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격'에서 '화합'으로…남·북의 배려 돋보인 '봄의 제전'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평양 공동취재단  | 2018.04.02 00:18

1일 평양 동대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 예술단 11팀 무대…"우리가 하나라는 걸 느꼈으면" 김정일 위원장 호기심↑

김정은 국방위원장(왼쪽)이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함께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에 참석해 2층에서 관람하며 박수치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남측은 북측을 살폈고, 북측은 남측을 배려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서로를 살피고 배려하는 화합의 정신으로 감동이 모락모락 피어난 무대였다.

1일 오후 6시20분(평양시간) 대동강 구역에 위치한 동대평양대극장에서 열린 우리측 예술단 11팀의 공연은 남과 북이 서로 다르지 않음을 확인하며 한 뼘 더 다가간 우정의 무대로 타올랐다.

사회를 맡은 가수 서현도 “서로 얼굴을 바라보며 우리가 하나라는 것을 느끼고 마음 깊이 감동할 수 있는 시간이었으면 좋겠다”며 “남과 북, 북과 남의 관계에도 희망이라는 꽃이 피어나고 있다”고 운을 뗐다.

공연에 북측의 제약이나 조건은 없었다. 남측 정부지원단 관계자는 “우리의 선곡 리스트에 북측이 거부 의사를 밝히거나 가사나 율동 등에 대해 수정을 요구한 사안이 없다”고 말했다.

이를 증명하듯 첫 무대부터 ‘파격’이었다. 자본집약적 무대의 최신 기술인 홀로그램 퍼포먼스로 무대의 문을 연 것이다. 현대무용을 곁들인 ‘봄이 온다’의 홀로그램 스크린 영상이 호화롭게 펼쳐졌다.

이어 가수 정인이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의 반주에 맞춰 ‘오오오~’하는 허밍으로 가창의 포문을 열었다. 이어 정인은 ‘오르막길’, 알리는 ‘펑펑’을 조용필의 밴드 ‘위대한 탄생’의 반주에 맞춰 남측의 최신 스타일인 R&B(리듬앤블루스)를 선보였다. 무대는 남측이 현재 어떤 음악으로 대중과 소통하는지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됐다.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에 앞서 가수 강산에, 조용필, 윤도현(왼쪽부터)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부인 리설주와 함께 이번 공연을 관람했다고 문화체육관광부가 밝혔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이날 공연에 참석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부인 리설주가 공연이 끝난 뒤 곡 스타일 등에 대해 적극적으로 물어본 것도 그간 들어보지 못한 새로운 음악에 대한 호기심이 반영됐다는 분석이다.

최신 음악 스타일의 무대가 끝나자 서현은 “북측 예술단에게 받은 감동에 대한 선물이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다”며 “애절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기다리고 있다”며 백지영을 호명했다.

백지영은 ‘총맞은 것처럼’을 부른 뒤 “이 노래를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신다는 소리를 듣고 너무 기뻤다”며 “다음 곡은 ‘잊지말아요’인데, 오늘을 잊지 말고 더 활발한 남북교류의 시작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공연이 중반을 지나갈 때 즈음, 무대는 북측을 배려하고 북측이 감동 받을 선곡들이 줄기차게 이어졌다.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에 앞서 재즈피아니스트 김광민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강산에는 실향민 가족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만든 ‘라구요’를 시작으로 함경도 사투리가 들어간 노래 ‘명태’를 불러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얻었다.

강렬하고 시원한 보컬로 관객의 흥을 돋운 무대는 윤도현(YB)의 록이었다.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를 강렬한 기타로 편곡해 객석을 들뜨게 했고 ‘나는 나비’를 부를 땐 “우리 함께 할까요?”하며 객석의 적극적인 반응을 이끌었다. 통일을 기원하며 만든 곡 ‘1178’을 끝 곡으로 준비한 YB는 ‘남북은 하나’라는 메시지를 진하게 던졌다.

‘빨간 맛’ ‘배드보이’ 등을 MR(녹음반주)에 맞춰 부른 레드벨벳은 역동적인 무대로 시종 관객의 환한 웃음을 유도했다. 예리는 공연 후 인터뷰에서 “기대보다 훨씬 크게 박수 쳐주고 따라 불러주셔서 긴장이 많이 풀렸다”고 했고, 아이린은 “숨이 차는 모습을 보이니, 관객들이 웃으며 박수를 쳐주셨다”고 했다.

1일 오후 평양 동평양대극장에서 열린 남북평화 협력기원 남측예술단 공연에 앞서 가수 조용필이 리허설을 하고 있다. /사진=평양공연 사진공동취재단

최진희·이선희·조용필 라인으로 이어진 무대는 북측과 가장 한마음으로 다가간 감동의 시간이었다. 최진희는 김정일 위원장의 애창곡 ‘사랑의 미로’와 ‘뒤늦은 후회’, 이선희는 ‘J에게’ ‘알고싶어요’ ‘아름다운 강산’을 소화했다. 조용필은 역시 김정일의 애창곡 ‘그 겨울의 찻집’을 시작으로 ‘꿈’ ‘단발머리’ ‘여행을 떠나요’ 3곡을 메들리로 선보였다.

사회자인 서현도 버드나무가 많은 북한을 상징하는 곡으로 북한 최고의 가수로 통하는 김광숙의 대표곡 ‘푸른 버드나무’를 불렀다.

마지막 곡은 조용필의 ‘친구여’를 11팀이 합창곡으로 불렀다. 관객 1500명과 무대 위 11개 팀이 이 노래를 합창하며 ‘친구여~’할 때, 남과 북은 떨어져 있을 뿐, 다르지 않음을 재차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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