험대가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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