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환경이 비용인 시대

머니투데이 조명래 단국대 도시지역계획학과 교수 | 2018.03.15 04:29
인간에게 (자연)환경은 생명과 생존에 필요한 모든 것을 내주고 받아주는 품을 가진 어머니와 같다. 인류가 지난 1만년 동안 이룩한 문명은 환경의 이러한 넉넉함 덕택이다. 하지만 환경은 이젠 더이상 우리에게 편익만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인간이 자신의 이기적 목적을 위해 정복하고 착취하면서 지배종으로 사람 중심의 생존방식을 환경에 배태시켜온 결과다. 환경이 이젠 비용이 되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다는 뜻이다.

18세기 7억명에 해당하던 세계인구는 현재 70억명을 넘어섰고 조만간 100억명에 이를 전망이다. 1억명 이상 거주하는 ‘메가지역’들을 비롯해 인공생태계가 (자연)환경 속에 구축되고 있다. 인간의 과도한 사용에 의해 특징지어지는 풍경들, 이를테면 오염된 농경지, 유해산업쓰레기, 과개발된 관광지 등의 풍경이 지구 지표면을 뒤덮었다. 엄청난 양의 합성 화학물질들과 영구적인 폐기물들이 지구의 대사에 주입되어 있다. 우리는 더이상 자연생태계를 교란하지 않고 대신 자연생태계들이 묻어 들어가 있는 인공체계들 속에 살고 있는 셈이다. 기후에서 DNA에 이르기까지 자연의 영역(환경)이 인간에 의한 것으로 채워지면서 자연과 문화 사이의 벽은 사라지고 있다.

이러한 환경의 시대를 ‘인류세’(Anthropocene)라 부른다. 인류세는 인류에 의해 빚어진 시대, 즉, 환경훼손의 대가를 치러야만 하는, 현재 인류 이후 시대를 지칭한다. 지금 지구상에서 일어나는 변화는 1만2000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끝난 직후의 변화만큼이나 크다. 산업화에 투입된 엄청난 양의 화석연료 사용으로 공기 중 이산화탄소와 메탄농도 증가 속도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빨라졌다. 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 낙진은 지구 생태계 속으로 침전되고 있다. 산업화의 대표적 산물인 플라스틱은 매년 3억톤 정도가 지구의 표면(지질층)을 뒤덮고 있다. 건조환경을 위해 사용된 막대한 양의 콘크리트, 산업화 방식으로 생산된 엄청난 양의 닭(고기) 소비에서 발생한 닭뼈, 합성물질로 생성된 알루미늄 등은 미래의 화석(기술화석이라 부름)으로 지층에 퇴적된다. 이로 인해 생명환경이 급속히 악화하면서 하루 10종의 생태종이 사라지고 있다. 최상위 포식자인 인간도, 공룡이 뼈와 발톱을 남기고 멸종했듯이 플라스틱 페트병과 알류미늄캔을 화석으로 남기고 사라질지 모른다.


환경은 이젠 편익보다 비용을 점차 더 많이 발생시킨다. 이 비용을 어떻게 이겨내느냐가 인류생존의 새로운 조건이 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기준으로 보면 서울은 연간 114일, 1년의 3분의1이 미세먼지 ‘나쁨’ 날’이다. 자동차의 사용과 산업시설 가동을 중단해야 한다. 바깥 활동도 멈추어야 한다. 고가의 공기청정기를 대량 보급하든지 미세먼지 정화를 위한 녹지를 대대적으로 조성해야 한다. 미세먼지로 인한 암 치유를 위해선 엄청난 의료비를 지출해야 한다.

맑은 공기(편익)가 아니라 숨쉬기도 힘든 미세먼지(비용)로 가득한 환경은 그 자체로서 비용이다. 환경의 이러한 비용을 어떻게 계산하고 이를 일상경제에 어떻게 반영해 지급하도록 해야 할까? ‘환경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새롭게 생각해야 할 때다. 다행스럽게도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은 지난 2년 전부터 ‘환경가치’에 대한 다년간 연구에 착수했다. 우리의 환경정책도 이러한 근본문제를 다루고 반영하는 것으로 거듭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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