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장청구권 삭제에 검·경 온도차…"국민보호 약화" vs "사필귀정"(종합)

뉴스1 제공  | 2018.03.20 16:25

檢 "검사 영장청구권, 4·19 혁명 결과…기본권 조항"
警 "5·16 쿠테타로 삽입된 조항…바로 잡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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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에 명시된 검사의 독점적 영장청구권을 삭제하는 내용이 정부 개헌안에 포함되면서 검찰과 경찰의 온도차가 뚜렷하다. 검찰은 내부가 술렁이고 있는 반면 경찰은 '사필귀정'을 언급하며 "당연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청와대는 20일 개헌안 발표를 통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국가 가운데 그리스와 멕시코를 제외하고는 헌법에 영장청구주체 규정을 두고 있는 나라가 없어 다수 입법례에 따라 영장청구주체에 관한 부분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현행 헌법 제12조 3항은 '체포·구속·압수 또는 수색을 할 때에는 적법한 절차에 따라 검사의 신청에 의하여 법관이 발부한 영장을 제시하여야 한다'고 정하고 있다.

헌법 조항 삭제는 영장청구에 대한 내용을 헌법에 두는 것이 적절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개헌안을 주도한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의 논의에서도 해당 조항의 필요성을 두고 찬반이 엇갈렸으나, 헌법사항이 아닌 법률사항이라는 데 대체로 의견을 모았다.

헌법 조항이 삭제된다고 해도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라 독점적으로 행사될 수 있다. 형사소송법은 검사가 관할지방법원판사에게 청구해 영장을 받아 피의자를 체포·구속·압수·수색을 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선 영장청구 독점권 폐지를 위한 전 단계로 바라보는 분위기다. 헌법이 막고 있던 형사소송법 개정 논의를 본격화하는 수순이라는 것이다.

한 일선 검사는 "검사의 영장청구권은 4·19 혁명의 결과로, 경찰의 무분별한 압수수색과 구금, 고문수사를 막기 위해 마련된 기본권 조항"이라며 "국민 기본권 강화라는 시대적 방향과 일치하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경찰국가로 돌아가려는 것이냐"는 격양된 반응도 나왔다.

재경지검의 한 부장검사는 "규범력을 갖고 잘 작동해 온 영장청구권을 갑자기 헌법에서 뺀다는 것은 사실상 형사소송법도 개정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그는 "영장청구권은 무리한 강제수사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것인데, 이를 약화시킨다는 것은 상당히 우려스럽다"며 "국민이 동의를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청와대와 검찰의 갈등이 수면에 오를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국회 사개특위에 출석, 독립기구로 공수처를 설치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다며 청와대와 상반된 입장을 내놓았다. 영장청구권에 대해서는 "국민의 기본권을 이중으로 두텁게 보호하기 위해, 반드시 유지돼야 할 실효적 사법통제 장치"라며 "이를 제한하거나 폐지하자는 입장에 대해서는 매우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경찰 로고./뉴스1 © News1 신채린 기자

검찰과 달리 경찰은 정부의 개헌안 발표에 "사필귀정으로,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환영 의사를 밝혔다.

경찰청 관계자는 검사의 영장청구권 조항이 5·16 쿠테타로 국회가 해산되고 구성된 국가재건최고회의를 통해 삽입됐음을 언급하며 "해당 조항은 비상계엄 등 정상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이번 기회를 통해 제대로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해당 조항이 헌법에 삽입된 1962년 5차 개헌 이전에는 검사와 경찰, 모두에게 영장신청권이 부여됐었다며 "영장청구권 조항은 헌법이 아닌, 형사소송법을 통해 규정해야 할 사항"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해당 조항을 헌법에서 삭제해야 한다는 주장은 헌법학계에서 수십년전부터 있어왔던 것으로 이번 청와대 발표가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재차 밝혔다.

다만 헌법 조항이 삭제된다고 하더라도 현행 형사소송법에 따라 검사의 영장청구권이 독점적으로 행사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이 관계자는 형사소송법 개정 역시 논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여전히 형사소송법에는 검사의 영장청구와 관련한 조항이 있기 때문에 (헌법에서 해당 조항이 삭제된다고 하더라도) 실제 변화는 없지만,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찰 개혁이 논의되고 있다"며 "이를 통해 형사소송법 역시 개정해야 한다는 논의도 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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