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로봇이 매운 맛 보여줬죠"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8.04.02 04:08

이석민 미니로봇 이사…"서비스 로봇 투자해야"

미니로봇의 스키로봇 '태권브이'/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작고 가벼운 로봇이 민첩하게 동작을 바꾸는 데 유리할 것이라 생각하고 제작한 것이 적중한 것 같아요.”

세계 첫 스키로봇 대회에서 우승한 미니로봇 이석민 이사는 지난 대회를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미니로봇팀은 지난 2월 12일 강원 횡성군 웰리힐리파크 스키 슬로프에서 열린 스키로봇대회에서 ‘태권브이’(무게 12㎏·키 70㎝)를 출전시켜 우승을 차지했다. 참가한 8종의 로봇 중 가장 작은 크기였다.

태권브이와 함께 사진 포즈를 잡고 있는 이석민 미니로봇 이사/사진=미니로봇
이번 대회는 알파인 스키 종목 중 활강 속도와 회전 기술을 겨루는 ‘대회전’ 형식으로 진행됐다. 전 구간(80m) 기문 5개를 통과한 점수와 시간으로 순위가 정해진다. 로봇 스스로 기문을 인식해 회전하고 속도를 조절하며 결승점까지 도착해야 한다. 매서운 바람을 뚫고 가장 빨리 통과한 태권브이의 성적은 18초. 8팀 중 태권브이를 포함 두 팀만이 완주에 성공할 정도로 고난도의 기술이 요구됐던 대회였다.

이 이사는 대회 당일 경기장 뒷편 대기실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리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털어놨다. “전날까지 분명히 이상이 없었는데 추운 날씨 탓인지 태권브이 하체 관절 모터가 움직이질 않았어요. 혹시나 하는 경우를 고려해 태권브이 2호를 만들어 놓았기에 망정이지 3개월간 밤을 새며 작업한 노력들이 수포로 돌아갈 뻔 했죠. 대회장에서 급히 2대를 분해해 1대로 재조립해서 대회 시간을 맞출 수 있었습니다.”

당시 대회에서 태권브이가 완벽한 경기력을 선보인 건 아니다. 총 3차례 시도 중 2차 때 출발선 10m 아래 있는 1차 기문을 통과한 뒤 경기장을 벗어나 팀을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태권브이는 머리에 장착된 카메라로 기문 깃발의 색깔을 인식하는데 이날 강풍으로 기문이 크게 흔들리자 인식 오류가 발생했던 것.

로봇이 스키를 탈 수 있다는 건 그 외에 다른 부분에 접목할 수 있는 기술 토대가 마련됐다는 얘기와 같다. 하지만 국내 로봇산업 투자는 여전히 ‘산업용’에만 쏠린다.


“대한민국 로봇산업은 단순지표로만 보면 로봇강국이예요. 국제로봇연맹(IFR) 보고서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로봇생산량은 세계 10권이죠. 우리나라 산업용 로봇 밀집도는 세계 1위입니다. 문제는 지나칠 정도로 산업용 로봇 생산에 집중하고 있다는 거예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한 지능형 로봇, 서비스 로봇에 적극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이 이사는 우리나라 로봇산업 실태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실제로 전 세계가 지능화 시대에 걸맞는 서비스용 로봇 시장에 크게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테면 로봇은 교육용, 간병용, 농업용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도가 다방면으로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이 이사는 “국가 차원의 지원책과 로봇문화산업 진흥전략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대한민국 로봇이 일본 혼다의 인간형 이족 보행 로봇 ‘아시모’나 미국 로봇전문기업 보스톤 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의 아류가 아닌 발전된 형태로 평가받기를 기대한다면 인공지능(AI)과 로봇 간의 융합기술을 선도적으로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미니로봇의 스키로봇 '태권브이'/사진=한국로봇산업진흥원

베스트 클릭

  1. 1 "30세 남성 박대성"…순천 여고생 살해범, 이렇게 생겼다
  2. 2 미스유니버스 도전 '81세 한국인' 외신도 깜짝…"세상 놀라게 할 것"
  3. 3 "박지윤, 이혼소송 중 상간녀 손배소"…최동석은 "없습니다"
  4. 4 '티켓 판매 저조' 장윤정, 이번엔 립싱크 논란…"행사 출연 안 돼" 민원까지
  5. 5 로버트 할리, 마약·성정체성 논란 언급…"아내와 대화 원치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