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29일 넘겨받은 '페이스북 보관 개인정보 사본'은 기자를 섬뜩하게 했다. 기억도 나지 않는 프로필 사진과, 단순 저장차원에서 비공개로 올렸던 가족 사진, 7년여간 눌렀던 '좋아요' 목록, 휴대전화에 저장된 연락처까지 그대로 담겨 있었다. 메신저로 친구들과 나눈 대화와 공유된 이벤트 및 연동 앱(애플리케이션) 목록도 있었다.
누군가 이 정보를 봤다면 기자의 취향을 대번에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조금만 더 신경 쓰면 정치적인 성향도 파악할 수 있을 정도로 '장롱' 이용자 치고는 방대한 정보가 나도 모르게 보관돼 있었다. '캠브리지 애널리티카(CA)'가 페이스북이 유통한 개인정보로 미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게 빈말이 아님을 정확히 목도한 순간이었다.
더 놀라운 건 이 모든 정보를 페이스북이 수집할 수 있게 2010년 11월 기자가 허락했었다는 점이다.
방대한 자신의 정보 수집을 스스로 허락한 걸 몰랐던 페이스북 유저는 비단 기자 혼자는 아닐 것이다. 그리고 가입 당시 동의 한 번으로 이용자 데이터 정보를 마구 수집하는 사업자도 페이스북 한 곳만은 아닐 것으로 확신한다.
데이터의 활용이 더 중요해지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이처럼 부지불식간 저장되는 개인정보는 갈수록 증가할 수밖에 없다. 그 만큼 악용될 가능성도 커진다. 개인정보를 자신이 원할 때 수정하고 삭제할 수 있는 자기정보통제권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될 시점에 온 것이다.
최근 청와대는 헌법개정안에 자기정보통제권 보장 내용을 명시했다. 데이터 활용과 개인정보보호의 절충점을 찾을 수 있는 이번 기회를 정부와 이용자, 사업자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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