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 "혁신의 종말오나"...IT공룡 제2 닷컴버블 공포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권다희 기자, 이해진 기자, 배소진 기자, 유희석 기자, 강기준 기자, 김주현 기자 | 2018.03.30 05:30

[휘청거리는 IT공룡들](종합)

편집자주 | 기술혁신이라는 밑천으로 20여년 성장만 해온 IT공룡들이 위기에 직면했다. 이젠 팔만큼 팔아서(애플), 데이터관리에 대한 원초적 불신 때문에(페이스북), 독점의 폐해가 드러나면서(아마존), 제대로 만들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면서(테슬라) 발발한 위기이다. 비즈니스모델 자체의 한계를 드러낸 것이어서 위기가 본질적이다. 90년대 말 닷컴버블의 재현이 우려된다.



'혁신의 한계' 봉착한 IT공룡들…닷컴버블 공포재현 우려


[휘청거리는 IT공룡들] ①페이스북·테슬라 등 제2의 IT버블 우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AFPBBNews=뉴스1
1990년대 인터넷은 정치·경제·사회 전 분야에서 패러다임 전환을 예고했다. 그 기대감은 주식시장으로 옮겨붙었다. 1990년대 말 아시아 외환위기로 홍역을 치른 투자자들에게 인터넷이 약속한 '신경제'(New Economy)는 절호의 기회로 보였다.

미국 뉴욕증시 기술주 지표인 나스닥지수는 1995년 7월 사상 처음 1000선을 돌파하고 1998년에는 2000선마저 뛰어넘었다. 2000년 3월 당시 역대 최고치인 5048.62에 도달하기까지 나스닥의 폭주는 거침없었다. 하지만 이때부터 시작된 내리막은 오르막보다 훨씬 가팔랐다. 지수는 30개월 새 78% 추락하며 1000선으로 되돌아갔다. '닷컴버블'이 터진 것이다.

미국 월가는 최근 시장 분위기가 닷컴버블 붕괴 직전과 비슷하다고 우려한다. 비관론자들은 페이스북 등 IT(정보기술) 공룡들의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있는 것이 제2의 IT버블 붕괴조짐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페이스북 애플 아마존 넷플릭스 구글 등 뉴욕증시 10대 기술주의 주가를 반영하는 'NYSE(뉴욕증권거래소) FANG+ 지수'는 2016년 초 저점에서 이달 중순 역대 최고치까지 280% 넘게 뛰었다. 닷컴버블이 터지기까지 2년간 나스닥 상승세를 압도한다. 하지만 최근 이 지수가 급락하면서 경계감은 공포로 바뀌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글로벌 증시에서 기술주 비중이 과도하게 커져 공포감이 더 크다고 지적했다.

기술주의 급상승은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90년대 말 인터넷에 대한 기대처럼 말이다. 기술혁명에 대한 높은 기대가 닷컴버블 때와 다를 바 없다.

문제는 인터넷 혁명처럼 4차 산업혁명도 하루아침에 이뤄질 게 아니라는 점이다. 투자정보업체 인베스토피아는 닷컴버블 때 기업들이 투자를 받으며 내일 당장 마이크로소프트(MS) 같은 회사를 만들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물론 이후 인터넷은 세상을 바꿨지만 속도는 예상보다 더뎠다. 당시 '비이성적 과열'에 휩싸였던 투자자들은 기술주를 내던지기 시작했다.

더욱이 지금의 IT버블 붕괴조짐은 당시 닷컴버블 때와 달리 더 본질적이다. IT공룡들에게 내재해왔던, 하지만 감춰져왔던 취약점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성장 속도가 둔화한 게 아니라 그동안 추구해온 사업 모델이 위기에 봉착했다는 것이다.

이번 기술주 급락의 방아쇠를 당긴 페이스북은 이용자들의 데이터 관리의 허점을 드러내 불신을 자초했다. 소셜네트워크가 이용자의 데이터를 네트워킹해주는 것임을 감안할 때 데이터 관리 부실은 페이스북에 치명적이다.

