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장으로 내정된 김기식 전 민주당 의원(더미래연구소장)은 금융당국과 국회에는 저승사자 같은 존재였다. 19대 국회에서 정무위원회 야당 간사를 맡으면서 이전 정부의 금융정책이나 제도, 감독 등 영역을 가리지 않고 치밀하게 감시하고 비판했다.
당시 집권여당이 받는 압박감이 워낙 커 20대 총선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이 김 전 의원의 낙선 공작을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될 정도였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 적용 대상을 당초 공무원에서 사립학교 교사 및 언론인까지 확대시키는 내용을 주도한것도 김 전 의원이다.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 시절부터 다져온 내공이 바탕이었다. 김 전 의원은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다가 2011년 박원순 서울시장 선거대책위 전략기획특별보좌관으로 일하며 정계에 입문했다. 19대 국회에 비례대표(민주통합당)로 당선, 국회에 발을 들였다.
김 전 의원은 그러나 2016년 20대 총선에서 서울 강북갑 당내 경선에서 고배를 마셨다. 그러고도 문재인정부 출범 초기부터 금융위원장 등 금융당국 요직의 후보군으로 계속해서 물망에 올랐다. 전문성과 추진력을 겸비한 금융개혁 추진의 적임자라는 평이 빠지지 않고 따라붙었다.
낙선 이후에도 김 전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20여명으로 구성된 더미래연구소 소장으로 활동을 계속해 왔다. 민주당 의원들과 긴밀하게 공조하며 법안 마련과 정책 입안에도 계속해서 관여해 왔다.
이런 김 전 의원의 금감원장 내정은 금감원은 물론 금융권 전체에 일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금감원은 전임 최흥식 원장이 채용비리 의혹으로 물러나며 도덕성에 상처를 입었다. 하나금융을 향한 채용비리 검사가 제대로 진행될지 여부에 대해서도 의문부호가 붙을 정도로 조직이 흔들렸다.
김 전 의원 발탁이야말로 뒤숭숭한 금감원 분위기를 단숨에 다잡을 수 있는 인선이라는 평이 나온다. 저승사자가 구원투수가 되는 격이다. 전임 원장이 끊임없이 외풍에 시달린것과는 달리 김 전 의원은 청와대 및 여당과 긴밀하게 연결되는 만큼 정부의 금융개혁 추진이 더 힘을 받을 수 있다.
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는건 아킬레스건이다. 이사회 중심의 금융정책 추진을 공약해놓고 금융감독 수장에 캠프 인사를 발탁하면서 코드인사라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다만 정책추진 방향의 옳고 그름을 떠나 추진력은 강해질 수 있다는게 중론이다.
한 여권 인사는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의 개혁을 향한 과감성이 줄어들지 않았다는걸 김기식 전 의원 인사를 통해 감지할 수 있다"며 "야당이나 보수층의 반발을 의식하지 않고 나가겠다는 문 대통령의 인식지형이 엿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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