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승' LG 임찬규는 왜 더그아웃으로 전력질주 했을까(인터뷰)

스타뉴스 고척=김우종 기자 | 2018.03.30 10:05
2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만난 임찬규 /사진=김우종 기자



지난 2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 LG는 개막 3연패 탈출이 시급했다. LG가 7-3으로 앞선 5회말. LG 마운드에는 선발 임찬규(26)가 서 있다. 선두타자 이정후에게 스트레이트 볼넷, 2번 초이스에게는 몸에 맞는 공을 던졌다. 무사 1,2루 위기. 이제 타순은 넥센의 클린업 트리오로 이어지고 있었다.

3번 타자는 서건창. 임찬규가 묵직한 바깥쪽 공을 2개 꽂아넣더니 3구째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한숨 돌렸지만, 산 넘어 산. 이번엔 '돌아온 홈런왕' 박병호였다. 초구 볼. 2구째. 회심의 바깥쪽 커브(106km)에 박병호의 배트가 나갔다. 결과는 유격수 뜬공 아웃. 주자를 묶어놓은 채로 다음 타자는 5번 김하성. 임찬규는 몸쪽을 집요하게 파고들었다. 볼카운트 2-2. 그리고 5구째. 이번에도 커브(107km)였다. 완벽하게 김하성의 타이밍을 빼앗은 임찬규. 2루 땅볼 아웃. 이닝 종료. 스스로 고비를 넘긴 임찬규는 5⅓이닝 4피안타(2피홈런) 5볼넷 3실점(3자책)을 마크하며 승리 투수가 됐다. 시즌 첫 승이었다.

다음날인 29일 고척돔에서 임찬규를 만났다. 늘 그렇듯 임찬규는 밝고 씩씩한 모습이었다. 팀 3연패 탈출 특명을 받고 오른 임찬규. '부담이 없었느냐'는 첫 물음에 "아니요. 오히려 부담보다는 되게 좋은 날이었죠"라고 홀가분한 표정으로 말한다. "게임 나가는 것 자체가, 왜냐하면 어떻게 보면 제게는 기회잖아요. 팀이 물론 좋은 상황은 아니었지만 5~6이닝을 막아야 한다 생각하고 올라갔어요. 제가 8,9이닝을 책임지거나 혹은 완봉을 하겠다고 올라간 건 아니니까요"라고 말했다.

첫 승에는 성공했지만 내용 면에서는 분명 아쉬운 점도 있었다. 볼넷을 5개, 몸에 맞는 볼도 1개를 던지며 제구에 난조를 보였다. 임찬규는 "너무 속상했던 게, 캠프나 시범경기 시작할 때까지 그런 볼넷이 전혀 나오지 않았거든요. 확실히 첫 경기고 솔직히 긴장이 많이 됐어요. 전 긴장을 많이 하면 숨기지 않고 이야기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강상수 투수 코치님께 '긴장 된다'고 이야기했어요. '최대한 열심히 던지고 오겠다'는 말씀을 드리고 마운드에 올라갔죠. 그래도 불행 중 다행인 건 공이 비슷비슷한 코스로 들어갔다는 거예요. 같은 코스서 공이 2~3개 정도 빠지고, 그러고 보니 더욱 아쉽더라고요. 8년 차인데, 아직도 긴장 하는 걸 보니까 저는 아직 먼 것 같아요"라고 웃는다.

이날 최대의 승부처였던 '5회'를 언급하자 그의 눈빛이 다시 반짝인다. "아, 또 5회가 되니까 이러는 건가 생각했죠. 그러면서도 이 고비만 넘기면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첫 단추를 꿰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지난해에도 첫 승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죠"라고 했다.