지난 10년 '아이폰 혁명'을 일으킨 애플은 스마트폰시장 포화라는 근본적인 한계에 직면했다. 신흥시장에 그나마 수요가 남아 있지만 후발주자들을 따라잡기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신흥시장 공략을 위한 저가정책은 그동안 쌓아온 '애플 프리미엄'을 흔들 수 있다.

아마존은 온·오프라인을 넘나드는 왕성한 식욕으로 미국을 비롯한 각국 규제당국의 눈총을 받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것을 파는 가게'(The Everything Store)로 전 방위로 성장하면서 독점 논란을 일으킨 탓이다. 아마존 때문에 기존의 유통회사들이 무너지고 있고, 일자리도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 편익의 감소로 언제 소비자의 뒤통수를 칠지도 모를 일이다.

미국 전기차 회사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CEO(최고경영자) 역시 자율주행차, 우주 개발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지만 정작 전기차 생산에 차질을 빚으며 사업성을 의심받고 있다. 최근 모델X의 폭발사고로 과연 전기차를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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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회 기자



‘팔만큼 다 팔았나’…곳곳서 애플 비관론


[휘청거리는 IT공룡들] ②스마트폰 성장정체…아이폰 판매 2억대 밑돌 수 있어

미국 월가에서 애플의 '아이폰 혁명'이 벽에 부닥쳤다는 진단이 잇따르고 있다. 포화상태가 된 스마트폰시장의 성정 정체가 애플에 직격탄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애플이 아직 아이폰을 대신할 성장동력을 마련하지 못한 만큼 돌파구를 여는 게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투자은행 골드만삭스가 28일(현지시간) 올해 상반기 아이폰 판매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며 애플 비관론에 힘을 실었다. 골드만삭스는 올 1~3월 아이폰 판매량 전망치를 이전보다 170만대 낮춰 잡았다. 4~6월 전망치는 320만대나 하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회계연도 1분기(2017년 10~12월)에 실제 수요가 전망보다 더 적었다"며 상반기 판매대수가 새 전망치보다 더 감소할 가능성도 거론했다.

앞서 RBC캐피털도 이번 분기와 다음 분기 전망치를 골드만삭스보다 각각 100만대, 130만대 더 적게 제시했다. 로젠블래트증권도 최근 올 상반기 아이폰X 판매 전망치를 550만대 하향 조정했다. 미국 투자전문 매체 시킹알파는 "지난 회계연도 2억1600만대였던 아이폰 판매대수가 올해 2억대를 밑돌 수 있다"며 2015년 후 유지한 2억대 이상의 판매실적을 달성하지 못할 가능성을 제시했다.

애플이 지난해 11월 아이폰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고가 모델 아이폰X의 예상보다 부진한 수요가 비관론을 자극했다. 당시 아이폰X의 판매 호조 기대감이 애플 주가의 신고점 경신을 이끈 만큼 아이폰X의 수요 부진 전망은 시장에 큰 실망을 안겼다.

아이폰은 애플 매출의 70%를 담당한다. 아이폰의 수요 둔화가 스마트폰시장의 포화라는 구조적인 변화에서 비롯된 만큼 수요 회복을 쉽게 기대할 수 없다. 지난 10년간 이어진 스마트폰시장의 성장기가 저물고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애플은 2016년 4월 처음으로 아이폰 판매 감소를 겪었다.

포화 징후는 최근 더 뚜렷해졌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5.6% 줄었다. 집계를 시작한 2004년 이후 첫 감소세다. 피처폰을 스마트폰으로 바꾸려는 수요가 줄고 고급 기종 스마트폰 이용자가 사용기간을 늘린 결과다.

같은 기간 업계 1위 삼성전자와 2위 애플의 판매가 감소한 반면 중국 업체 화웨이(3위), 샤오미(4위)는 판매를 늘렸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가 "향후 애플 성장의 핵심"이라고 지목한 중국시장 상황도 만만치 않다는 말이다.

