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도 직업이다 : 워커홀릭 '거지甲' 박주민

머니투데이 백지수 기자 | 2018.03.21 04:32

[the300][3만달러 시대 정치인의 조건]<2>'전문가 정치'와 '정치 전문가'(上)-②국민이 월급주고 싶은 '일하는 정치인'으로

편집자주 | 1인당 국민소득 1만달러 시대를 열었던 1990년대는 정치의 전성시대이기도 했다. '삼김(三金)시대'로 상징되는 '보스 정치'가 우리 사회 전체를 지배했던 시절이었다. 정치인은 이른바 '지도자'였다. 국정을 이끄는 대통령은 물론 마을 조합의 장 자리 하나까지 '정치 지도자'들의 몫이 당연하게 여겨지곤 했다. 그러나 이것이 가능했던 것은 국민에 대한 정치인의 우월적 위치와 인식 덕이었다. 이들 역시 자신의 신념과 소신, 가치관 등을 정치 인생을 통해 입증하는 것이 중요할 뿐 정치인의 전문성이나 실적 등은 사소하게 치부되곤 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 정치인에 대한 인식은 완전히 달라졌다. 대통령 탄핵을 경험한 국민들에게 정치인은 '지도자'는 커녕 끊임없이 감시하고 확인해야 하는 애물단지다. '직접 민주주의' 요소의 강화로 국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고 논의하는 정치인들은 고유 영역마저 걱정해야 하는 처지로 내몰리고 있다. 이들에겐 '정치 지도자'가 아닌 새로운 역할이 요구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복잡다단한 이해관계를 보다 다층적으로 대변하고 풀어내주는 한편 합리적인 갈등 조정자로서 보다 확실한 전문성을 요구받는 정치전문가, 전문가 정치가 '3만달러 시대'의 정치 리더십이다.


◇'거지갑'에 열광하는 이유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사회관계망서비스)에 '거지갑 박주민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게시글이 올라왔다. 국회에 배낭을 메고 돌아다니다가 쪽잠을 자는 '거지꼴'을 한 국회의원이 있는데 알고 보니 무수히 많은 법안을 발의한 일중독이더라는 '국회 전설'이 알려지면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이 같은 모습은 "어떤 모습이 더 거지 같나요?"라며 일종의 경쟁 요소가 더해져 단숨에 국민들의 눈길을 사로 잡았다. 무엇보다 그동안 일은 하지 않고 정쟁에만 골몰한다는 기존의 부정적인 국회의원 선입견을 180도 뒤엎는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박 의원이 보여주는 일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은 '거지갑' 외모만이 아니다. 법안 발의 수, 토론회 개최 수 등 워커홀릭에 가까운 입법 활동을 펼쳤다. 국회의원도, 정치인도 밤을 새워가며 치열하게 일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것, 국민들이 '거지갑' 박주민에 열광하는 이유다.



◇국민에게 '인센티브' 받는 국회의원



지난해 국회의원 1인당 후원금 한도 3억원을 모두 채운 국회의원은 29명이다. 박 의원도 그 중 한명이다. 그에게 후원금을 내는 국민들은 이를 인센티브로 생각한다. '워커홀릭'에 가깝게 열심히 일을 하는 모습에 순식간에 후원금 한도가 차버린다. 국회의원 세비가 아깝다는 국민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 비춰보면 딴 세상 같다.




지난 1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뜨겁게 달군 청원이 등장했다. 국회의원의 임금을 최저시급으로 책정해 달라는 글이었다. 청원자는 "나랏일 제대로 하고 국민에게 인정 받을 때마다 인센티브를 주는 방식으로 바꿔 달라"고 했다. 이 청원은 무려 27만7674명의 동의를 받았다.




여기에는 이같은 인식이 깔려 있다. 국회의원, 즉 정치인을 노동의 대가를 받을 수 있는 직업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는 시각이다. 정치인들이 그들의 직장인 국회에서 국민들의 눈높이에서 생각하는 '일'을 하지 않으니 어떤 직업의 최소 대가인 최저시급이나 받으라는 준엄한 꾸짖음이다.




◇'세월호 변호사', 그리고 지역 정치


정치권 입문 전 '세월호 변호사'로 더 유명했다. 세월호 사건 변호는 물론이고 백남기 농민 사망 사건과 제주 강정마을 관련 재판 등에서 시민들의 변호를 맡았다. 19대 국회에서는 국회 본청 처마 밑에서 세월호 유가족들과 숙식을 함께 하며 야외 농성도 벌였다. 정치도 할 생각이 없다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돕기 위해 입문했다.


정치권에 와서도 시민 사회와 시민들의 터전인 지역 사회에서의 소통에 힘쓴다. 지역 정치를 통해 지역민들의 정치적 의사를 만들고 끌어나가는 것은 앞으로 남은 그의 과제다.


그는 국회에서 정치인의 '업무'를 평가하는 각종 의정 활동 평가의 상위권에 이름을 올려 왔다. 지난해 연말 조사해 올해 초 시상한 정치부 기자 300여명이 뽑은 백봉신사상 대상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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