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도 반대한 '그들만의 사추위'…법제화 순탄할까

머니투데이 한은정 기자 | 2018.03.23 04:55

국민연금 "사외이사만으로 사추위 구성안, 오히려 독립성과 전문성 해쳐"



금융당국이 은행 금융지주에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사추위)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도록 사실상 지침을 내린 가운데 국민연금이 이에 반대하는 것으로 해석되는 입장을 표명해 주목된다.

국민연금 의결권행사 전문위원회는 오는 23일 KB금융지주 주주총회에서 사추위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도록 정관을 변경하는 내용의 노조 주주제안 안건에 반대하기로 했다. 국민연금은 보도자료를 통해 “사추위와 같은 이사회 내 위원회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고려해 적정비율의 사내이사, 사외이사로 구성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전문위 관계자는 이와 관련, “KB금융 사추위가 이미 사외이사만으로 운영되고 있는 상황에서 주주총회를 통해서만 바꿀 수 있는 정관으로 못 박는 건 너무 엄격해 보인다”며 “사추위 구성은 다양하게 할 수 있는 만큼 규정으로 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또 “과거 KB사태는 사외이사들이 권력화했을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보여준 사례”라며 사추위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도록 정관에 규정하면 사외이사의 권한이 경영진에 비해 불균형적으로 커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KB사태는 주전산기 교체를 둘러싸고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갈등을 빚으면서 회장과 행장이 동반 퇴진하고 사외이사 전원이 교체된 사건이다. 이 과정에서 이사회가 은행 경영진과 상임감사의 의견을 묵살하는 등 사외이사가 장악한 이사회의 부작용이 여실히 드러났다.

국민연금의 이같은 입장은 금융감독원이 지난해 12월 KB금융지주에 내린 경영유의사항과 상충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당시 금감원은 KB금융에 사외이사를 평가할 때 회장을 배제하고 사외이사 평가 권한을 이사회 또는 이사회 내 소위원회에 부여하라고 권고했다. 사외이사 평가는 사추위가 맡는 만큼 사추위에서 회장을 빼라는 지시나 마찬가지다.


이에 KB금융은 지난달 지배구조 내부규범을 개정해 사추위에서 회장을 배제하는 내용을 내부 지배구조 모범규준에 명문화했다. 이후 지방금융지주와 NH농협금융지주도 회장과 사외이사 등을 추천하는 임추위에서 회장을 배제하는 내용을 모범규준에 넣었다. 하나금융지주는 모범규준에 반영하진 않았지만 사추위에서 회장을 제외했다. 은행 금융지주의 이같은 움직임에는 회장이 사추위에 들어가 사외이사들을 추천하고 이 사외이사들이 회장 후보를 정하는데 대해 금융당국이 ‘셀프연임’이라고 강력 비판한 것도 영향을 미쳤다.

금융위원회는 여기에서 더 나아가 대표이사와 사외이사, 감사위원을 결정하는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에 대표이사 참여를 금지하고 임추위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구성하도록 의무화하는 내용의 금융회사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회사에 따라 임추위는 사추위,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 등으로 나눠 운영되기도 한다.

금융위가 추진하는 법 개정안은 임추위에 사내이사를 3분의 1 이내로 포함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은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라는 것이나 같다. 회장이 빠진 임추위에 다른 사내이사가 들어가 사외이사와 회장을 추천하면 회장보다 다른 사내이사의 영향력이 더 커질 수 있어서다. 이 때문에 금감원이 KB금융에 사추위에서 회장을 제외하라는 지침을 내리기 이전까지 대부분의 은행 금융지주 사추위에는 회장이 유일한 사내이사로 참여했다.

한국투자금융지주, JB금융지주, BNK금융지주처럼 주요주주가 뚜렷한 은행 금융지주도 주요주주가 맡고 있는 대표이사를 사추위 등 임추위에서 제외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특히 한국투자금융지주의 경우 회장이 교체되는 타 금융지주와 달리 오너 기업으로서 특수성이 있지만 임추위에서 대표이사 배제가 법제화될 경우 제외될 명분이 없다.

금융권 관계자는 “KB사태 직후에는 이사회 영향력을 축소하라며 지주 회장을 이사회 멤버로 참여시키라는 것이 금융당국 지시였는데 이번엔 정반대로 규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국민연금은 사추위를 사외이사만으로 구성하라는 내용을 정관에 넣는 것도 유연성이 떨어져 문제라고 보는데 금융당국은 정관보다 더 바꾸기 어려운 법에 대표이사의 임추위 배제를 못 박으려 하니 서로 입장이 다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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