케이스 허버티 모간스탠리 애널리스트는 아이폰 판매 증가율이 10%대에서 지난 2년간 한 자릿수로 줄었고 아이폰 교체 주기가 길어졌다며 서비스 부문과 웨어러블 기기 등 아이폰 이외의 다른 제품군이 향후 5년간 애플 성장을 대부분 주도할 것으로 예상했다.
권다희 기자



독점의 폐해를 드러내기 시작한 아마존


[휘청거리는 IT공룡들] ③트럼프 아마존 규제 움직임…크루그먼 “규제해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스테이트 다이닝룸에서 마이크로소트의 사티아 나델라(가운데) 최고경영자(CEO)와 함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설립자 겸 CEO의 말에 귀기울이고 있다./사진=뉴시스
28일(현지시간) 아마존은 주가가 4.4% 급락하면서 시가총액이 310억달러(약 33조1400억원)가 사라졌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말 한마디가 트리거(방아쇠)였다. 미국 온라인매체 악시오스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이 ‘아마존 때문에 내 친구들이 사업을 망치게 생겼다’고 말했다”며 미 정부가 아마존에 대한 과세강화나 반독점법 적용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친구들이라고 말한 업체들은 바로 아마존의 저가공세로 문을 닫거나 경영위기에 처한 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다. 시장조사기관 리오그퍼스트데이는 최근 파산신청을 한 미국 최대 장난감 회사 토이저러스에 대해 “아마존 때문에 파산한 27번째 기업”이라고 하기도 했다.

미국 대통령까지 나서 아마존 독주를 규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아마존이 코너에 몰리고 있다. 아마존에게 독점은 성장전략이자 비즈니스모델의 근간이기 때문이다. 아마존은 잔혹한 가격경쟁을 통해 경쟁사를 초토화하며 성장해왔다. 독점의 수익은 또 다른 시장 독점의 밑천이 됐다.

아마존은 자신의 독점이 소비자들에게 좋은 것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최저가 정책과 전례 없는 고객경험으로 고객이 이득을 보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아마존은 이런 논리로 반독점법의 칼날을 피하고 있다. 미국 반독점법은 소비자 이익이 계속 유지된다면 독점을 허용할 수도 있다는 예외 조항을 두고 있다.

하지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크루그먼 뉴욕시립대 교수는 이날 블룸버그 인터뷰에서 "아마존이 소비자가 원하는 것을 준다고 말하지 말라"며 "아마존은 너무 많은 힘을 갖고 있고 그 힘을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크루그먼 교수는 특히 "아마존이 시장지배력을 납품업체들을 쥐어짜는 데 사용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독점운동가 리나 칸은 지난해 6월 뉴욕타임스 기고에서 "아마존의 힘이 더 커진다면 소비자가 피해를 볼 것"이라고 경고했다. 2010년 아마존이 기저귀 등을 파격적인 할인가에 팔다가 유아용품 전문쇼핑몰 ‘쿼드시’를 인수한 뒤 유력경쟁자가 사라지자 가격을 다시 올린 것이 단적인 사례라고 그는 강조했다.

반독점 전문가인 루이지 칭갈레스 시카고대 교수도 지난 1월 독일 슈피겔과의 인터뷰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는 아마존은 상품가격만 낮추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하청업체에 주는 비용도 줄이고 있다“며 ”이것이 전 세계에 좋은 일인가“라고 반문했다.

아마존 때문에 유통회사들과 납품업체들이 무너지고 일자리도 사라지면서 아마존이 경제를 갉아먹고 있다는 지적이 대두하면서 아마존이 언제까지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사업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해진 기자



‘정보관리 불신’으로 페이스북 수익모델 흔들


[휘청거리는 IT공룡들] ④"정보관리 강화해야하지만 수익엔 치명적" 지적

데이터 스캔들로 페이스북은 창업 14년 만에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 16일 185달러이던 주가는 지금까지 18% 하락하면서 150달러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시가총액이 며칠 만에 800억달러(약 85조원)가 증발했다.

