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계절풍처럼 반복되는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 2018.03.30 04:49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이명식 상명대 경영학과 교수
계절풍은 여름과 겨울에 대륙과 해양의 온도차로 인해 주기적으로 풍향이 바뀌는 바람이다. 2007년 이후부터 국내 신용카드시장에서도 '가맹점 카드 수수료 인하'라는 계절풍이 불기 시작했다. 특히 2012년 3월 여신전문금융업법이 개정돼 가맹점 수수료 체계 개편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됐고 그해 7월 ‘신 신용카드 가맹점 수수료 체계’가 도입되면서 ‘적격비용+마진’을 토대로 가맹점 수수료 산정의 기본 방향과 원칙이 제시됐다. 여기서 적격비용은 일반관리비, 부가서비스, 조달비용, 대손비용, VAN(밴) 수수료 등을 포함한다.

지난해에는 우대수수료율이 적용되는 영세·중소가맹점 범위를 영세가맹점은 연매출 2억원 이하에서 3억원 이하로, 중소가맹점은 연매출 2~3억원에서 3~5억원으로 각각 확대하면서 수수료를 0.8%와 1.3%로 낮췄다. 향후 정부는 영세·중소가맹점의 수수료를 각각 0.5%와 1%를 목표로 점진적 인하를 시도하겠다고 밝혔다. 이 외에도 신규 가맹점이 영세·중소가맹점으로 선정되면 우대수수료율을 소급 적용해 돌려주고 영세·중소 온라인사업자에 우대수수료율을 적용하며 소액다결제 사업자의 수수료 부담을 완화해주는 방안 등이 시행되고 있거나 시행될 예정이다.

정부 및 정치권의 신용카드산업 정책은 오로지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만 함몰돼 있다는 인상을 준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정책은 때가 되면 불어오는 계절풍을 닮았다. 서민경제 활성화 차원에서 신용카드사가 영세 상공인에게 높은 수수료로 횡포를 부리는 것을 막고 영세·중소 상인의 부담을 더는 등 소상공인을 배려한다는 취지는 나무랄 이유가 없다.

문제는 시장에 맡겨야 할 가격에 매번 정부가 직접 개입하면서 시장 실패를 부르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의 신용카드 정책은 장기적 관점에서 시장 구성원 전체를 아우르는 ‘빅픽처'(Big Picture)가 빠져 있다. 개입이 불필요하게 계속 확대되면 시장원리가 훼손돼 시장 참여자간 갈등이 심화될 우려가 있고 궁극적으로는 정책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


신용카드 시장은 카드사, 가맹점, 밴사, 회원이 서로 상호작용하는 생태계다. 그러나 가맹점 수수료 인하는 카드 생태계에 있는 한 구성원에게 혜택을 주고 다른 구성원에게 부담으로 귀착되는 모양새다. 현재 개별 영세가맹점의 카드 수수료 인하 효과는 월 1~2만원 수준으로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보다는 오히려 정부에 주어진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실제적으로 어려움을 유발하는 경제 환경의 개선, 임대료, 직원 임금 등을 지원할 수 있는 장려금 지급, 세금 감면, 월급 보조 등을 적극 시행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가맹점 수수료가 카드를 플랫폼으로 하는 지급결제시스템이 균형적으로 유지되게 하며 가맹점 결제 승인과 카드 발급을 최대한으로 끌어올릴 수 있도록 고안된 일종의 가격체계라고 한다면 향후 가맹점 수수료는 지급결제시스템의 규모를 최적화하는 방향으로 결정돼야 한다. 즉, 카드 회원은 보다 많은 혜택을 제공받게 되고, 가맹점은 회원의 확대된 신용공여로 매출이 확대될 수 있고, 신용카드사는 지급결제시스템을 더욱 개선해야 하는 동기가 부여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

이 생태계에서 카드 비용의 투명성과 경쟁성을 보장하고 아울러 카드 결제를 거부하지 못하도록 하는 현행 의무수납제를 폐지해 자율적으로 자신에게 유리한 카드사를 선정할 수 있다면 가맹점의 협상력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신용카드시장에서 수수료 수준과 카드업계의 수익구조, 결제비용의 분담구조가 자율적으로 조정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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