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계획경제 상징 '발개위' 기능 축소…시장 기능 강화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진상현 특파원 | 2018.03.14 16:45

'작은 내각'으로 불리던 공룡부처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이번 정부 기구 개편서 업무 대폭 줄어

【서울=뉴시스】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일 중국 북경 국가발전개혁위원회에서 열린 '제15차 한-중 경제장관회의'에 참석, 허 리펑 국가발전개혁위원회 주임과 합의의사록에 서명하고 있다. 2018.02.02. (사진=기재부 제공) photo@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중국 고도 성장기를 이끌었던 계획 경제 시대의 유산이자 중국 경제의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온 국가발전개혁위원회(이하 발개위)가 시진핑 2기 정부 기구 개편에서 기능이 대폭 축소돼 배경에 관심이 쓸리고 있다. 권한이 집중되면서 비대하고 효율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있었던데다 개혁보다는 발전 위주의 정책을 펴온 점이 최근 흐름과 맞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자원배분에 있어서 개입을 줄이고 시장에 더 맡기겠다는 의지가 담겼다는 해석도 나온다.

14일 전날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전체회의 때 공개된 국무원 기구 개편안에 따르면 발개위가 담당하던 개발구역 지정 업무는 신설되는 자연자원부로 옮겨진다. 기후변화 대응 부문은 기존의 환경보호부에서 바뀐 생태환경부로, 농업 투자 프로젝트 승인 업무는 농업농촌부(기존의 농업부)로 이관된다. 반독점 부문은 여러 시장 감독 기관들이 통합돼 탄생하는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맡는다. 이 밖에도 '핵심 국가 프로젝트'에 대한 감독 권한은 심계서(감사원격)으로, 약품과 의료 서비스 가격 책정 기능은 국가위생건강위원회로 각각 이동한다.

'작은 내각'으로 불릴 정도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했던 발개위의 업무 축소는 조직 비대화에 대한 비판과 양적 성장에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하고 있는 중국 경제의 체질 변화가 배경이 됐다는 게 중론이다.

발개위는 거시·실물 경제를 총괄하는 중국의 경제 컨트롤타워로 한국의 과거 경제기획원 역할에 더해 경쟁 및 금융당국 기능까지 수행해왔다. 1952년 국가계획위원회로 시작해 경제 성장과 함께 조직이 계속 커졌다. 중국 정부가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막대한 부양책들을 내놓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존재감이 절정에 달했다. 하지만 2013년 국무원 조직개편 때 인구 정책 기능을 추가로 흡수하면서 조직이 너무 비대하다는 우려를 사기 시작했다. 업무 포트폴리오가 고속철도 프로젝트 승인 건처럼 핵심적인 국가사업 관리부터 각 가정의 전기요금 결정까지 너무 광범위해졌기 때문이다.


개혁보다는 발전에 치중하면서 철강, 태양광 등 각 산업 부문의 공급 과잉을 초래했다는 비판도 샀다. 최근에도 국가 차원에서 과도한 투자를 자제하려는 움직임과 달리 너무 많은 지하철 프로젝트를 승인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전했다.

발개위가 과거의 계획경제 마인드가 강해 시장 배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았다. 시 주석의 핵심 경제 자문관으로 발개위 부주임이기도 한 류허 당 중앙재경영도소조 판공실 주임은 전날 인민일보에 기고한 글에서 "(이번 정부부처 개편은) 사소한 사안과 세부적인 승인 과정을 줄이라는 명시적인 지시"라면서 "정부의 자원 분배와 시장 활동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하라는 의미"라고 밝혔다. 직접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발개위 기능 축소를 염두에 둔 지적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저우샤오찬 인민은행 총재도 지난 2005년 장기 기업 채권 시장을 관리하는 발개위의 '계획 경제 마인드'를 비판하기도 했다.

권력이 커지면서 부패도 많았다. 류톄난 발개위 전 부주임은 부정 이익과 뇌물 수수 혐의로 지난 2014년 무기징역을 선고받았고, 웨펑웬 전 발개위 탄광부 부주임도 횡령 혐의로 사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바 있다.

마오서우룽 인민대 교수는 "발개위의 힘을 빼는 것이 아마도 이번 정부 개편에서 가장 환영할만한 부분"이라며 "발개위는 너무 크고 너무 힘이 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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