이용자와 광고주도 이탈하고 있고 최근 조사에선 미국 주요 IT(정보기술)기업 가운데 신뢰도 최하위를 기록했다. 마크 저커버그 CEO(최고경영자)는 곧 미국과 영국 의회 청문회에 불려 나가게 생겼다.

최근에는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가 2010년 한 콘퍼런스에서 했던 경고가 다시 회자되고 있다. 잡스는 당시 "프라이버시 약관은 쉬운 용어로, 반복적으로, 이용자들이 지쳐서 그만해도 된다고 할 때까지 제공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잡스의 이런 경고는 당시 청중석에 앉아있던 저커버그를 겨냥한 발언으로 해석됐다.

팀 쿡 애플 CEO도 28일(현지시간) "갑자기 웹에서 뭔가가 나를 추적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소름끼치지 않겠느냐"며 "고객을 돈과 맞바꿔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페이스북을 비난했다.

페이스북의 데이터 스캔들은 쉽사리 봉합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저커버그는 “실수”라고 했지만 비즈니스모델 자체에서 나온 문제이기 때문이다. 페이스북의 수익은 20억 전 세계 이용자들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데에서 나온다. 이용자들의 프로필과 좋아하는 콘텐트 등을 분석해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것이다. 2017년 매출 406억달러 가운데 98%가 바로 광고매출이다.

그래서 이용자들의 데이터 관리에 대한 불신은 페이스북에는 더 치명적이다. 이용자들이 데이터를 제공하는데 소극적으로 바뀌고 프라이버시 강화 등 정부 규제가 강화한다면 그동안 페이스북이 자랑하던 광고효과는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CNN이 "이번 스캔들은 페이스북의 DNA(본질)가 걸린 문제"라고 경고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리서치회사 이마케터 수석 분석가 데보라 윌리엄슨은 이날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건으로 광고주가 페이스북을 당장 떠나지는 않겠지만 페이스북이 이용자 데이터 처리 방침이나 광고 작동 방식을 변경시킬 경우 결국 광고주에게는 매력 없는 사이트로 전락할 게 될지 모른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으로 개인정보관리를 강화한다면 페이스북 수익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경고이다.

배소진 기자



'제대로 만들 수 있을까' 테슬라


[휘청거리는 IT공룡들] ⑤모델3 생산 차질에 주력차종 폭발까지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을 호령하던 테슬라에 위험 신호가 켜진 건 지난해부터다. 첫 보급형 차량인 '모델3'이 발목을 잡았다. 양산을 위해 수십억달러를 투자했지만, 공장 설비에 심각한 문제가 생기면서 생산에 차질을 빚었다. 이런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재무상태가 악화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 주력차종인 '모델X' 배터리가 폭발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일각에서는 올해 안에 테슬라가 파산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나왔다.

◇ 모델3 생산 부진 지속…공정의 과도한 자동화가 원인

모델3은 테슬라의 야심작이다. 무엇보다 가격이 3만5000달러로 기존 모델(7만~8만달러)보다 훨씬 싸 엄청난 판매량을 기록할 것으로 기대됐다. 실제로 2016년 3월 예약판매 시작 하루 만에 18만명이 몰릴 정도였다. 하지만 모델3에 대한 기대는 곧 악몽으로 변했다. 대량생산 일정이 계속 늦춰지면서 현금 유동성 악화의 원인이 됐다.

2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 테슬라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모델3은 지난해 3분기 222대, 4분기 1550대 생산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도 6500~7000대 수준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테슬라는 오는 6월 말 주당 5000대 생산을 장담하지만 약속이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모델3 생산 차질의 가장 큰 이유로는 과도한 자동화가 지목된다. 사람의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해 모든 공정을 자동화하는 과정에서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생긴 것이다. 세계적인 투자은행 번스타인의 막스 워버턴 연구원은 "테슬라가 도장과 용접 등 단순 작업뿐만 아니라 최종 조립에도 사람 대신 로봇을 투입했지만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면서 "일본과 독일 등 다른 자동차 업체들은 비용과 품질 저하 문제로 자동화를 제한한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 최근에는 주력판매 차량인 '모델X'의 폭발사고까지 일어났다. 미국 연방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지난 23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인근 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와 충돌한 뒤 배터리 폭발로 불탄 모델X 사건을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운전자가 자율주행 모드로 달리고 있었는지는 확인되지 않았지만, NTSB는 자율주행 시스템 오작동 가능성도 조사할 방침이다. 이번 사고가 자칫 테슬라 전기차의 배터리와 자율주행시스템의 안전성 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 /AFPBBNews=뉴스1

