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 대우조선해양 주변의 하이에나떼

머니투데이 박준식 기자 | 2018.03.28 05:30

[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정성립 대우조선해양 사장의 연임이 유력하다는 기사를 출고하고 수십 통의 전화를 받았다. 선배와 후배, 고위직들이 지인 부탁이라며 정보와 동향을 물었다.

인사(人事)는 끝까지 확신할 수 없다. 섣부른 하마평이 임명권자의 심기를 거스를 수도 있어서다. 헌데 당시 정황은 정 사장에 큰 힘이 실리는 모습이었다.

우선 정 사장이 뜻을 세우자 내부의 부사장들이 면접을 포기했다. 외부에선 전임 임원 두세 명의 하마평이 나왔지만 책임이 큰 대우 출신이란 꼬리표가 붙었다.

산업은행 실무진은 준공무원다웠다. 지난 3년간 폭풍이 지나고 현 경영진이 수주실적을 내자 더 움츠러들었다. 잘못 손댔다가 책임추궁이 일까 배를 땅에 댔다.

산은이 주축인 경영정상화관리위원회가 다른 후보를 내지 않아 연임은 시간문제였다. 정기주총에 보름 앞선 이달 중순 내부의 주총 결의안이 관건이었다.

이 찰나에 연임 유력설이 가시화하자 상황은 변했다. 우선 경남이 움직였다. 같은 지역의 성동과 STX가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은 터라 정치권이 나섰다.

경남지사 출마가 유력한 국회의원이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쪽에선 피눈물 나는데 국고를 받은 이들만 잔치하는 모양새는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청와대가 나섰다는 얘기가 들렸고 민정수석실이 검증한다는 세부안까지 전해졌다. 세금 7조원을 퍼먹은 회사가 반짝 성적을 냈다고 개혁을 게을리한 대가였다.


정 사장은 공과(功過)가 있다. 2015년 회사로 돌아와 전임 사장들의 부정을 폭로한 주역이다. 하지만 자기 사단을 위한 내부고발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얻는다.

결국 정 사장은 스스로 연임 포기의사를 밝혔다. 후임들을 위해 용퇴하겠다는 변을 냈다. 하지만 욕심내다가 험한 꼴 당하지 않겠다는 처신으로도 읽힌다.

이제 문제는 대우조선 주변을 어슬렁거리는 무리다. 다시 전화가 빗발친다. 현 경영진의 비리를 청와대에 제보하고 임명권자에 줄을 댔다는 이들이 설친다.

회사가 다소 살아나고 수장 자리가 비자 여기저기서 들리는 하울링이다. 사자나 호랑이가 아니라 늑대나 하이에나떼의 모습이다. 분명히 도려내야 한다.

대우조선에 피 같은 국민 돈이 묶였다. 감시하고 견제하지 않으면 또 다른 도둑을 용인하는 결과가 날 수 있다. 중요한 건 용퇴가 아니라 확실한 경쟁과 검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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