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분에 폭설…"봄이 사라졌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 2018.03.23 06:32

봄 86일→68일 줄고 여름 7일 늘어…지구 온도↑ "올 여름 폭염 기록 갱신할 듯"

3월 폭설로 인해 경북 성주 한 과수원에서 방조망이 무너진 모습/사진=농식품부

지난 21일 절기상 봄이 시작된다는 춘분. 전국은 때아닌 폭설로 몸살을 앓았다. 도로 곳곳이 통제되고 휴업하는 학교가 속출했다. 봄 날씨가 한창이어야 할 3월에 폭설이 쏟아지는 이 같은 기상 이변은 최근 세계 곳곳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같은 날(현지시각) 미국 북동부 지역엔 폭설로 연방기관과 학교가 문을 닫았다. 항공편도 줄줄이 결항돼 이날 기준 미국을 오가는 항공편 4400여 대 운항이 취소됐다. 미국 국립기상청은 “3월 하순에 폭설이 내리는 것은 지난 1964년 이후 54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19일엔 영국 중부·남부에 최대 20㎝ 높이의 눈이 내렸고, 스코틀랜드의 기온은 영하 5도까지 떨어졌다. 기상·환경 전문가들은 지구 온도가 매년 최고치를 갱신하면서 기존 기후 패턴이 무너지고 있다고 경고한다.

◇사계절 옛말 ‘여름·여름·겨울·겨울’=봄·여름·가을·겨울로 이어지는 뚜렷한 사계절은 옛말이다. 이제 우리나라엔 여름과 겨울만 있다는 말도 있다.

실제로 봄이 짧아졌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 기준으로 86일(1991~2000년)이던 봄 날씨 지속기간이 이후 76일(2001~2010년), 68일(2011~2017년)로 약 10년 주기로 줄고 있다. 여름 날씨 지속기간은 오히려 7일 늘었다. 민간기상업체 케이웨더 반기성 센터장은 “올 여름 기온은 평년보다 높아져 이른 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며 “이처럼 봄이 줄고 여름이 길어지는 현상은 지구 온난화 영향이 크다”고 말했다.

‘21세기 최강 한파’를 기록한 지난 겨울은 유독 길게 느껴졌지만 실제 겨울 날씨 지속기간은 7일이 줄었다. 반기성 센터장은 “겨울 기간이 예전보다 줄었지만 냉동고 온도와 비슷한 수준의 강도가 지속돼 사람들이 더 길다고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이 같은 한파는 올 겨울 더 기승을 부릴 것으로 전망된다.

기상청 관계자는 “최근 한반도 기후변화 추세를 볼 때 앞으로 당분간은 여름은 더 더워지고, 겨울은 더 추워지는 양극성 기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펄펄 끓는 지구…올 여름도 ‘가마 솥 더위’=지난 겨울 추위가 혹독했던 만큼 이상기후로 올 여름은 얼마나 더울 지 사람들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 이번 여름은 지난해 폭염(30℃ 이상) 기록을 갱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 같은 예측은 지구 표면 온도변화와 관련이 깊다.

미국 해양대기청 소속 국립환경정보센터가 지난해 지구 표면의 육지와 해양의 온도를 평균 낸 결과 1981~2010년 평균 온도보다 0.84℃ 오른 14.74℃로 관측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구 표면온도를 관측하기 시작한 1880년 이후 세 번째로 높은 것이다. 연구진은 “1880년부터 1980년까지 새로운 온도 기록이 평균 13년마다 나타났다면, 1981년부터는 평균 3년마다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온난화 추세가 그만큼 가파르다는 뜻이다.

기상청이 발간한 ‘2017 이상기후 특별보고서’에 따르면 7월 전국 평균 기온은 26.4도씨로 평년(24.5도씨)보다 1.9℃ 높았다. 폭염 일수는 6.4일로 2016년 7월 폭염 일수 5.5일보다 많았다.

평균기온이 2℃이상 상승하면 ‘기후이탈’이 일어난다. 기후이탈은 지구 온난화가 진척돼 한계선을 넘으면 기후가 이제까지 우리가 알던 것과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뀌는 상태를 가리킨다. 기후 이탈로 치달을 경우, 폭염·홍수·가뭄이 일상화되고 열대 병해충 기승, 식량 값 폭등, 국제분쟁 등의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

반 센터장은 “지금과 같은 추세로 기온이 계속 상승하면 올 여름도 작년 못지 않게 더울 가능성이 크다”며 “여름의 폭염, 겨울의 혹한을 예방하고 기후의 양극화 현상을 줄이기 위해선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는 등 지구온난화 속도를 늦추기 위한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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