◇ 재무상태 갈수록 악화…자금 조달도 어려워져 파산할 수도

테슬라의 현금과 현금성 자산은 지난해 말 기준 34억달러(약 3조6240억원) 정도다. 여기에 지난달 테슬라가 미래에 받을 리스 비용을 담보로 발행한 자산유동화증권(ABS) 5억5000만달러어치를 더해도 40억달러가 채 안 된다. 이마저도 마음대로 쓸 수 있는 돈이 아니다. 약 8억5000만달러는 고객이 언제든 반환을 요구할 수 있는 차량 예약금이다. 반면 테슬라의 부채 규모는 230억달러에 달한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테슬라의 재무제표를 보면 장기적인 사업 존속 가능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전날 테슬라 신용등급을 'B3'으로 한 단계 내리면서 "테슬라가 올해 부채 상환과 설비 투자를 위해 20억달러 이상을 조달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테슬라의 자금 조달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지난해 8월 발행한 2025년 만기 회사채 가격이 최근 액면가의 86% 수준으로 떨어졌다. 불량채권 수준이다. 최근 한 달간 주가가 20% 넘게 빠지면서 유상증자 등 증시를 통한 자금 조달도 힘들어졌다.

테슬라가 재무제표를 좋게 보이기 위해 '꼼수'를 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태양광발전시스템 설치비를 일종의 '투자'로 보고 투자성 현금으로 계상하면서 부실 규모를 줄였다는 것이다. WSJ는 "테슬라가 현금 흐름을 실제보다 좋게 보이도록 비용을 처리하고 있지만, 만약 지금과 같은 속도로 지출이 계속된다면 올해 말 곳간이 바닥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투자회사 빌라스캐피탈의 존 톰슨 CEO(최고경영자)는 마켓워치에 "(테슬라 CEO인) 일론 머스크가 마법을 부리지 않는 한 테슬라는 4개월 안에 파산할 수 있다"며 "테슬라는 한 번도 이익을 낸 적이 없는 회사"라고 혹평했다.
유희석 기자



스타트업도 버블 경고 잇달아…“너무 부풀려졌다”


[휘청거리는 IT공룡들] ⑥ “유니콘 135개 중 65개, 가치 50~95% 부풀려져”

엘리자베스 홈스 전 테라노스 창업자. /AFPBBNews=뉴스1
'여성 스티브 잡스'에서 '희대의 사기꾼'으로. 혈액 몇 방울로 260여 가지의 질병을 진단할 수 있다고 주장했던 테라노스 창업자 엘리자베스 홈스 이야기이다. 홈스는 지난 14일 미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사기 혐의로 기소됐고, 재판 대신 벌금 50만달러(약 5억3300만원)을 내기로 합의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홈스는 미국 경제지 포천의 표지모델로도 등장했고 기업 가치를 90억달러로 평가받았다. 벤처투자자들의 자금도 몰렸다.

하지만 지금 테라노스는 전쟁터다. 피해를 본 투자자 200여명은 자금 회수를 위해 테라노스에 남은 자산이나 특허 등을 가져오기 위한 소송을 진행 중이다.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넘는 스타트업을 뜻하는 '유니콘'들의 상당수가 이처럼 가치가 실제보다 부풀려져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거품이 꺼질 경우 테라노스처럼 투자자들이 엄청난 손실을 입을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미국 국가경제연구소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135개 유니콘 기업 중 절반가량인 65개(48%)는 실제 기업가치가 10억달러에 미치지 못한다. 이런 '자격 미달' 유니콘들의 기업가치는 50%에서 최대 95%까지 부풀려져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유니콘 버블에 대한 외신들의 경고도 이어진다. 블룸버그는 "아직 완성되지도 않은 기술만 보고 투자자들이 과도한 기대를 품고 돈을 쏟아 붓고 있다"고 설명했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기업 중 아직도 '미완성'인 기업들이 많다"고 지적한다.

