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브로드컴-퀄컴 '삼각 M&A 변수'에 속내 복잡한 삼성전자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8.03.12 16:13

2000년 중후반 치킨게임 이후 10여년만에 업계 지각변동…비메모리·파운드리 사업 위기 우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제공=삼성전자

글로벌 반도체업체 인텔과 브로드컴, 퀄컴의 물고 물리는 M&A(인수·합병) 가능성이 불거지면서 삼성전자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반도체업계 재편이 현실화할 경우 어떤 식으로든 시장 질서에 변화가 생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12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미국의 인텔은 싱가포르계 반도체업체 브로드컴을 인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브로드컴이 글로벌 3위 업체인 퀄컴 인수를 추진하자 위협을 느낀 인텔이 브로드컴을 겨냥, 적대적 M&A 카드를 꺼내들면서 견제에 나선 것이라는 해석이다.

무선통신칩의 강자인 브로드컴과 글로벌 최대 모바일칩 업체 퀄컴의 합병은 5G(5세대) 등 무선통신·모바일칩 분야에 공들여온 인텔 입장에선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시나리오 가운데 하나다. 인텔은 지난해 말부터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 추진과 관련해 다양한 대응책을 논의해온 것으로 알려진다.

삼성전자는 사태 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인텔이 최근 전공분야를 CPU(중앙처리장치)에서 데이터센터, 드론, 자율주행, 5G, IoT(사물인터넷), AI(인공지능) 등 새로운 분야로 빠르게 넓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인텔이 브로드컴을 인수해 퀄컴까지 손에 넣을 경우 글로벌 반도체업계 판도가 판이하게 달라질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메모리반도체 시장에선 독보적인 글로벌 1위지만 시장이 훨씬 큰 시스템반도체 분야에선 여전히 갈 길이 멀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부문도 마찬가지다. 이번 인수전이 브로드컴의 퀄컴 인수로 마무리되더라도 적잖은 타격이 우려된다. 브로드컴은 그동안 대만의 TSMC에 주로 칩 생산을 맡겨왔다. 브로드컴이 퀄컴을 인수한다면 모바일칩 시장에서 삼성전자의 오랜 고객사인 퀄컴과의 관계도 흔들릴 수 있다.

업계에서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실적이 브로드컴과 퀄컴의 인수전 결과에 달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파운드리사업부를 별도 사업부로 독립시키면서 본격적인 승부수를 띄웠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업계의 M&A 바람에 맞서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지난달 초 석방된 뒤 잠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시장에선 퀄컴이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인 네덜란드 자동차 반도체회사 NXP나 2016년 인수를 추진했던 이탈리아 자동차 전장회사 마그네티 마렐리 등이 삼성전자가 인수할 만한 기업으로 끊임없이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2000년대 중후반 반도체업계 치킨게임 이후 10여년만에 4차 산업혁명 바람을 타고 다시 한 번 시장 재편에 속도가 붙는 분위기"라며 "삼성전자도 남다른 시선으로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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