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추가 엔저 유도가 쉽지 않은 까닭

머니투데이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 2018.03.20 04:54
미국의 금리인상 정책에도 불구하고 올 들어 엔화가치가 달러 대비로 상승 기조를 보인다. 지난해 말 1달러당 112엔이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 16일에는 106엔으로 5.7%의 절상률을 기록했다. 단기적으로 엔화 환율은 미국과 일본의 금리격차에 따른 영향을 받아왔지만 최근 엔고는 미·일 금리차와 반대방향으로 진행된다.
 
이는 미국 물가의 상승 기조에 비해 미국 금리 상승이 완만히 이뤄져 미·일간 실질금리차가 크게 확대되지 않는다는 것, 미국 금리 상승으로 그동안 호조를 보인 미국 채권시장에서 자금이 이탈하고 일본 투자자들도 미국 국채투자에 신중해졌다는 점 등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트럼프정부의 보호주의가 엔저 가속화를 방치하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도 엔고의 배경이 되고 있다. 사실 그동안 엔화가 강세를 보일 때마다 일본 정부 고위 관료들이 엔저 유도 발언을 했지만 최근에는 자제하는 모습을 보인다. 또한 미국 정부의 철강재 수입 관세 부과가 미국 기업의 비용부담을 가중시키고 미국 기업의 부가가치가 감소하는 효과가 수백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보이는 등 미국 경제의 효율성 악화에 대한 우려도 달러약세 요인으로 보인다.
 

일본 경제는 아베노믹스를 통해 규제완화, FTA(자유무역협정) 정책 강화에 주력해 점차 회복되는 반면 미국 경제는 보호주의를 통해 효율성이 떨어지고 글로벌 경제에서 위상이 약화하는 방향에 있는 것이 엔고의 또 다른 배경이 되고 있다. 사실 일국의 경제성장 잠재력은 노동력 확대, 생산성 향상, 자본투입으로 결정되는데 선진 성숙경제일수록 생산성 향상의 중요성이 높아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이민노동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는 데다 보호주의로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낮추고 경쟁을 통한 생산성 향상 유인을 억제함으로써 성장잠재력이 더욱 떨어지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다.
 
또한 미국이 보호주의 정책에도 불구하고 무역수지 적자가 오히려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도 엔고를 부채질한다. 한 나라의 무역수지 적자는 저축률이 투자율에 비해 낮을 때 거시경제 균형 측면에서 무역적자가 확대될 수밖에 없다. 과거 일본은 생산성 측면에서 미국을 능가하지 못했지만 높은 저축률로 무역흑자가 누적됐고 반대로 저축률이 낮은 미국은 무역적자가 만성화했다. 미국 정부로서는 실업률이 낮은 현 상황에서 재정긴축을 강화하는 것이 무역수지 적자를 줄이는 데 효과적이지만 트럼프정부는 오히려 1조5000억달러의 감세정책과 대규모 인프라투자 확대정책을 추진한다. 이에 따라 미국의 재정적자와 무역적자, 소위 쌍둥이 적자의 급격한 확대가 예상되며 이것 또한 달러약세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할 수 있다.
 
이상에서 본 바와 같이 최근 엔고는 미국 등과 비교해 일본 경제에 대한 건전한 회복 기대로 인해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엔화자산을 늘리려는 투자패턴의 변화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엔고 발생 원인은 미국 측 사정에 의한 부분이 크기 때문에 일본은행으로서도 추가적인 엔저 유도 정책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대규모 양적완화로 일본은행도 국채 매입 규모를 확대하기가 쉽지 않은 등 국채시장의 유연성이 떨어졌다는 어려움도 있다. 물론 엔고가 가속화하면 일본은행도 추가 금융완화 정책을 실시할 가능성이 있으나 완만한 엔고 기조에 그친다면 엔저 유도를 위해 무리하게 추가 금융완화에 나설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일본 경제가 어느 정도 회복하면서 노동력 부족이 심화했기 때문에 완만한 엔고와 함께 그동안 추락한 일본의 국제적 자산가치 회복을 도모하면서 질적 성장패턴을 강화하는 것이 일본의 과제라고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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