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법을 바꿔 아파트 부녀회 집값 담합 행위를 처벌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을 전해 들은 중개업소 대표는 “12년 전과 판박이”라며 이렇게 말했다.
실제로 정부는 2006년 부동산 규제가 먹히지 않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이 고공행진을 이어가자 아파트 부녀회를 ‘정조준’했다.
부녀회가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 시세보다 40~50% 높은 호가(呼價) 부풀리기를 요구해 시장 질서를 왜곡했다는 판단에서다. 당시 서울은 물론 일산, 분당, 부천 등 수도권 곳곳에서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집값 담합 행위가 적발되면 벌금 뿐 아니라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는 당국자 발언도 나왔다. 곧 정부가 대책을 발표할 분위기였다.
하지만 결과는 ‘말잔치’로 끝났다. 담합 행위 주체가 ‘사업체 또는 사업체 단체’로 한정된 법률(공정거래법) 한계에 부딪힌 데다, 입주자들이 가격하한선을 정한 행위가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어떤 피해를 줬는지 명확치 않았기 때문이다.
정부의 설익은 대응은 부녀회 집값 담합에 사실상 면죄부를 준 꼴이 됐다. ‘우리 아파트 단지는 최소한 이 가격대로 팔아야 한다’는 가이드라인은 관행처럼 굳어졌다. 그렇게 12년이 흘렀다.
과거 실패를 경험한 정부는 법 개정 방향을 바꿨다. 공정거래법 대신 공인중개사법에 ‘형법상 업무방해죄’를 준용하는 것이 골자다. 부녀회의 중개업소 압박이 업무방해죄 요건인 '위력'(威力, 의사를 제압할 수 있는 유·무형적 힘)이라고 본 셈이다.
시장에서는 이 정책에 대한 찬반 양론이 팽팽하다.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기대도 있지만, 과거처럼 공염불에 그칠 것이란 지적도 적지 않다.
일각에선 정부가 가격 담합을 주도하는 지역 내 대단지 부녀회에 인근 공인중개사 대표들도 포함된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정부는 공인중개사협회 등 유관 단체와 관련 대책을 협의 중이라고 한다. 이번에는 제대로 추진해서 '양치기소년'이 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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