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MB구속 의식했나 "호치민 본받으면 부패 없을것"

머니투데이 하노이(베트남)=김성휘 기자 | 2018.03.23 22:32

[the300]직접 발언 안했지만 여지 남겨…비서진엔 '춘풍추상' 액자 보내

【하노이(베트남)=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이 23일 베트남 국회를 방문해 응웬 티 낌 응언 베트남 국회의장과 환담을 나누고 있다. 2018.03.23. (사진=청와대 제공) photo@newsis.com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2일 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해 직접 언급을 하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 전직 대통령 2명이 동시에 구속된 것은 정치·사회적으로 결코 가볍지 않은 일이다. 이에 문 대통령의 심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전 대통령 구속에 대한 문 대통령과 청와대 입장은 당일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현지에서 밝힌 수준이다. 김 대변인은 하노이에서 한국 기자단과 만나 "많은 사람들이 묻습니다만 그저 안타까울 뿐이다.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느냐. 삼가고 또 삼가겠다. 스스로에게 가을서리처럼 엄격하겠다는 다짐을 깊게 새긴다"고 밝혔다.

그는 이것이 대통령의 발언은 아니라면서도 그간 문 대통령이 해온 발언이나 청와대 분위기상 문 대통령 뜻과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대변인의 입장이지만 문 대통령과 이심전심인 셈이다.

청와대가 문 대통령 직접 언급을 내지 않은 이유는 우선 정치보복 논란을 키우지 않기 위해서다. 어떤 내용이든 문 대통령이 이 사안을 언급하면 구속수사는 정치적 의중이 실린 걸로 해석될 수 있다.

정치적인 이유까지 가지 않아도, 인간적인 안타까움이 있을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현직 대통령으로서 전직 대통령 두 명이 연거푸 구속되는 헌정사의 비극을 마주했다. 자신이 비서실장으로 보좌했던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도 10년 전인 2009년 검찰수사를 받았다. 각 대통령의 이유야 무엇이든 이런 일들이 반복되는 데에 문 대통령이 착잡함을 느꼈을 수 있다.


또다른 이유는 국내 정치논란보다는 베트남과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해외순방에 집중하려는 의도다. 가뜩이나 이번 순방은 남북 정상회담 준비 와중에 길을 나섰고, 출국일(22일)에는 대통령개헌안도 공개했다. 통상 대통령의 해외일정중 청와대가 개점휴업 격인 데 비추면 상당한 뉴스를 쏟아낸 셈이다.

다만 문 대통령 심경을 읽을 수 있는 발언은 한 차례 나왔다. 문 대통령은 호치민 전 주석의 거소(살던 집)에서 "이 세상의 정치인들이 호치민을 본받는다면 부패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호치민이 생전 매우 검소하게 살던 모습을 보고 "숙연해진다"며 이같이 말했다고 김의겸 대변인이 전했다.

기본적으로는 호치민의 검소함에 자부심을 갖는 베트남 국민들을 향한 메시지다. 아울러 이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각종 혐의나 의혹이 '부패'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중의적인 발언이기도 하다.
【하노이(베트남)=뉴시스】전신 기자 = 문재인 대통령과 쩐 다이 꽝 베트남 국가주석이 23일(현지시간) 베트남 호치민 거소를 둘러보고 있다. 2018.03.23. photo1006@newsis.com

호 주석은 1954년 프랑스 총독관저로 썼던 주석궁에 거주한지 3개월 만에 본인과 어울리지 않는다며 그 옆의 작은 집으로 옮겼다. 프랑스 식민지 시절 배관공이 살던 집이라고 한다. 호 주석은 1958년엔 그 인근에 2층짜리 목조주택을 짓고 그곳으로 다시 옮겨 1969년 사망할 때까지 살았다.


호 주석은 소탈한 면모로 국민들이 '호 아저씨'라며 따랐다고 한다. 이곳은 당시 생활용품을 그대로 전시했다. 쩐다이꽝 베트남 국가주석이 문 대통령을 안내해 두 사람은 함께 거소를 둘러봤다.

문 대통령은 꽝 주석에게 "국민들이 이렇게 존경할 만한 위인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참으로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호 주석이 보고를 받던 책상에 앉아서 방명록을 남겼다. "국민과 함께 살고, 함께 먹고, 함께 일한 호치민 주석님의 애민정신을 마음깊이 새깁니다. 2018.3.23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이라고 썼다.


한편 김 대변인이 말한 '가을서리'라는 표현은 문 대통령의 최근 행보와도 맞아 떨어진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각 비서관실에 고(故) 신영복 선생의 글 ‘춘풍추상(春風秋霜)’ 글씨가 담긴 액자를 선물했다. ‘남을 대할 때는 봄바람과 같이 부드럽게 대하고, 자신을 대할 때는 가을 서리처럼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대인춘풍 지기추상)는 뜻으로 중국 고전 채근담에 실린 글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5일 수석보좌관 회의를 마치며 이 글에 대해 "우리 정부가 2년차에 접어들면서 기강이 해이해질 수 있는데, 초심을 잃지 말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보기에 따라선 이 전 대통령 시절의 청와대가 국정원 특수활동비 수수 등 추상같은 기강을 세우지 못했다는 지적으로도 읽힌다.



문 대통령은 24일 베트남을 떠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한다.
【서울=뉴시스】전신 기자 = 5일 오후 청와대 여민관에서 고 신영복 선생의 '춘풍추상(春風秋霜)'글이 담긴 액자가 걸려 있다. 2018.02.05. photo1006@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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