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사외이사 이동걸 vs 산은 회장 이동걸'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장 | 2018.03.20 05:30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19일 광주를 향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금호타이어 회생과 관련 중국 타이어업체 '더블스타'로의 매각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서다.

광주광역시의 지역 언론과 금호타이어 공장을 방문해 이번이 마지막 기회이며, 해외매각을 반대하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설명했다.

이 회장의 광주행을 보면서 15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2003년쯤으로 기억된다. 그는 당시 금융연구원의 은행팀 팀장(연구위원)이었다가 새 정부 출범 직후 금융감독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발탁됐다.

여의도 금융위 꼭대기 층의 식당에서 출입기자들과 가진 상견례 자리에서 직전까지 사외이사를 맡았던 하이닉스에 대한 얘기가 화제에 올랐다.

당시만 해도 하이닉스는 금융권의 애물단지였다. 4조원 가량의 부채와 투자자금으로 4조~5조원이 필요한 상황이었다. 대안은 경쟁자인 미국 마이크론에 매각하는 것 외에는 없는 듯 보였다.

전윤철 당시 부총리 겸 재경부 장관도 해외매각이 최선이라고 했고, 정건용 산업은행 총재도 "하이닉스는 매각이 유일한 대안이며 독자생존 주장은 착각에 불과하다"고 각을 세웠었다.

하지만 정부와 채권단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2002년 4월 31일 하이닉스 이사회 멤버 전원은 국내 채권단과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 간에 체결된 매각 양해각서를 부결시켰다. 이 안건이 부결된 이후 정부와 채권단은 하이닉스 이사회의 사외이사 멤버를 전원교체했다.

이때 교체멤버로 투입됐던 사외이사 중 한명이 지금의 이동걸 산은회장이었다. 이 회장은 사외이사(2002년 7월~2003년 3월)가 된 후 이전 이사회에서 부결시켰던 해외매각이 타당한지 검토에 들어갔다고 한다.


당시 하이닉스의 재무제표 등을 면밀히 분석해본 결과 충분히 독자 생존의 가능성이 있어, 그 이후로도 사외이사로서 하이닉스의 해외매각을 반대했다고 한다.

이후 하이닉스는 SK그룹에 매각되고, 어려움을 극복해 현재와 국내 이익 2위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 회장은 하이닉스의 해외매각 반대의 뜻을 비쳤던 자신에게 뿌듯해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당시에 채권단에서 해외매각에 반대하면 법정관리로 갈 수밖에 없다며 지속적으로 하이닉스를 압박했었다. 이 회장이 지금 금호타이어를 찾아가 하는 말과 똑같은 얘기들이었다.

사외이사였던 당시의 이동걸과 산은 회장인 이동걸 사이에는 어떤 차이가 있기에 그 때와 하는 얘기가 달라진 걸까. 이 회장이 과거 하이닉스의 사외이사였을 때의 눈으로 금호타이어의 상황을 봤으리라 믿는다.

다만 그 때의 하이닉스와 지금의 금호타이어의 형편이 다르기 때문에 그의 말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하이닉스는 당시 국내 반도체 관련 교수들이나 업계 전문가들이 나서 기술경쟁력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해외매각을 반대했고, 노동조합 구성원들도 자기 희생에 나서 독자생존에 힘을 실어줬다.

금호타이어는 과거 하이닉스처럼 글로벌 톱의 기술경쟁력을 갖추고 있는지 자문하고, 또 생존을 위한 자기희생의 준비가 돼 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그 이후에도 자신이 있다면 해외매각 반대든 뭐든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오동희 부국장 겸 산업1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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