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노조에 발목잡힌 한국GM '회생'

머니투데이 황시영 기자 | 2018.04.03 05:30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한국GM 구조조정 및 회생작업을 총괄 중인 배리 엥글 GM 해외사업부문 사장은 지난 달 말 방한에서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과 무려 1시간 30분가량 환담했다. 오는 20일 자구안 및 실사 중간보고서 데드라인에 앞서 한국GM의 '브라질식 회생'(관련기사☞'[단독]배리엥글 사장 특명.."한국GM, 브라질 벤치마크하라"')을 논의했을 터다.

한국GM 사태는 2월 군산공장 폐쇄 결정 이후 '철수설'이 일다가 GM은 출자전환 및 신규투자 의지를, 산은은 지분만큼의 신규투자 가능성을 밝힌 후 '회생'으로 큰 틀의 가닥이 잡혔다.

문제는 이런 회생 작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한국GM 노조다. 노조는 회생의 전제 조건인 비용절감안에 대해 사측과 합의를 거부하고 있다.

대신 차입금 출자전환시 1인당 3000만원 주식 배분, 만 65세까지 정년 연장, 10년간 정리해고 금지를 당당히 요구하고 있다. 회사가 문을 닫을 지도 모르는데, 이렇게 버티는 배짱은 어디서 나올까.

1인당 평균 연봉 8700만원을 받고(2016년 감사보고서 기준), 오후 5시면 칼퇴근을 해왔던 한국GM 직원들은 'GM 철수설'이 낯설지 않다. 그래서 '버티기'를 자신하는지도 모른다.

노조는 "GM이 구조조정은 하겠지만 한국을 떠나지 못할 것"이라고 자신한다. 과거 여러 차례 철수설이 나왔을 때도 결과는 잔류였다는 노조 내부의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GM이 "한국은 소형차 전진기지이며 핵심 사업장"이라고 강조해온 데다 신차배정은 본사가 필요하기 때문에 결국 할 것이라는 게 노조의 논리이고, 그래서 버티기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고연봉의 정규직 노조가 협력사를 포함한 30만여명의 비정규직 일자리가 걸린 상황에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버티기를 하는 것에 대해 비난의 목소리가 적지 않다.

시간을 끌수록 비정규직은 물론 협력사는 한국GM 경영난으로 가동률이 떨어지고 어음 할인 길도 막혀 부도 위기에 몰리고 있다. 비정규직나 협력업체의 희생 위에서 얻은 정규직 노조의 '이권'은 '옳은 행동'이라는 공감을 얻을 수 없다.

노조의 목적인 안정적인 일자리 유지를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이 필수적이다.

글로벌 인기 모델인 트랙스와 볼트 EV를 개발해내는 디자인 경쟁력, 품질 경쟁력, 최고 수준의 부품사 네트워크가 단지 '정규직 노조원'에 의해서만 만들어진 것은 아니다. 협력사나 비정규직 노동자의 생존권에 대한 공존의 공감능력이 없으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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