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은둔의 경영자' 최창원 부회장의 "이따가 얘기합시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8.03.27 15:20

[주총현장]지주사 역할 SK디스커버리 출범 후 첫 주총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이따가 얘기합시다"

27일 SK디스커버리 제 49기 정기주주총회(이하 주총)가 열린 경기도 성남시 판교 본사 강당. 인사를 청하는 기자에게 최창원 부회장은 이 같은 말을 남기고 주총장 정문으로 들어갔다. 정문은 굳게 닫혔다. 회사 주주 외에는 주총장 출입이 제한됐다.

이날 주총은 지난해 12월 1일 SK케미칼이 지주사 역할을 할 SK디스커버리와 사업회사 SK케미칼로 분할해 지주사 체제 전환이 공식화된 후 SK디스커버리의 첫 주주행사였다.

최 부회장에게는 지주사 체제 오너로서 사실상 데뷔전이기도 했다. 이날 의사봉도 최 부회장이 잡았다. 앞으로의 경영 계획 등 그에게 궁금한 부분이 많았다.

주총은 약 20분 만에 끝났다. 재무제표 승인, 주식매수선택권 부여 승인, 이사 선임, 감사위원회 위원 선임 등 안건은 일사천리로 의결됐다. 정문이 열리고 주주들이 쏟아져 나왔지만, 최 부회장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말한 '이따가'는 기약 없는 '나중'이 됐다.

대외 활동을 자제하는 최 부회장은 재계에서 '은둔의 오너'로도 통한다. 언론과의 접촉을 피하지 않는 친형 최신원 SK네트웍스 회장과 사촌 형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비교하면 은둔의 이미지는 더 도드라진다.

사실상 맨손으로 SK그룹 내에서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하는 과정으로부터 비춰진 그의 성향은 신중, 면밀이다. 1994년 SK케미칼 과장으로 입사해 바닥부터 배웠다. 10년 이상의 시간을 들여 1% 남짓했던 SK케미칼 지분율을 18%대까지 끌어올렸다. 재산 관련 매매거래에도 사회적 평판과 장기적 평가를 고민한다.


그런 그에게 독립경영의 상징인 지주사 체제 경영 관련 입을 여는 것은 아직 조심스러웠을 수 있다. 세간에는 최태원 회장의 SK그룹과 계열분리 가능성도 언급된다.

마침 SK케미칼의 지주사 전환에 따라 최태원 회장의 지주사 SK㈜, 혹은 최 부회장의 지주사 SK디스커버리 둘 중 하나는 SK건설 지분을 정리해야 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지주사는 계열사가 아닌 회사의 주식을 5% 이상 소유할 수 없어서다.

현재 SK㈜와 SK디스커버리의 SK건설 지분율은 각각 44.48%, 28.25%. 그의 입에서 어떤 말이 나오든 계열분리 가능성이 재차 거론될 테고 이는 그의 성향상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계열분리 꼬리표와 무관하게 그는 이미 자산규모(SK건설 제외) 약 6조 9300억원, 직원수 2850여명의 지주사 체제를 움직이는 사실상의 총수다. 주주는 물론 사회 전반과의 소통이 필요한 입지에 올랐다.

최 부회장은 이날 주총장 안에서 "지주회사 전환은 기업의 투명성을 더욱 강화하기 위함이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주총장 밖에서 보다 공개적으로 말했다면 '솔직함'과 '자신감'으로 비춰졌을 수 있다. 그가 말한 '이따가'가 지나치게 먼 나중이 아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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