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릴라가 던져도 깨지지 않는다”…‘카시오’ 부활의 비결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 2018.03.22 17:18

2000년대 초 'G-쇼크' 시계 몰락 후 긴 슬럼프…트럭이 밟아도 멀쩡한 고성능 시계로 화려한 부활

일본 야마가타현에 위치한 카시오 프리미엄 제품 전용 생산 공장(PPL). /사진=카시오 홈페이지.

일본 도쿄에서 기차로 3시간 거리인 야마가타현 카시오 공장. 일본에 유일한 프리미엄 제품 전용 생산 공장(PPL)이다. 이곳에선 단 14명의 장인이 'G-쇼크'(G-SHOCK) 시계를 조립한다.

카시오는 장인 등급을 '마이스터', '골드 마이스터', '플래티넘 마이스터' 3단계로 나눈다. 최소 7년 동안 훈련받은 마이스터 이상만 프리미엄 G-쇼크를 제작할 수 있다.

1990년대 말 G-쇼크 유행이 끝나면서 긴 슬럼프에 빠졌던 카시오가 다시 G-쇼크로 부활에 성공했다. 유행보다는 꾸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모델 개발에 주력한 결과다. 카시오는 스위스 명품시계업체들조차 애플의 아이워치 같은 스마트시계로 방향을 틀 때 기본으로 돌아가 '튼튼한 시계'라는 G-쇼크 본연의 가치에 '럭셔리'라는 새 가치를 불어넣는 데 집중했다. '트럭이 밟아도, 고릴라가 던져도 깨지지 않는다'는 콘셉트는 아웃도어 마니아들의 호응을 얻었다.

카시오가 G-쇼크를 처음 선보인 건 1983년이다. G-쇼크는 중력의 충격파(Gravitational Shock)를 뜻한다. 물리적인 외부 충격은 물론 중력의 충격파에도 끄떡 없는 시계라는 뜻이다. 1984년 아이스하키 선수가 퍽 대신 G-쇼크로 경기하는 모습을 담은 TV광고로 미국에서 먼저 주목받기 시작했다. 1990년 연간 1만개였던 판매량이 5년 새 70만개까지 늘었다.

1995년에는 일본으로 인기가 옮겨붙으며 전 세계 10~20대의 패션 아이템이 됐다. 한 해 동안 600만개가 팔린 1997년은 최고 전성기였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이 되자 20대는 G-쇼크를 '한물 간 패션'으로 취급하며 외면했다. 10여년에 이르는 긴 슬럼프의 시작이었다. 한때 카시오의 시계 매출 중 50%가량을 차지했던 G-쇼크 비중은 30% 미만으로 떨어졌고 판매량이 2009년 무렵 반 토막 났다.

그래도 카시오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당시 디지털카메라가 대세가 되면서 작고 가벼운 카메라로 시장에서 승승장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2006년에는 3년 안에 전체 매출을 40% 늘려 1조엔(약 10조1300억원)을 달성하겠다고 호기를 부리기도 했다.


호기가 꺾인 건 불과 1년 남짓 만이다. 애플이 2007년 아이폰을 출시하면서 디지털카메라 시장까지 흡수하기 시작했다. 카시오의 디지털카메라 부문은 수년째 적자를 기록 중이다.

궁지에 몰린 카시오는 2011년 과거 영광을 안겨줬던 G-쇼크에 다시 주목했다. 유행 때문에 두 번이나 겪은 위기를 교훈 삼아 꾸준한 팬층을 확보할 수 있는 고성능 아날로그 시계를 만들기로 했다. 이른바 '튼튼한 럭셔리 시계'로 스위스 명품 시계와 차별화된 길을 걸은 것.

튼튼함을 강조하는 마케팅도 재개했다. 중국에선 '고릴라가 던져도 절대 깨지지 않는다'는 TV광고를 방영했고, 지난해엔 기네스북에 G-쇼크를 '세상에서 가장 튼튼한 시계'에 등재했다. 중국에서 아웃도어 열풍이 불기 시작한 것도 도움이 됐다.

카시오 지쇼크(G-Shock) MR-G 모델. /사진=카시오 홈페이지.

반응은 중국과 동남아시아시장 30~40대 남성층에서 컸다. 특히 2800달러나 하는 고가 모델 'MR-G'는 베스트셀러가 됐다. 온몸에 티타늄과 카본을 두른 이 시계는 단단하면서도 가볍고, 100여개의 충격 테스트를 거쳐 탄생했다. 시계의 버튼과 용두도 모두 충격 저항을 고려해서 특별 설계했다.

G-쇼크는 2016년 판매량 850만개로 1997년의 기록을 19년 만에 뛰어넘는 경사를 맞았다. 그 사이 카시오 매출에서 시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다시 55%까지 높아졌다. 지난해 9월에는 전 세계 누적판매 1억개를 달성했다. 올해는 마지막 미개척지인 아프리카 시장을 공략해 G-쇼크 사상 첫 1000만대 판매를 기록하겠다는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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