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보세]공교육 정상화 '공염불'?..사교육비 '고공행진'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 2018.03.20 05:56

10년만에 사교육비 최대치 기록...교과 뿐 아니라 예체능·취미·교양도 사교육비 대폭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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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중 기자
지난해 사교육비는 총 규모가 약 18조6000억원으로 전년대비 5620억원이 증가했다. 10년 동안 최대 수치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7만1000원. 그러나 사교육을 받지 않는 학생까지 합산해 평균을 내 현실과 동떨어진 액수라는 지적이다. 사교육을 전혀 받지 않은 학생을 제외하고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38만원4000원. 이 수치 역시 방과후활동 비용 등이 산정되지 않아 현실성이 떨어진다. 현실은 더 많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가 공교육 정상화를 공약으로 내걸었지만 멀게만 느껴진다. 사교육비 축소 방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부모들이 교육비 부담 등으로 아이 낳기를 꺼리면서 저출산이 이어지고 있다. 학생수도 감소 중이다. 그럼에도 사교육비 '고공행진' 폭주는 멈출 기세가 안 보인다. 당장 주위를 둘러봐도 한 명의 자녀를 가진 집은 자원(비용)을 한 자녀에 집중한다. '저출산→사교육비 증가'의 모순적 악순환이 지속되는 셈이다.

지난해 교과 사교육비 순위만 봐도 영어 5조4250억원을 시작으로 대입 주요과목인 '국영수'가 1~3위다. 비록 영어 사교육비가 줄었지만 국어 사교육비가 11%가량 늘었다. 박근혜 정부가 영어를 절대평가로 바꾼 후 국어로 쏠리는 풍선효과를 낳았다는 분석이다.


예체능 사교육비가 증가한 것도 눈에 띈다. 특히 입시를 앞둔 고교생들의 취미·교양 등에 쓴 사교육비가 지난해는 3938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58.9% 늘었다. 대입에 학생부종합전형 비율이 확대되면서 비교과 사교육비가 늘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한 교육평론가는 '학종'은 결국 '깜깜이' 전형, 비교과 영역을 돈으로 때우는 '금수저' 전형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교육부는 이 같은 예체능·취미 등의 사교육비 증가에 K팝 인기 등의 관심이 늘었고, 체육·연기전공 지원자로 인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학종에 쏠리는 현실을 간과한 것.

교육부는 이같이 정책 질의 때마다 현실인식 없는 답을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교육부가 탁상공론만으로 정책을 쏟아낸다는 비판도 나온다. 교육현장을 알려는 노력은 하는 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교육부는 현실에서 멀어진 통계부터 바로잡고, 단순 정책 제시가 가져올 악영향, 현장에서 느낄 수 있는 체감도 높은 대응책을 고민해야 한다. 더 이상 뜬 구름 잡는 통계나 정책은 교육불평등을 심화시킬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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