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지주사 아닌 지배회사 체제 택한 이유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18.03.29 08:42

완성차 사업경쟁력 유지-대규모 M&A에 유리


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 28일 지배구조 개편안을 발표한 가운데 사업 지배회사 체제를 택한 배경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모듈과 AS부품 사업부문을 떼어낸 현대모비스를 그룹의 최상위 지배회사로 두는 출자구조 재편안을 내놨다.

시장에선 이를 두고 현대차그룹을 대표하는 현대차와 기아차의 완성차 사업 본연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그룹 관계자도 "이번 지배구조 개편 완료 이후에도 현대차그룹의 핵심 사업인 완성차 비즈니스를 주도하는 계열사는 현대차와 기아차"라며 "증권가 시나리오대로 현대·기아차를 각각 투자와 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는 방안은 두 회사의 미래 사업 확장성을 크게 훼손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주요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투자 부문을 따로 분리해 반쪽짜리로 운영하는 곳은 없다"며 "풍부한 자금 유동성과 높은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확보하고 있는 현대·기아차가 스스로 미래 사업 확장 가능성을 차단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또 미래 성장을 위한 대규모 인수합병(M&A)을 원활하게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체제를 갖추게 되면 자회사 등이 공동 투자해 타기업을 인수하는 게 어렵다는 게 현대차의 판단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2011년 현대건설을 인수할 당시 현대차 21.0%, 기아차 5.2%, 현대모비스 8.7% 등 3개 계열사가 공동으로 현대건설 지분을 인수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은 이번 지배구조 개편으로 그룹 내 미래기술 리더로 자리잡게 된 존속 현대모비스를 통해 과감한 투자와 인수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또 합병 현대글로비스 역시 안정적인 수익사업 확보로 투자 재원 확충이 가능해져 미래 '모빌리티' 서비스 등 신규 사업에 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이번 지배구조 개편을 통해 각 그룹사들이 미래 혁신 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를 강화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지속 성장할 수 있는 유기적 체계를 마련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한편 업계 일각에선 현대차그룹이 분할, 존속회사 현대모비스의 외양을 더욱 키워 수년 내 지주사로 전환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현대차그룹은 일단 현 출자구조상 당분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주사는 자회사의 주식 소유를 통해 회사를 지배한다는 의미에서는 일반적으로 말하는 지배회사와 성격이 유사하다. 하지만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총자산이 5000억원을 초과하고, 자회사 총주식가액 합이 자산 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50% 이상이어야 한다.

현대모비스는 현재 현대차 주식 20.8% 등을 보유하고 있다. 존속 현대모비스의 총자산(18조8000억원) 중 공정거래법상 자회사 요건을 충족시키는 현대차 등 총 지분가액(모회사가 최대 출자자인 국내 계열회사의 장부가액)은 약 4조1000억원으로 그 비율이 22%에 그친다. 50%엔 한참 모자라는 구조인 셈이다.

그룹 관계자는 "새로 개편될 출자구조를 기본적으로 유지하되 그룹의 핵심인 자동차 사업을 중심으로 미래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사업구조를 보완·발전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업 지배회사 → 완성차 → 계열사'로 이어지는 수직적 사업구조를 통해 투명한 지배구조를 갖추고 계열사 간 자율, 책임경영 체제를 확보하는 등 미래 지속 성장이라는 큰 그림을 완성하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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