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 시평] 은행, 미워도 다시 한번

머니투데이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 2018.03.21 06:33

[기고]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이병윤

은행은 좋은 직장이다. 평균 연봉도 높고 비교적 안정적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그렇게 생각한다. 그래서 은행의 채용비리 문제가 터지면 온국민이 공분한다. 저렇게 좋은 직장에 누군가 편법으로 들어갔다는 것은 용서할 수 없다.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직장으로서의 은행은 좋아하지만 정작 은행 자체를 좋아하는 것 같지는 않다. 내 통장에서 때만 되면 잊어버리지도 않고 대출이자를 떼어 가고, 내 돈 내가 찾는데도 수수료를 뜯어가는 은행을 좋아하기는 어렵다. 가만히 생각해보면 은행이 하는 일이라는게 싼 금리로 예금 받아 비싼 금리로 대출해서 돈 버는건데 이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아닌가? 아무나 할 수 있을 것 같은 일을 하면서 조 단위로 이익을 내고 억대 연봉을 받는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은행을 이용하는 수많은 국민들은 모두 봉이고 은행은 손쉽게 국민 호주머니를 털어 이익을 내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인식이 국민들 저변에 깔려있다 보니 은행을 비판하는 기사는 인기가 있다. 그래서 은행은 언제나 욕을 먹는다. 이익을 못내면 경쟁력이 없어서 이익을 못낸다고 욕을 먹고, 이익을 많이 내면 예대마진을 넓혀 땅짚고 헤엄치기 장사로 이익을 낸다고 또 욕을 먹는다.

하지만 아무리 은행이 미워도 제대로 알고나 미워하자. 예대마진 먹는 일이 말처럼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다. 우량한줄 알고 대출해준 기업은 사업이 틀어져 망해버릴지도 모르고, 돈 빌려간 대기업 부장님이 어느 날 갑자기 실직해서 돈을 못갚을 수도 있다. 우량한 대출 대상을 찾아서 위험에 맞는 적절한 금리를 부과하여 대출해주는 것은 생각보다 매우 어려운 일이다.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대출 대상에 대한 심사는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일이다. 이걸 제대로 해서 이익을 낸다면 인정해줘야 한다. 거기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예대마진은 선진국인 미국은행들에 비해 낮다.

수수료도 그렇다. 내 돈 내가 찾아도 수수료를 내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은행이 안전하게 보관도 해줬고 돈 찾을 때 ATM도 이용했다. 비용만큼의 수수료는 내야 한다. 잘 생각해보면 돈 한 푼 안내는 은행서비스도 많다.

은행은 시장경제에서 한정된 자금을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은행이 발전하고 실력을 길러야 자금이 생산적인 부문부터 효율적으로 배분되어 경제성장에 기여하게 된다. 또 은행이 어느 정도 수익을 올려야 그 돈으로 자본을 적립해 더 많은 대출을 해줄 수 있고 자본비율을 높여 언제 닥칠지 모를 위험에 대비할 수도 있다. 따라서 은행이 제대로 역할을 하고 적절한 수익을 내는 지 감시할 필요는 있겠지만 은행이 이익내는 것을 무턱대고 비난할 일은 아니다.


물론 은행들도 잘못된 관행을 버리고 바뀌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언급한 것처럼 우리나라 금융회사들은 너무 부동산담보 대출에 의존한다. 은행의 실력은 대출 대상에 대한 심사 능력이다. 대출 대상의 신용실적, 기술력 및 사업전망 등을 고려해 대출 여부를 결정하고 적절한 위험프리미엄을 얹은 대출금리를 부과해 대출해주는 전 과정에서 은행의 실력이 드러난다. 우리나라 은행들이 실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각고의 노력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이익이 하락해도 비용을 줄이지 못하는 경직적인 비용구조를 가지고 있다. 인사와 지배구조에서의 문제도 계속 발생한다. 국제화가 진전되고 경쟁이 강화되었을 때 과연 살아남을 수 있는지 스스로 자문해보고 경쟁력을 길러야 한다.

우리 국민들이 은행을 너무 미워하지는 말아야겠지만 은행들도 낡은 관행을 타파하고 환골탈태해야 한다.

이병윤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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