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잡'으로 브이로그? 제가 한번 해봤습니다

머니투데이 김자아 기자 | 2018.04.14 04:55

기자의 '브이로그' 도전기, 그리고 구독자 3만명 '진짜 브이로거'와의 Q&A



일상 공유하는 영상 '브이로그' 인기


기자가 직접 찍은 '브이로그' 캡처사진. /사진=김자아 기자

#인터넷에서 초코식빵 사진을 봤는데 맛있어 보여서 오늘 꼭 사먹어야지 했거든요. 근데 아직 남아 있을지 모르겠어요. (한참 뒤) 빵집에 갔는데 초코식빵은 없었습니다.

#영등포에서 집을 가려는데 지하로 가는 길이 다 막혔대요. 그래서 지하 들어갔다가 지상으로 올라온 김에 친구는 지금 화장실에 갔어요. 친구 나오면 같이 집에 갈 거예요.

일기장에서나 볼 법한 소소한 얘기들. 이는 유튜브에서 20만 조회수를 넘긴 브이로그 영상에 등장한 내용들이다. 브이로그(Vlog)는 '비디오'(Video)와 '블로그'(Blog)의 합성어로, 블로그에 일기 쓰듯 영상으로 일상을 기록하는 것을 말한다. '이런 영상을 누가 볼까?'라며 고개를 갸웃거릴 수 있지만 지금 유튜브에서는 잘 나가는 콘텐츠 중 하나다. 13일 기준 유튜브에 올라온 브이로그 영상은 약 1억3600만개. 브이로그를 찍어 올리는 직장인 유튜버 '이니'의 채널은 구독자가 3만여명이다.

브이로그(Vlog)를 찍어 올리는 유튜버 '이니'가 자신의 채널에 올린 동영상들. /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먹방' '뷰티' 'ASMR' 등 특정 주제를 다루는 전문 크리에이티브(creative, 창작 활동을 하는 작가)와 다르게 브이로그 크리에이티브는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을 영상에 담는다. 자장면 10인분을 거뜬히 먹어 치우지도, 속삭이듯 작은 목소리로 시청자들을 잠 재우려 하지도 않는다. 자신의 하루 일과만 카메라에 담으면 하나의 콘텐츠가 완성된다.

특별한 재능이나 특기 없이도 도전할 수 있어서일까. 브이로거(Vloger, 브이로그를 찍는 사람) 중에는 평범한 직장인들도 눈에 띈다. 브이로그 유튜버 '이니' '김갈릭' '쥬히'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해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에서 직장인 986명을 대상으로 설문한 결과, 77%가 "투잡을 하고 싶다"고 답했다. 출퇴근하는 모습마저 영상 콘텐츠의 소재가 되는 브이로그는 투잡을 꿈꾸는 직장인들에게 매력적이다. 유튜브는 영상 제작자와 광고 수익을 나누고 있다.

6년차 직장인 유경미씨(28)는 "직장생활이 무료해지고, 월급이 항상 부족하다고 느껴 투잡을 생각했다"면서 "평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는 재미로 스트레스를 푸는데, 사진 대신 영상으로 찍어 공유하면 용돈도 벌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브이로그에 관심이 생겼다"고 말했다.


브이로그, 제가 한 번 해봤습니다



투잡으로 브이로그를 고민하는 평범한 직장인들을 대신해 기자가 직접 브이로그 찍기에 도전해봤다.

재택 야근 하는 날. 삼각대에 스마트폰을 설치하고 비장하게 자리에 앉았다. "집에서 야근할 때 착용하는 머리띠입니다" "해외 직구로 산 씨리얼인데 생각보다 맛 없어요" 시덥지 않은 얘기를 하며 영상 녹화에 시동을 걸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현관문 벨이 "딩동"하고 울리더니 가족들이 귀가했다. 브이로그가 묵언 수행이 돼버린 건 그때부터였다.

주말 당직 서는 일요일. 출근하자마자 삼각대에 아이폰을 얹고 녹화 버튼을 눌렀다. 역시나 어떤 말도 꺼내지 못하고 황급히 녹화 종료 버튼을 눌렀다. 저녁식사 시간 심기일전 하고 가족들과 외식하는 모습을 담아보기로 했다. 몇 마디 내뱉었지만 카메라가 돌아가고 있다는 압박감에 촬영과 음식, 대화 모두 집중하기 어려웠다.

이틀간 찍은 영상은 '노잼'(no 재미, 재미가 없는)이었지만 '편집으로 소생시킬 수 있지 않을까'하는 희망을 품고 영상 편집에 돌입했다. 일주일 내내 영상을 붙들고 있었지만 편집작업은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브이로그 영상' 제작은 생각보다 많은 시간 투자가 필요했다. 이 정도의 노력과 시간을 다른 소일거리에 쏟았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직장인 브이로거에게 물었다 "브이로그, 투잡으로 추천?"



기자의 짧은 경험만으로는 브이로그, 투잡으로 도전할 만한가에 대한 답을 얻을 수 없었다. 브이로그 찍는 직장인 유튜버 '이니'에게 조언을 구했다.

Q. 카메라를 보고 말하기도 어렵고, 녹화 타이밍을 잡는 것도 어려운데 촬영 노하우가 있나?
A. 카메라를 보고 말하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1년 전보다 나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힘들다. 녹화 타이밍은 따로 정하지 않는 게 좋다. 특정 부분을 녹화하려다 보면 결과물이 인위적이었다. 되도록 카메라를 끄지 않고 계속 켜두는 편이다.

Q. 영상을 찍고 편집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보통 시간을 얼마나 투자하나?
A. 촬영은 일상을 틈틈이 찍는 거라 별도의 시간을 투자하지 않는다. 다만 영상 편집을 해야 할 땐 주말 하루를 온전히 비워두는 편이다. 대학에서 영상을 전공했고 현재 직장에서도 영상 편집과 관련된 일을 한다. 영상 편집에 익숙한데도 퇴근 후 짬짬이 편집하긴 어렵더라.

Q. 브이로그를 주기적으로 찍어 올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장비가 있나?
A. 편집 프로그램이다. 영상 촬영은 스마트폰으로 충분히 가능하고, 삼각대가 없으면 책을 쌓아 고정하면 된다.

Q. 유튜브 구독자 수가 늘고 영상에 광고가 붙으면 수익이 발생할 텐데, 부업으로 할만 한가?
A. 유튜브의 정산방식이 공개되지 않아 정확한 금액을 말하긴 어렵다. 월 평균 본수입의 10% 정도 수입이 발생한다. 브이로그 한 편을 만드는데 적잖은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는 걸 감안하면, 부업으로 삼을 만큼 큰 수입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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