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폐기물 대란으로 한바탕 난리를 치른 뒤에야 뒤늦게 국내 폐기물 우선 사용과 같은 대책을 내놓았지만 재활용 가격하락이란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쓰레기 대란은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여지를 안고 있는 셈이다.
환경부는 2일 “폐비닐 등 수거 거부를 통보한 재활용업체와 협의한 결과 48개 업체 모두가 폐비닐 등을 정상 수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재활용품 회수·선별업체들이 아파트에 정상 수거 계획을 통보하면 수거가 곧 정상화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계속해서 업계와 아파트간 재계약을 설득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에 불과하다. 중국이 이미 지난해 7월 환경 악화를 이유로 플라스틱, 종이 폐기물 등 24개 품목 수입을 제한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국내 재활용 수거 업체들의 수출길이 막혔다. 주로 국내 수요가 적은 저급(유색, 복합재질) 페트(PET) 파쇄품, 폴리염화비닐(PVC) 수출이 급감했다.
중국으로의 폐플라스틱 수출량은 지난해 1~2월 2만2097톤에서 올해 1774톤으로 약 92% 줄었다. 폐지류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5만1832톤에서 올해 3만803톤으로 40.6% 떨어졌다.
그 뿐만이 아니다. 전 세계 폐기물의 절반가량을 수입해가던 중국이 연초부터 재활용품 수입을 금지하면서 갈 곳을 잃은 미국과 유럽 등의 국가들의 폐지, 플라스틱 등이 국내에 수입됐다. 가격이 떨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폐지 가격은 지난해 1kg 당 수도권 평균 130원에서 지난달 90원까지 내려 왔다. 지난해 kg당 319원이었던 플라스틱 가격도 지난달 257원이 됐다.
중국 수출길이 막힌 상황에서 외국산 폐기물 수입이 증가하자, 국내 재활용 업체들이 설 곳을 잃었다. 보통 재활용 수거 업체들은 각 아파트 관리사무소, 부녀회 등과 계약을 맺고 폐지와 비닐, 플라스틱 등을 묶어 처리한다. 비닐과 스티로폼은 팔아도 돈이 안 되지만 폐지 등은 수익이 나기 때문에 덤으로 가져갔다.
그런데 돈이 되는 폐지 가격까지 폭락하면서 수거 업체들이 보이콧을 선언했다. 더구나 비닐 등은 오물이 묻어 분리수거가 잘 안 된 경우가 많다. 수거한 폐기물 중 40~50%는 쓰레기로 처리해야 한다. 이 때 들어가는 비용을 업체가 감당해야 하는 데 폐지가격이 급락했으니 가져갈 이유가 없어졌다.
중국발 재활용 쓰레기 대란에 각국은 대책 마련에 돌입했지만, 환경부는 손을 놓고 있었다. 유럽은 지난 1월 “모든 플라스틱 포장지를 재사용하고 일회용 컵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발표했고, 미국과 호주 등은 자국 내 매립지를 활용하고 인도네시아·인도 등 다른 아시아 국가로 폐기물을 수출하기로 했다.
환경부가 한 것이라곤 지난달 26일과 30일 두 차례에 걸쳐 지자체에 공문을 보내 폐비닐 등 재활용품을 규정대로 재활용품으로 분리 배출해야 한다는 공문을 보낸 것 뿐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늦어진 건 아니고, 계속 준비를 해 오고 있었는데 발표 시점을 못 맞춘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 사안이 장관에게 제대로 보고됐는지, 장관이 어떤 의사결정을 했는지에 대해서도 설명을 하지 않았다.
환경부는 일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서울시 등 수도권 지역 관계자들과 재활용업계 간담회를 마련했다. 당초 환경부 담당 과장 주재였던 재활용업계 간담회는 사안의 중대성을 감안, 안병옥 환경부 차관 주재로 격상됐다. 과장급이면 할 수 있는 일을 차관이 해야 할 정도가 된 것이다.
김 장관이 이날 갑자기 경기도 광명시에 위치한 태서리리사이클링 업체와 인근 아파트단지 등을 찾았다. 이 업체는 당초 폐비닐류 등 수거 거부 의사를 밝혔다 지난 1일 입장을 바꿨다. 상황이 종료된 마당에 현장을 찾는 것은 환경부 장관이 넋 놓고 손 놓고 있었다는 비판에 대한 면피성 행정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환경부가 올바른 분리배출 홍보를 통해 수거·선별하는 과정에서 잔재물을 최소화하고, 업체 처리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도록 이달 중 관련 규정 개정을 추진한다고 했지만 가격하락이란 근본요인을 잡지는 못한다. 유관기관 합동으로 재활용 시장 안정화 대책을 마련해 발표했지만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알 수는 없다. 국내 폐기물 우선 사용과 제도화를 언급했지만 더 싼 폐기물이 있는데도 국산구매를 강제하는 것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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