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7시간' 박근혜는 줄곧 침실에 있었다

머니투데이 한정수 기자 | 2018.03.28 15:48

[the L] 檢, 세월호 참사 대통령 보고시간 조작 혐의로 김기춘·김장수 등 기소…최순실, 세월호 당일에도 청와대 관저 방문


'세월호 7시간'의 진실이 4년만에 드러났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세월호 참사 후 약 5시간반 동안 사고 보고를 받고도 집무실로 나가지 않고 줄곧 청와대 관저 침실에 머물러 있었던 것으로 검찰 수사 결과 밝혔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발생 후 1시간반이 지난 시점까지 박 전 대통령은 보고 전화도 받지 않은 채 관저 침실에 있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박근혜정부 청와대는 그 시간에 박 전 대통령이 집무 중이었다고 주장했었다. 또 '비선실세' 최순실씨가 세월호 참사 당일에도 청와대 관저를 비밀리에 방문해 박 전 대통령 등과 세월호 수습 대책을 논의한 사실도 수사 결과 드러났다.

이와 관련, 세월호 참사 당시 대통령 최초 보고시간을 조작한 혐의로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국가안보실장 등이 재판에 넘겨졌다.

◇세월호 참사 1시간 후에야 첫 보고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신자용)는 28일 허위공문서작성 등의 혐의로 김 전 비서실장과 김장수 전 실장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밝혔다. 세월호 사고 당일 박 전 대통령에 대한 보고 및 지시 시각을 조작해 국회 답변서 등 공문서를 허위로 작성한 혐의다.

또 검찰은 김장수 전 실장의 후임인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을 공용서류손상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사후에 적법한 절차 없이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 훈령에서 '청와대 안보실장이 국가위기상황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한다'는 내용을 '안보 분야는 안보실, 재난 분야는 안전행정부가 담당한다'는 내용으로 변경했다는 혐의다.

이밖에 김규현 전 국가안보실 제1차장과 신인호 전 위기관리센터장이 범행에 가담한 사실을 파악해 해외도피 중인 김 전 차장을 지명수배하고, 현역 군인인 신 전 센터장 사건은 군검찰로 이송했다.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당시 세월호 사고 당일 대통령의 행적에 대해 거짓 증언을 한 윤전추 전 행정관도 재판에 넘겨졌다.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은 이들의 혐의와 관련해 보고를 받은 것이 입증되지 않아 기소 대상에서 제외됐다.

검찰은 세월호 사고 당일인 박 전 대통령이 처음 서면보고를 받은 시간을 오전 10시19분∼10시20분 이후인 것으로 파악했다. 이는 제주VTS(해상교통관제센터)로 세월호 사고 신고가 접수된 오전 8시55분으로부터 약 1시간25분이 지난 시점이다. 박 전 대통령이 김장수 전 실장에게 처음 전화를 걸어 전원 구조를 지시한 시간은 10시22분인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세월호는 앞서 오전 10시17분 이미 구조가 어려운 상태로 침몰한 상태였다.

박근혜정부 당시 청와대는 박 전 대통령이 당일 오전 10시 최초로 서면 보고를 받았고 오전 10시15분 김장수 국가안보실장에게 전화를 걸어 인명구조 관련 지시를 했으며 10시22분 전화를 다시 걸어 추가 지시를 했다고 국회 등에 보고했다. 비서실로부터 실시간으로 11회에 걸쳐 서면보고를 받았다고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이 같은 주장은 모두 사실과 다르다고 결론내렸다. 검찰 관계자는 "박근혜정부 청와대는 세월호 탑승객 구조 골든타임의 마지막 시간을 오전 10시17분으로 설정하고, 그 이전에 대통령 보고와 지시가 있었음을 가장하기 위해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국가위기관리기본지침을 불법적으로 변경한 혐의와 관련, 검찰은 당시 국가안보실이 적법한 개정절차 없이 지침 등을 손글씨로 기재해 수정한 뒤 65개 부처와 기관에 공문을 보내 자신들이 수정한 내용대로 수정·시행하도록 지시한 사실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청와대가 재난 상황의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주장하기 위해 서둘러 지침을 수정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

◇세월호 당일에도 최순실과 관저에



검찰에 따르면 세월호 참사 당일 오전 박 전 대통령은 본관 집무실로 출근하지 않고 관저에 머물러 있었다. 김장수 전 실장은 당일 오전 10시 신 전 센터장에게서 전화로 세월호 참사 관련 보고를 받고, 휴대폰을 통해 이를 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하려 했으나 박 전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김 전 실장은 안봉근 전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에게 전화를 걸어 "대통령이 전화를 받지 않는다. 지금 대통령에게 세월호 관련 상황보고서 1보가 올라갈 예정이니 대통령에게 보고될 수 있게 조치해 달라"고 요청한 뒤 신 센터장에게 "상황보고서 1보를 관저에 전달하라"고 지시했다.

이후 전령 업무를 담당하던 상황병이 서면 보고서를 관저에 전달했고, 내실 근무자가 별도의 구두 보고 없이 박 전 대통령 침실 앞 탁자에 이를 올려둔 것으로 파악됐다. 이후에도 김장수 전 실장은 보고를 하기 위해 박 전 대통령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지만 그는 이 때도 전화를 받지 않았다.


안 전 비서관이 직접 관저로 가서 오전 10시20분쯤 침실 앞에서 수차례 박 전 대통령을 부르고서야 박 전 대통령은 침실 밖으로 나왔다. 여기서 안 전 비서관은 박 전 대통령에게 "국가안보실장이 급한 통화를 원한다"고 보고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래요?"라고 말한 뒤 침실로 들어가 김장수 전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 때 박 전 대통령은 "단 한명의 인명피해도 발생하지 않도록 하라. 여객선 내 객실, 엔진실 등을 철저히 수색하여 누락되는 인원이 없도록 하라"는 지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최씨 역시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에 머물렀던 것으로 파악됐다. 최씨는 당일 오후 2시15분쯤 이영선 전 행정관이 운전하는 승합차를 타고 검색 절차 없이 'A급 보안손님'으로 관저를 방문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를 비롯한 정호성·이재만 전 비서관, 안 전 비서관과 함께 세월호 참사에 관한 회의를 한 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방문을 결정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방문할 때까지 박 전 대통령은 침실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며 "이는 관련자들의 진술을 통해 모두 확인했다"고 말했다.

또 "비서관들은 당시 박 전 대통령이 해외순방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다고 했다"며 "그래서 박 전 대통령이 수요일은 가급적 공식일정을 잡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취지의 당부가 있었다고 한다"고 전했다. 세월호 참사 당일도 수요일이었다.

한편 박 전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당시 청와대 외부에 있었다는 일각의 의혹과 관련, 검찰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이 청와대 경내를 벗어난 것은 중대본을 방문한 것 외에는 없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당일 외부 의료진의 관저 출입이나 관저 내 의료시술 등도 없었던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10월 이 사건을 접수한 검찰은 전직 국가안보실 근무자와 전직 청와대 비서관·행정관 등 63명의 참고인을 110회에 걸쳐 조사했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지난 19일 구치소 방문 조사를 시도했으나 박 전 대통령의 거부로 조사가 무산됐다. 박 전 대통령 측은 세월호 사고 당일 행적에 대해 헌재 탄핵심판 사건 의견서로 갈음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최씨에 대해서도 지난 21일 조사를 위해 검찰청에 출석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그는 출석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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