스타트업의 기업가치는 가장 최근 이뤄진 자금조달 단계에서 대형투자자가 1주당 얼마에 주식을 샀는지에 따라 결정된다. 이들이 주식을 매입한 가격을 근거로 기업가치를 계산하기 때문에 스타트업들은 자금조달 막바지 단계에 '대형투자자'들을 유치하는데 목을 매게 된다.

그래서 스타트업들은 투자금의 2~4배에 달하는 이익을 보장하거나 주식매각 우선권을 줘 손실 없는 안전한 탈출구를 확보해 주는 식으로 대형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도 한다. 당장 기업가치는 올라가지만 실제 가치에는 마이너스(-)가 된다.

국가경제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스타트업들은 △IPO(기업공개)시 이익보장(14%) △특정 공모가 미만으로 IPO시 거부권(24%) △우선 이익배분(34%) 등의 투자자 보호조항이 담긴 계약을 맺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지는 "기업가치가 하루아침에 50% 이상 바뀌는 부실한 유니콘들이 많다"며 "이들이 투자자들에게 엄청난 손실을 끼치는 '좀비콘'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강기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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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4차산업혁명株, 코스피 운명은


[휘청거리는 IT공룡들]⑦ 美 기술주 급락에 코스피 후폭풍 우려

강세장 선봉에 섰던 4차산업혁명 관련주가 위기를 맞았다. 개인정보 유출 논란에 휩싸인 페이스북, 배터리 폭발 사고에 파산설까지 도는 테슬라, 아이폰 판매 부진 암초를 만난 애플까지 미국 기술주에서 시작된 'IT 버블(거품) 붕괴' 우려가 코스피로 확산될까 투자자들의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미국 기술주의 연이은 주가 하락 유탄은 코스피에도 떨어졌다. IT 대장주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지난 27~28일 이틀간 각각 3.1%, 4.4% 하락했다. 29일에 삼성전자가 사흘만에 상승 전환했고, SK하이닉스가 보합으로 마감해 우려를 덜었다.

전기차 배터리 관련주는 후폭풍이 이어졌다. 삼성SDI는 최근 3거래일동안 5.2%, LG화학은 3.5% 떨어졌다. 코스닥시장에선 포스코켐텍이 4.6% 하락했다.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날 네이버와 카카오의 무단 통화내역 수집 여부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페이스북 급락' 사태가 네이버(NAVER)와 카카오 주가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권사 인터넷 담당 애널리스트는 "페이스북에서 시작된 인터넷 업종 투자심리 악화가 네이버와 카카오의 펀더멘탈을 훼손하는 수준은 아니다"라면서도 "양사의 외국인 보유 비중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수급 측면에서 부정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4차산업혁명과 관계된 IT 기술주, 바이오, 전기차 업체들의 장기적 상승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심리 측면에서 볼 때 실적에 대한 기대치가 떨어질 수 있다는 점과 4차산업으로 대표되는 전기차 산업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지 않을 것이란 우려에 주가 상승 탄력이 낮아질 순 있다"면서도 "미래 주도산업이자 성장주인 만큼 기대가 붕괴되는 수준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은택 KB증권 주식전략팀장은 "1분기 마무리 시점이 다가오면서 다음 달에 실적 발표가 이어질 것"이라며 "FANG을 비롯한 미국 상장사 실적은 양호할 것으로 보여 4월 분위기 반전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29일 코스피·코스닥 지수는 시가총액 상위 종목들이 반등하면서 하루 만에 상승 전환했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7.08포인트(0.71%) 오른 2436.37에 마감했다. 코스닥은 2% 가까이 오르면서 860대에 안착했다.

김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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