계속해서 "넥센 클린업 트리오를 만나는데 그냥 붙을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제가 불과 1년 전까지만 해도 그냥 세게 붙어서 이겨야겠다는 생각밖에 없었거든요. 제가 타 팀이지만, 삼성 윤성환 선배 던지는 걸 올 겨울부터 정말 많이 봤어요. 왜냐하면 저도 빠른 볼을 던지는 투수였지만. 아, 물론 아직 어리고 포기하진 않았습니다. 구속도 언젠가는 나올 거라 생각은 하고 있습니다. 강속구를 던졌던 윤성환 선배 같은 경우, 요즘에는 130km 중후반대 볼로도 매년 10승 이상씩 올리고 계시죠. '어떻게 저렇게 잘 던질까'하고 봤는데 위기 때마다 정말 더 정확하게 던지시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이번에 위기 때 (김)하성이나 (박)병호 형 상대로 정확하게 던지려고 했어요. 좀 더 용을 써 138~139km를 던져서 가운데로 몰리느니, 오히려 135~136km 구속이 나오더라도 더욱 정확히 던지고자 했던 게 구석구석 들어갔어요"라고 승리의 순간을 되짚었다.


6회 씩씩하게 마운드를 내려가는 임찬규 /사진=뉴시스


2011년 LG 트윈스 입단. 어느덧 프로 8년 차. 임찬규는 지난해 개인 최다인 124⅓이닝을 소화하며 6승 10패를 기록했다. 지난해 5월까지는 8경기서 평균자책점 1.05를 마크, 에이스로 활약했다. 임찬규는 지난해에 대해 "체력 문제도 있었는데, 사실 중간에 투구 매커니즘이 바뀌었어요. 체력 때문에 매커니즘이 바뀐 것 같아요. 결국 체력이죠. 공을 많이 던지면 체력이 떨어지고 정신력도 흐트러지면서 밸런스가 계속 바뀌는데, 저는 그걸 방치한 것 같아요. '초반 밸런스가 어디 가겠어' 하고 방심한 거죠"라고 회상했다.

올 시즌 임찬규가 가장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일까. "150이닝을 던지고 싶어요. 지난해에는 중간에 힘들었던 부분과 좋았던 부분이 있었어요. 150이닝은 25~30경기 나가야 달성할 수 있는 거니까 결코 쉽지만은 않은 거죠. 이제는 항상 임찬규 하면 '꾸준하게 이닝을 먹어주는 투수', '매년 150이닝과 10승 이상 올리는 투수'라 기억되고 싶어요. 10승도 좋지만 꾸준하게 150이닝 이상 소화하고 싶어요."

임찬규는 낙천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을 갖고 있다. 그는 이날 매 이닝을 마칠 때마다 거의 전력 질주를 하듯이 더그아웃으로 뛰어들어왔다. 그것도 한껏 밝은 표정을 한 채로. 매 이닝마다 그랬다. 동료들은 그런 그를 반겼다.

임찬규는 "투수가 박살이 날 수도 있다. 또 점수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제가 마운드에서 고개 숙이고 찌뿌둥한 표정을 지으면 뒤쪽 수비들마저 힘이 빠지더라고요. 박살이 나든, 잘 던지든 혹은 강판 될 때에도 어떤 모습이 보기 좋을까 생각했죠. 잘 던지고 천천히 걸어 아우라 있게 들어오는 것도 멋있지만, 저는 못 던지는 날이 많았기 때문에…. 음. 고개 숙이고 들어오면 정말 보기 안 좋더라고요. 반대로 씩씩하게 뛰어들어오면 누가 미워하겠어요. 옛날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은 하지 못했네요. 저 혼자만 생각하기 바빴거든요. 올해에는 항상 밝게 긍정적으로 하려고 해요. 순간 찡그릴 때가 있을 지라도 항상 밝게 하자. 그렇게 노력하고 캠프 때부터 연습을 해왔던 것 같아요. 저는 은퇴할 때까지 매 이닝 뛰어서 더그아웃으로 들어와야 할 것 같아요"라며 눈을 반짝였다.

역투하는 임찬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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