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전드'라고요? 33번째 녹음인데도 늘 새롭고 어렵죠"

머니투데이 배영윤 기자 | 2018.03.27 15:47

올해 70세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33번째 정규앨범 '아름다운 저녁' 전 세계 동시 발매

27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가 33번째 정규음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을 손에 들고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포레, 프랑크, 드뷔시 등 프랑스 대표 작곡가들의 음악을 담았으며 7년간 호흡을 맞춘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작업했다./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레전드'라는 말을 들을 땐 정말 간지러워요. 이번 앨범 작업을 하면서 너무 힘들어서 다시는 못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33번째 앨범이면 익숙할 거라 생각할 수 있겠지만 녹음할 때마다 늘 새롭습니다."

올해 일흔이 된 '바이올린 여제' 정경화. 여섯 살 바이올린을 처음 잡았을 때부터 신동 소리를 들으며 자랐고, 일흔의 나이까지도 활발한 연주활동을 하고 있는 그가 '아직도 힘들고 어렵다'고 하는 게 믿기지 않았다. 눈 감고도 자유자재로 연주할 것만 같은 그는 "매 녹음, 매 연주마다 모든 기력과 정성을 다 쏟는다"고 말했다.

27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33번째 정규음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 발매 기념 기자 간담회에서 정경화는 "33번째 앨범이라는 것도 최근에 들어서 알았다"며 "음반 녹음을 할 때마다 늘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이다'라는 생각으로 임했고, 그렇게 힘들게 하나 하나 한 녹음들이 이렇게 쌓였다는 게 참 흥미로웠다"며 새 앨범 발매 소감을 밝혔다.

6살에 바이올린에 입문한 그는 단 2번의 레슨 만에 학교에서 불렀던 모든 노래는 바이올린으로 연주했다. 레슨 3개월 만에는 바이올린을 먼저 배울 언니 정명화가 3년동안 배워 쌓은 수준을 뛰어넘었다. 9살 무렵 서울시교향악단과 멘델스존 곡으로 협연했고, 언니 명소·명화 등과 전국 순회공연을 나설 정도로 실력이 우수했다. 13세 때 미국 줄리어드 음악원에 장학생으로 입학, 명 교수 이반 갈라미언을 사사했다. 1967년 당시 최고 권위의 미국 레벤트리트 콩쿠르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27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33번째 정규음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 발매 기념 간담회에서 정경화가 기자들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늘 정상 궤도만 탔던 그에게도 시련이 있었다. 2005년 왼쪽 검지 부상으로 바이올린을 손에서 놓을 수 밖에 없었다. 연주자 은퇴까지 결심했다. 5년만인 2010년 기적적으로 연주자로 복귀했다.

"손 부상으로 모든 게 중단됐지만 좌절하지 않았어요. 제가 이제껏 긍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건 어머니 영향이 큰데 '제일 힘든 시기일 때 제일 좋은 것을 할 수 있다는 가르침이 생각이 났습니다. 연주를 할 수는 없었지만 공부를 더 하고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여러가지 생각을 할 수 있었죠. 하지만 이렇게 다시 돌아와 음반 녹음까지 할 수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어요."

지난 23일 전세계 동시 발매한 새 앨범 '아름다운 저녁'은 포레, 프랑크, 드뷔시 등 프랑스를 대표하는 작곡가들의 작품을 담았다. 프랑스 작곡가 곡으로만 이뤄진 '프렌치 앨범'으로는 세 번째이자, 정경화의 '영혼의 동반자'로 잘 알려진 피아니스트 케빈 케너와 함께 녹음한 첫 번째 앨범이다.


포레의 바이올린 소나타는 이번에 처음 녹음했다. 정경화는 "포레의 소나타는 아무리 공부해봐도 감도 잡히지 않고 힘들었는데 케빈과 함께 하면서 용기를 내고 도전할 수 있었다"며 "'정-케빈' 듀오가 만들어낸 곡"이라고 말했다. 또한 "포레의 '자장가'는 손주를 기다리는 마음을 담아 녹음했다"며 "케빈이 당시 아이를 키우고 있어서 더욱 잘 연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웃음지었다.

엘가의 '사랑의 인사'는 한국 발매 앨범에만 보너스트랙으로 넣었다. 1987년 발매한 음반 '콘 아모레'에 수록돼 유명해진 곡인데 올해 일흔을 맞아 32년만에 다시 녹음했다.

"음악을 하는 동안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건 '사랑'과 '평화'예요. 특히 평화를 이루기 위해선 사랑이 꼭 필요하죠. 이번에 '사랑의 인사'를 다시 수록한 것도 그런 의미입니다. 지금껏 살아오면서 사랑으로 모든 걸 했고, 사랑으로 눈물도 흘려봤고 기쁨도 많이 느꼈죠. 젊은 시절 녹음했던 '사랑의 인사'와는 확실히 다를 거예요. 무엇을 더 하려고 노력했다기 보다는 지금 느끼는 '사랑'을 담아 편하게 '인사'한다는 느낌으로 연주했어요. 해석은 여러분들의 몫입니다."

자신의 음악을 '위로'라고 말하는 정경화. 가장 사랑하는 것 또한 '관중'이라고. 그는 "열정적이고 드라마틱한 음악이라도 그 자체로 위로가 된다"며 "그게 관중들에게 전하는 나의 메시지다"라고 말했다.

"전 세계를 돌아다녔지만 한국 사람만큼 창의적이고 유니크한 민족은 없어요. 억만금을 주고라도 한국인으로 다시 태어나고 싶을 정도예요. 우리나라 젊은 아티스트들이 세계 무대에서 좋은 활약을 하고 있는데, 젊은 인재들과 연결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어요. 클래식 음악이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는 방향이라면 무엇이든 할 겁니다."

정경화는 케빈 케너와 함께 오는 30일 '통영국제음악제' 개막 공연 무대에 선다. 이후 다음달 2일 통영, 3일 부산 그리고 오는 6월3일 서울 롯데콘서트홀에서바이올린 리사이틀을 갖는다.

27일 서울 광화문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의 33번째 정규음반 '아름다운 저녁'(Beau Soir) 발매 기념 간담회가 열렸다. 간담회 시작 전, 지난 26일 70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케이크 앞에서 미소 짓고 있는 정경화./사진제공=워너뮤직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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