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7일 한국환경공단에 따르면 이날 서울의 미세먼지(PM10)농도는 오전 12시 기준 86㎍/㎥로 '나쁨', 초미세먼지(PM2.5)농도도 50㎍/㎥에 달했다. 이에 환경부는 전날(26일)에 이어 수도권 전역에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를 발령했다.
서울시민들은 이에 민감했다. 서울 종로구 광화문 일대를 살펴보니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었다. 광화문 광장 인근에서 만난 김모씨(43·여)는 "미세먼지 때문에 목이 아픈 것 같다"며 "별다른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마스크는 필수품이 됐다"고 말했다.
광화문 광장에서 만난 미국인 칼 베스퍼씨(25)는 미세먼지가 심한 것을 알고 있냐는 질문에 "스모그(대기 오염물질이 안개 모양의 기체가 된 것)와 비슷한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이어 "스모그라면 대도시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있는 현상이라 대수롭지 않다"고 말했다.
일본에서 여행온 유리씨(21)는 지난 26일 서울에 도착한 뒤 한 번도 마스크를 쓰지 않았다. 그는 "한국에서 일하는 친구가 공기가 좋지 않다고 말해주긴 했다"면서도 "그렇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고 말했다. 미세먼지 농도가 매우 심각하다고 알려주자 유리씨는 그제서야 "마스크를 바로 사서 껴야겠다"며 걸음을 옮겼다.
드물지만 마스크를 낀 관광객도 있었다. 중국인 관광객 리양씨(27)는 "한국인들이 마스크를 많이 끼는 것을 봤다"며 "중국처럼 한국도 미세먼지가 심하다고 생각해 마스크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정확한 문제 상황 알려야= 그러나 잠깐이라도 미세먼지에 노출되는 것은 건강에 좋지 않다. 배현주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연구위원의 '서울시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의 단기노출로 인한 사망영향'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에 단시간 노출시 사망 위험도가 최대 1% 상승한다. 지난해 미국 하버드대학교 공중보건대학 연구진도 미세먼지 노출이 조기사망 위험을 높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이를 경고하는 곳은 없었다. 실제로 이날 만난 관광객들은 공항 등지에서 미세먼지 관련 안내를 접한 적이 없다고 말했다.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들도 미세먼지에 둔감하긴 마찬가지다. 법무부 통계에 따르면 국내 체류 외국인은 매년 증가해 2016년 200만명을 넘겼지만 한국의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알리거나 주의를 요구하는 서비스를 찾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지난 1월 서울시가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의 일환으로 대중교통 무료서비스를 시행할 당시 이를 알리는 홍보물에 외국인을 위한 영어 안내는 없었다.
이에 서울시는 시에 거주하는 외국인 40여만명을 위해 서울 시민들에게 제공하는 미세먼지 정보와 똑같은 영문 알림서비스를 28일부터 시행했다. 황보연 서울시 기후환경본부장은 "서울에 머무는 누구라도 미세먼지로부터 건강을 지킬 수 있도록 영어 서비스체계를 확충했다"며 시행 이유를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방문객들에게 미세먼지의 심각성을 인지시킬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과 교수는 "미세먼지 문제를 자국에서 겪지 못한 대부분의 외국 관광객들이 위험성을 알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원칙적으로 이들에게 미세먼지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대처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 장기적으로 관광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이 과정에서 정확한 설명이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1년 내내 미세먼지 문제가 심한 것이 아닌데 잘못하면 '한국은 미세먼지 공해 국가'라는 이미지가 심어져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며 "정확히 어떤 이유로 어느 시기에 미세먼지가 발생하고 당국이 적절한 대처를 하고 있다는 설명으로 이들을 이해시켜야 한다"고 조언했다.
[저작권자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