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인사청탁 '3不'…듣지도 전하지도 알려주지도 말라

머니투데이 변휘 기자 | 2018.03.15 04:10

[채용, 공정과 부정의 경계]<2>인사청탁 없애는 CEO들의 노하우...청탁 땐 오히려 불이익 '초강수'도

편집자주 |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며, 결과는 정의로울 것” (문재인 대통령)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채용과정이 공정하지 못하다면 이런 다짐은 공염불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채용비리에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좌절하는 이유다. 하지만 어디까지가 ‘공정’한 것인지의 경계는 말처럼 단순하지 않다. 이번 기회에 ‘공정한 채용’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요구가 높은 이유다.



"인사청탁은 듣지도 말고, 전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합격여부만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도 많은데 그것도 안 됩니다"

한 금융지주사 A회장은 최근 기자들을 만나 채용비리에 대처하는 자신만의 이같은 원칙을 소개했다. 오랜 기간 은행과 금융지주사에서 근무하며 신입 채용부터 말단 직원 인사 이동, 임원의 승진·연임, 정·관계 낙하산 인사까지 갖가지 청탁을 받아봤던 경험에서 우러난 이른바 '청탁 3불(不) 전략'이다.

전화나 만남을 통해 상대방에게 인사청탁 이야기를 상세하게 듣게 되면 모른 척하기가 곤란하다. 따라서 아예 처음부터 구체적인 청탁 내용은 듣지 않는 게 상책이다. 이럴 땐 스스로 '무능한 사람'임을 내세우는 것도 방법이다. 한 기업체 인사 담당 임원은 "청탁은 주로 내부나 가까운 주변 사람보다 정·관계의 힘 있는 사람이 많이 하은데 '인사 시스템이 복잡해 내 맘대로 안 된다'며 권한이 없는 것을 강조해 아예 말문을 닫게 한다"고 말했다.

물론 적잖은 부작용도 뒤따른다. 그는 "청탁을 피하면 더 윗선으로 올라가는 경우가 많고 회사 생활을 하려면 아무래도 힘 있는 사람과 또 다시 마주치는 경우가 생기는데 그때는 무시당하는 것을 감수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탁을 받으면 단순히 '전달'은 하되 영향력은 행사하지 않으면 되지 않느냐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최고경영자(CEO)나 직속 상사로부터 인사청탁 대상자의 이름을 전달받는 것 자체가 결정 실무자들에게는 '압력'으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다. 이런 점에서 '전달'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최흥식 전 금융감독원장도 친구 아들의 인사 청탁 내용을 "던져만 줬다"고 해명했지만 결국 이로 인해 스스로 자리를 물러나는 처지가 됐다.


인사청탁을 받으면 이를 무시하고 있다가 최종 결정 내용을 남보다 일찍 알려주는 걸로 '면피'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 역시 바람직한 건 아니다. B금융지주사 회장은 "'합격 여부만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은 그나마 들어줄 만하게 느껴질 지 몰라도 사소한 원칙이 무너지면 머지 않아 큰 원칙에도 무뎌진다"고 말했다. 합격 여부만 미리 알려달라는 부탁도 부탁한 사람의 이름을 기록해뒀다 합격 공고가 나기 전에 인사부에 물어봐야 하는데 훗날 얼마든지 의심받을 소지가 있다는 설명이다.

'3불'을 넘어 더 적극적인 대처방법도 있다. 모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청탁 대처법은 오히려 불이익을 주는 것이다. 그는 현 정부 출범 후 정치인으로부터 강력한 인사청탁을 받았다. '현직 임원의 임기를 연장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B회장은 "안 그래도 잘 하는 친구여서 애초부터 연임시키려 했지만 이후에도 몇 차례나 청탁이 들어오자 마음을 고쳐 먹고 퇴임시켰다"며 "해당 임원이 '앞으로도 이런 청탁이 먹힐 것'이라고 여기면 문제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거의 한 달 가까이나 해당 정치인으로부터 시달려야 했지만 앞으로도 원칙을 지켜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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