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캣 승부수 던진 박정원 회장의 딜레마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8.03.16 05:30

밥캣 지분 두산重으로 이관해 재무구조 추진…지분 가치 등락 따라 그룹 신용도도 영향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엔진 매각으로 두산중공업이 갖게 될 두산밥캣(이하 밥캣) 지분 10.55% 가치에 관심이 쏠린다. 추후 이 지분의 가치 등락에 따라 차입금이 쌓이고 신용등급이 강등된 두산중공업의 재무구조 개선 폭이 달라질 수 있어서다.

특히 두산그룹 중간 지주사격인 두산중공업의 재기는 그룹 전체 신용도에도 영향을 줄 수 있어 올해 취임 2년차를 맞은 박정원 회장의 그룹 재건작업에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1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이날 종가 기준 두산엔진이 보유한 밥캣 지분 10.55%의 시장가치는 3422억원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 13일 국내 사모펀드인 소시어스 웰투시 컨소시엄에 자회사인 두산엔진 지분 전량(42.66%)을 822억원에 매각하고 두산엔진이 보유한 밥캣 지분을 두산중공업으로 이관하기로 했다.

이 작업이 상반기 중 마무리되고 추후 두산중공업이 현재 가치로 밥캣 지분을 매각하게 될 경우 두산중공업에 유입될 유동성 3422억원은 두산엔진 매각에 따른 유동성 유입 규모의 4배가 넘는다.

두산엔진 매각의 핵심 목적이 두산중공업의 밥캣 지분 확보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두산중공업이 두산엔진 매각 대금을 확보하고 현재 가치로 추후 밥캣 지분도 매각해 전체 4244억원의 유동성을 마련하면 4조4680억원(지난해 3분기 기준) 규모의 두산중공업 순차입금은 9.5% 줄어들게 된다.

밥캣 지분 활용을 통한 순차입금 감소폭은 주가 상승에 따라 이보다 더욱 늘어날 수 있다. 증권사들이 제시한 밥캣의 평균 목표주가(와이즈에프엔 기준)는 현재 4만6100원. 밥캣 가치가 실제 이 수준까지 뛰게 되면 두산중공업은 매각을 통해 순차입금을 12.8%까지 줄일 여지가 생긴다. 두산밥캣의 올해 영업이익은 미국·유럽 건설시장의 호조를 타고 지난해보다 14.4% 늘어난 4560억원이 예상된다는 것이 증권가 전망이다.


밥캣 지분 활용도가 크게 오르지 못할 가능성도 있다. 2016년 11월 상장한 밥캣 주가의 최저점은 지난 9일 3만1050원이다. 실적 기대감은 높지만, 밥캣 주가는 지난해 3월 20일 4만800원 고점 이후 올해 저점까지 내림세다.

두산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밥캣 지분을 대량으로 매각할 우려가 있어서인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실적이 개선되도 밥캣 지분가치 상승폭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는 이유다. 밥캣 가치를 끌어올려 추후 매각 등을 통한 지분 활용도를 최대한 높여야 하는 두산중공업에는 딜레마인 셈이다.

이 같은 두산중공업의 딜레마는 재무구조 개선을 바탕으로 그룹 재건을 추진 중인 박정원 그룹 회장의 '앓는 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지주사 ㈜두산을 비롯해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건설 등 주요 계열사들의 별도재무제표 기준 순차입금은 각기 1조680억원, 4조4680억원, 2조1290억원, 8080억원이다. 다른 계열사 순차입금을 모두 합해도 두산중공업을 넘지 못한다.

두산인프라코어의 순차입금이 3조원을 상회한 2015년까지는 두산인프라코어가 그룹 재무의 취약점이었는데, 박 회장 취임 이후 상황이 바뀐 셈이다. 게다가 자회사로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건설을 거느린 두산중공업은 그룹의 중간 지주사격이어서 이 회사의 재무구조 악화는 그룹 전체로 전이될 가능성이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두산중공업은 탈원전 정책으로 수익구조가 약화된 데다 원전 수출과 해체시장 진출 등을 통한 수익 제고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자체 수익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는 제약이 있는 만큼 추후 밥캣 지분가치에 따른 활용도가 재무구조 개선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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