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돈 안 갚는 사기꾼, 콩밥 먹일 수 있나요?"

머니투데이 나단경 변호사  | 2018.03.28 05:20

[the L] [나단경 변호사의 법률사용설명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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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을 잘 알지 못해 억울한 일에 적절하게 대처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사람들이 알아두면 유용한 '법률 사용 방법'을 알려주는 칼럼입니다. 변호사가 의뢰인을 설득할 때 하는 방법 그대로 요건사실과 구성요건이 있는지 여부를 정리하다보면 우리가 알고 싶은 궁금증이 풀립니다. 이슈가 되는 사건과 유사한 사례를 통해 지식 충전!]


경찰서 수사민원센터에서 법률상담을 하다보면 민원인들의 가장 많은 요청 중 하나가 “채무자가 돈을 안 갚아 고소하고 싶다.”는 것입니다. 민원인들은 채무자를 믿고 돈을 빌려주었는데 변제하기로 한 날짜를 여러 번 어기고 차일피일 미루다가 연락마저 두절되었다는 하소연들을 하십니다.

하지만 사기꾼을 고소하고 싶어 경찰서까지 오시면서도 사기죄의 구성요건은 잘 모르시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단순히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다는 것만으로는 형사적으로 사기죄의 문제는 아닐 수도 있습니다. 오늘은 어떤 경우에 채무자가 형사적으로 사기죄에 해당하는 것인지와 어떤 경우에 사기 고소로 대응하는 것이 좋을지 사기죄의 구성요건과 관련하여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1. 기망행위, ‘속였다!’, 달리 말해 ‘처음부터 갚을 생각도 능력도 없었다.’ 는 것이 입증되어야 사기죄에 해당합니다.

사기죄는 타인을 기망하여 착오에 빠지게 하고 그 처분행위로 재산적 이득을 얻음으로 성립하는 죄입니다(형법 제347조). 즉 채무자가 돈을 빌리고 갚지 않는 것이 사기죄에 해당하기 위해서는 사기죄의 구성요건에 해당하는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평가되어야 합니다.

법원은 사기죄의 기망행위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습니다.

“차용금 편취에 의한 사기죄의 성립여부는 차용 당시를 기준으로 판단하여야 하므로, 피고인이 차용 당시에는 변제할 의사와 능력이 있었다면 그 후에 차용사실을 전면 부인하면서 변제를 거부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에 불과할 뿐 형사상 사기죄가 성립한다고 할 수 없다(대법원 1996. 3. 26. 선고 95도3034 판결, 2008. 2. 14. 선고 2007도10770 판결),”

즉 법원은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돈을 빌릴 당시 돈을 갚을 의사와 능력이 전혀 없으면서 돈을 빌린 경우에 채권자를 속인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보고 단순한 민사상의 채무불이행이 아닌 형사상 사기죄에 해당한다고 판단하는 것입니다.

2.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갚을 의사와 능력이 없었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철저한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채무자가 약정한 이자를 꾸준히 채권자에게 지급하다가 갑자기 사업이 실패하여 대여금을 변제하지 못하게 된 경우는 대여할 당시에는 변제 능력이 있었기 때문에 비록 현재 돈이 전혀 없어 변제할 의사나 능력이 없지만 이것만으로는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볼 수 없어 사기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사례가 있습니다(수원지방법원 2012. 6. 28 선고 2011고단1839 판결).

또한 채무자가 돈을 빌릴 당시 돈을 나중에 갚겠다고 진술한 외에, 변제 자력을 과시하기 위해 허위 서류를 작성해 제시했다는 등 적극적인 기망행위를 했음을 인정할 자료는 없다고 보아 채무자의 재력이 열악한 상황에서 돈을 빌린 뒤 갚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사기죄를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대법원 판례도 있습니다(대법원 2015. 6. 11. 선고 2015도1809 판결).


따라서 채무자가 단순히 갚기로 한 날짜를 차일피일 미룬 것만으로는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천편일률적으로 채권자가 채무를 조금 변제받았다거나 이자를 일부 지급받아왔다고 해서 기망행위가 없고 채무자가 사기죄에 해당 되지 않는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결국 사기죄의 기망행위를 뒷받침할만한 여러 증거의 수집에 따라 상황 전개가 달라질 수 있으니 철저한 전략을 세워 접근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3. 형사고소가 유리한 경우와 민사소송이 유리한 경우를 잘 판단해야 합니다.

악질적인 채무자의 경우 고의적으로 갚을 의사 없이 돈을 빌리고 자력이 있으면서도 숨기면서 회생이나 파산을 신청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이런 악질적인 채무자를 고소하여 사기죄로 인정받게 되면 피해자의 채권은 고의 불법행위로 인한 손해배상청구권에 해당되므로 채무자 회생 및 파산에 관한 법률 제566조 및 625조에 따라 해당 채권이 면책되지 않는다는 장점, 즉 파산을 하더라도 채권자에게 돈을 줘야 한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또한 피해자는 채무자의 사기죄 형사재판이 진행되면 법원의 배상명령제도를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배상명령은 유죄판결의 선고 시 주문에 금전 지급을 명함으로써 하고, 형사소송의 절차이지만 민사소송의 소제기와 동일한 효력이 있고, 인지대 같은 별도의 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그러나 사기죄로 고소하고자 할 경우에는 자칫 무고죄로 역고소를 당하지 않도록 신중하게 사전검토를 하셔야 합니다. 또한 대법원의 <2012년 사법연감(통계)>에 따르면 배상명령의 인용률은 최근에 와서야 겨우 30%를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실제로 배상명령이 인용되는 경우가 크지는 않기 때문에 결국 돈을 지급받기 위해 결국은 민사 소송을 제기하는 절차를 거쳐야 할 수도 있습니다.

4. 사기 형사 고소와 더불어 가압류 등의 다른 민사상 조치도 고려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채무자에게 재산이 있다면 하루라도 빠르게 채무자의 재산에 가압류를 설정하여 재산 은닉과 처분을 막고, 민사 소송을 빠르게 진행하여 판결확정 후 법원에 재산명시신청, 재산조회신청을 한다든지 채무불이행자명부등재신청을 하여 채무자를 심리적, 경제적으로 압박하는 등의 방법을 취하는 민사상의 조치가 보다 적절할 수도 있습니다.

결국 채권자는 민사소송과 형사 사기 고소의 차이점을 분명하게 인식하고 본인의 사례와 필요에 맞게 철저한 전략을 세워야 악질 채무자에게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입니다.

[나단경 변호사는 임대차, 이혼, 사기 등 누구나 겪게 되는 일상 속의 사건들을 주로 맡습니다. 억울함과 부당함을 조금이라도 덜어드리는 것이 변호사의 의무라고 생각합니다. ​나만큼 당신을 생각하는 '나단경 법률사무소'를 운영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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